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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처님, 제 딸 잘 부탁합니다” [불사이야기] 글자크게글자작게

 
“부처님, 제 딸 잘 부탁합니다”
“오늘 기분이 너무 좋아. 강원도에 있는 딸이 손자들 데리고 오랜만에 놀러왔거든”

 

기와접수처 앞에서 만난 허정분(62) 보살은 시집간 딸이 가족들과 함께 친정에 놀러와 기분이 좋다며 입가에 웃음이 떠날 줄 모른다.

 

“거리가 멀어서 자주 못 오거든. 이번에 오면 또 언제 올 수 있을지 몰라. 그래서 온김에 만불사 부처님께 기도도 드리고, 기와에 소원이라도 적고 가라고 데리고 왔어”

 

허 보살의 딸은 어머니 뜻에 따라 매끈한 기왓장을 고르고 식구들 이름을 적어내려 간다.

 

“아마 어렸을 때 이렇게 무작정 데리고 와 기와 불사하라고 하면 귀찮다며 안했을 거예요. 하지만 이제 저도 자식 키우는 엄마 입장이 되고 보니, 친정엄마의 마음과 사랑이 뭔지 알게 되더라구요. 자주 찾아뵙지 못해 죄송할 따름이예요”

 

진심이 가득한 딸의 말에 “살다 보면 그렇지. 어떻게 다 챙기며 사노? 내 걱정은 마라. 네만 잘살면 나도 잘사는 거다”하시며 손자들의 어깨를 따뜻하게 보듬어 주는 허 보살. 딸에 대한, 그리고 손자들에 대한 지극한 사랑이 가슴 깊이 전해진다.

 

허 보살은 “무조건 건강! 가정화목! 이게 최고다. 기왓장에 그렇게 적어라”며 소원을 적는 딸에게 신신당부를 한다. 자주 보지 못하고, 곁에서 지켜줄 수 없으니 부처님께 부탁드릴 수밖에 없다는 허 보살.

 

“옆에 살면 좋지. 반찬도 해주고, 손자들도 봐주고. 근데 현실이 또 안 그렇잖아. 그래도 외국에 있는 것도 아니고 같은 대한민국에 살고 있으니까 뭐. 또 우리 앞길을 쨍쨍한 빛으로 밝혀주는 부처님이 있으니까 든든하지”

 

허 보살은 부처님께 기와불사 올렸으니 근심하나 덜었다고 좋아하면서 딸과 손자들의 손을 잡고 만불보전으로 향한다.

 

허정분 보살 / 영천시 북안면

2008-03-24 / 42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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