만불보전 삼존불을 향해 나란히 앉아 기도를 올리는 할머니 유영자(54) 불자와 손녀 최유진(9) 양. 부처님께 하고 싶은 말이 많은지 이들은 기도를 시작한지 한참이 지난 후에야 자리에서 일어섰다.
“하고 싶은 말이 많지요. 우리 아들, 며느리, 손자 손녀들 잘살게 해달라고 빌어야 하고, 돈도 많이 벌 수 있게 해달라고 빌어야 하고, 무엇보다 건강하게 해달라고도 빌어야 하고요“
유영자 불자의 입에서 하나하나 나열되는 바람들이 모두 자식들을 위한 것뿐이다. 오랜 시간 부처님께 기도했지만 정작 자신을 위한 기도는 없었던 것이다.
“에휴, 제가 오래 살면 뭐합니까? 그런 기도할 시간에 우리 아들이나 사랑하는 손녀 유진이를 위한 기도를 하지요. 부모는 다 그래, 다 똑같아요. 자식들이 조금 더 잘 되기를 바라는 마음 뿐이죠”
한달에 두 세번 꼴로 만불사를 찾아 부처님께 기도한다는 그녀의 모습에서 자식을 사랑하는 마음의 깊이가 얼마나 큰지 느껴진다.
“저도 만불사에 오면 마음이 편안해지고 믿음직스러워서 만불사를 좋아하지만 사실 우리 유진이가 더 좋아해요. 저는 일을 하기 때문에 주말이면 집에서 쉬고 싶은 마음도 있거든요? 근데 이 얘가 만불사 가자고 저를 가만두지 않아요. 옷자락을 끌어당기며 조르는데 어떡해요? 올 수 밖에요”
그런 할머니의 말에 부끄러운지 할머니 뒤로 숨어버리는 유진이. 할머니가 “왜 만불사에 오면 좋아? 유진이 말해봐”라고 하니 금새 얼굴이 새빨개진다. 겨우 새어나오는 목소리로 “그냥요, 부처님 있는 곳에서 뛰어노는 게 신나요. 그래서 좋아요”라고 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