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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령자ㆍ장애인도 ‘특수출가’ 가능해진다 [종합] 글자크게글자작게

 

고령자와 장애인의 출가를 위한 제도 마련이 절실하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어 향후 조계종 출가제도에 관한 대대적인 변화가 예상된다.  

조계종 승가교육진흥위원회(위원장 자승 스님)에 따르면, 오는 14일 오후 2시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 2층 국제회의장에서 개최하는 ‘출가제도 개선과 출가자 활성화를 위한 공청회’에서 고령자와 장애인에 대한 ‘특수출가’를 공론화 할 전망이다.  

조계종 승가교육진흥위원회(이하 승진위)는 지난 4월 5일 ‘출가제도 개선 소위원회’ 1차 회의를 통해 이와 관련한 공청회 개최와 세부계획을 마련했다. ‘출가자 수가 급감하는 가운데 50세 이상 고령자와 장애인에게도 출가문호를 개방해 젊고 유능한 인재가 출가할 수 있는 종단적 여건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는 데 공감대가 형성된 것으로 보인다.  

현재 조계종 <승려법>을 살펴보면 ‘불구자’의 출가를 제한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러나 251만 명에 달하는 장애인 가운데 후천적 장애인이 90%에 이르는 실정을 감안할 때 장애인에 대한 출가 논의는 당연한 것으로 보인다. 또 출가 후에 장애를 겪고도 지속적인 수행과 포교에 매진하는 경우도 있어 장애인에 대한 출가 제한은 더 이상 중요치 않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또 장애인의 출가 제한은 인권 문제를 야기할 수 있는 중요한 사안이어서 이번 공론화의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승진위가 미리 발표한 발제문에 따르면 보광스님(동국대 불교학부 교수)은 “50세 이하만 출가할 수 있도록 한 현행 출가연령 제한 규정을 완화하고 장애인에게도 출가의 길을 열어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는 특별전형위원회를 설치해 고령자들이 출가해 수행하거나 특수 분야 포교사로 활동할 수 있도록 문호를 개방하자는 것이다. 또한, 평등수행공동체인 출가집단에서의 장애인 차별은 부처님 근본정신에 어긋난다는 점을 꼬집어 출가자로서 업무나 수행을 하는데 특별한 지장이 없다면 출가를 허락해야 한다고 피력했다.

 

◆다양한 출가층 확보, 교단의 미래 밝혀 

고령자·장애인 출가 방안을 모색하는 발제는 가섭 스님(교육원 교육국장)이 맡았다. 가섭스님은 “다양한 출가층 확보는 교단을 균형 있고 미래지향적으로 발전시킬 수 있는 중요한 요소”라고 밝히며, “고령자ㆍ장애인 등 특수출가를 통해 승가구성원의 새로운 패러다임 변화를 모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가섭 스님은 교단을 유지·발전시키는데 가장 기본적인 요소인 출가자의 수급문제가 교단의 미래를 열어가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할 수 있는 부분이기 때문에 특수출가제도가 반드시 실행되어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기조발제를 맡은 보광스님 역시 “특별전형위원회를 설치하고 엄격한 심사를 통해 고령자와 장애인의 출가를 가능토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고령자···‘재능’과 ‘봉사’로 불교발전에 회향 

가섭 스님은 ‘고령자 특수출가’를 ‘재능’과 ‘봉사’로 양분하고 있다. 재능 출가는 ‘사회적 전문성이나 전문 직종에 종사한 사람들을 불교사상 및 수행과 결합해 불교발전에 회향하고 전문성을 구현하도록 하는 것’이라고 설명한다. 또 봉사 출가는 ‘신심과 원력’으로 신행활동을 통해 불자의 삶을 살아온 ‘고령자’들을 대상으로 한다. 불교 신행생활을 통해 불교적 가치관과 소양을 쌓고, 사회적 경험이 풍부한 50세 이상의 재가자 가운데 수행과 포교, 복지 분야 등 전문성을 불교적 가치로 융합해 방편바라밀을 실천할 수 있는 수행자로 규정한다. 즉, 사찰 관리나 종무행정 지원, 기도, 염불수행, 템플스테이 등을 책임질 인력으로 활용하자는 입장이다.

가섭스님은 “고령자 출가를 허용함으로써 교단의 사회적 역할 강화와 교구본사의 공동화(空洞化)현상 극복이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부처님 당시, 장애인에 대한 차법(遮法) 없어 

<사분율>에는 ‘신체장애자와 병자’와 같이 출가를 제한하는 조건이 열거되어 있다.

이에 대해 가섭스님은 불교가 ‘차별과 편견의 종교’가 아닌 ‘깨침의 종교, 자비실천의 종교’라면 이제 장애인의 출가에 관한 사항을 폭넓게 논의해야 할 때라고 주장하며, 인권적 차원에서라도 장애인 출가제도는 반드시 실행되어야 한다고 입장을 밝혔다.  

가섭스님은 “부처님 당시에는 장애인에 대한 차법(遮法)이 없었지만, 이후 교단이 성장하면서 사회적 관계와 승단의 위상을 고려해 구체적인 차법이 제정된 것으로 보인다”고 언급하며 “현대 사회의 변화에 따라 부처님 근본정신에 어긋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이들에게 출가의 길을 열어주는 것은 이 시대 승단의 역할 가운데 하나”라는 점을 강조했다.

 

◆특수출가자, 3급 승가고시 제한 등 특별법 제정 

가섭스님과 보광스님은 고령자·장애인 특수출가제도 도입을 위해서 제도적 지원체계 마련이 필요하다는 점도 밝혔다. 고령자는 특별갈마위원회에서 출가 분야를 최종 인가토록 하고, 장애인은 장애 판정 기준을 특별법 내규로 정해 별도의 수계교육을 받도록 한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고령자는 현행 단일계단에서 수계하고, 장애인은 별도의 수계교육을 통해 수계한다는 입장이다. 또 특수출가자는 3급 승가고시를 제한해 중앙종무기관과 교구본사 국장급 이상 종무원, 중앙종회의원, 종무원법상의 주지, 중앙종회에서 선출하는 각종 위원회 참여는 제한한다는 방침이다. 또 각종 선거권과 피선거권을 제한해 전법과 포교, 수행의 기회를 제공한다는 특수출가 제도의 취지를 살리자는 게 가섭스님의 입장이다.

 

승진위는 공청회 개최 후 각계 의견 수렴과 논의를 거쳐 이르면 오는 9월 종회에서 입법이 가능토록 최종 결정한다는 방침이다. 

한편, 14일 열리는 ‘출가제도 개선과 출가자 활성화 방안을 위한 공청회’에서는 보광스님이 ‘현행 출가제도의 문제와 개선 방향’ 기조발제를, 성문스님(동화사 주지)이 ‘출가자 활성화를 위한 프로그램 제안과 방향’, 가섭스님이 ‘특수출가를 활용한 출가 형태의 다양화’ 발제를 각각 맡아 진행한다. 또 이날 공청회에는 원혜스님(마곡사 주지)과 은산스님(행복한절 주지)이 토론자로 나선다.

2012-06-11 / 4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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