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기 2556년 부처님 오신 날을 앞두고 거리에 설치됐던 연등을 훼손하는가 하면 불교폄훼 행위를 일삼은 일부 개신교인들이 시민들과 네티즌들의 빈축을 사고 있다.
지난 5월 30일 서울 강북경찰서는 부처님 오신 날을 앞두고 거리에 설치된 연등을 훼손한 노모(47) 씨를 재물손괴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 현재 개신대학교 대학원 3학년에 재학 중인 노씨는 지난 4월 28일부터 5월 27일까지 약 한 달간 강북구 미아동의 교회 앞 연등 전선을 끊은 혐의를 받고 있다.
강북구 불교사암연합회(회장 수암스님)에 따르면 서울 강북구청 사거리부터 미아역 양방향에 설치한 거리 연등이 약 한 달 동안 잇따라 잘리는 훼불 사건이 발생했다. 전선이 계속 끊어지자 연등을 설치한 전기시공업체 직원이 교회 인근에서 잠복한 끝에 현장에서 노씨를 붙잡아 현행범으로 인근 파출소에 넘겼다. 이 과정에서 노씨는 절단 현장을 목격한 직원 서모 씨를 폭행해 전치 2주의 상해를 입히기도 했다.
강북경찰서에 따르면 범인은 범행동기에 대해 “교회 새벽기도 갈 때마다 불이 켜져 있어 잘랐다. 내 집(교회) 앞에 연등이 달려 있어 기분 나빠서 한 번만 잘랐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지난 5월 23일에는 주예수재단 소속 임모 목사가 서울 조계사에 난입해 소동을 일으키기도 했다. 임목사는 ‘왜 연등이 사찰을 벗어나 온통 거리를 덮어야 합니까?’라고 쓴 팻말을 들고 시위를 벌였다.
주예수재단은 봉축주간 서울시 지하철 내에서 같은 내용의 팻말을 들고 다니거나 팻말을 전시해 지하철을 이용하는 승객들로부터 빈축을 사기도 했다. 이에 대해 네티즌들은 “개신교가 타종교에 대해 너무 배타적”이라고 비난하며 “왜 성탄절 트리를 시내 곳곳에서 봐야하나” 등 팻말 문구를 인용한 질타성 댓글을 남기기도 했다.
뿐만 아니라 지난 5월 19일 구로 순복음교회가 국민일보에 게재한 봉축(?)광고도 논란이 된 바 있다. “석가탄신일을 맞이한 불교계와 불자들께 축하드립니다.”라는 제목으로 게재된 해당 광고의 내용이 제목과는 전혀 다르게 연등축제가 문화재로 지정된데 대한 비판의 글로 가득했기 때문이다.
“문광부 등 정부 주도 하에 연등행사를 전통문화로 포장해 무형문화재로 지정했다.”라는 내용으로 시작된 광고는 “연등행사가 천년의 전통을 가진 한국 고유의 문화행사라는 주장에 동의할 수 없다.”라며 강하게 비난하고 나섰다.
특히, “연등행사에 사용되는 전기요금을 국민의 세금으로 충당할 때 이를 거부하는 국민들의 소송을 책임질 수 있는가, 연등행사 기간 중 교회 앞 연등을 철거하며 생길 물리적 마찰을 막을 수 있는가” 등의 정부를 향한 협박성 질문을 통해 이의를 제기했다. 구로 순복음교회측에 따르면 ‘연등축제가 한국의 전통문화가 아니다.’라는 것이다.
이에 대해 많은 네티즌들의 비판이 이어졌다. 본인을 목사라고 밝힌 한 네티즌은 “많은 기독교인들이 전통문화 체험을 위해 사찰을 찾고 있으며 연등행사에 국가재정이 들어가는 것은 전통문화이기 때문이지 종교편향이 아니다.”라며 반박했다.
해마다 부처님 오신 날을 앞두고 이 같은 일이 종종 발생한다. 올해는 하루도 빠지지 않고 연등이 절단돼 안타까움이 더욱 크다. 앞으로는 모든 종교가 서로의 종교를 이해하고 존중하는 문화가 확산돼 이처럼 연등이 훼손되는 안타까운 일이 발생하지 않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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