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은 유불선과 주역에 큰 발자취를 남긴 탄허 스님 탄신 100주기다. 이런 까닭에 벌써부터 그를 재조명하려는 움직임이 활발하다.
탄허 스님 살아생전에도 정치인을 비롯한 유명 인사들이 끊임없이 스님을 찾아오거나 가르침을 청하였는데, 특히 당대 최고의 석학 함석헌 선생이 동양 사상에 대한 의문점을 해소하려고 아침 일찍부터 안암동에 있는 대원암에 자주 방문했고, 자타가 공인하는 천재 양주동 박사는 《장자》에 관한 가르침을 청하러 월정사에 며칠씩 머무르다 가셨다.
이런 명성은 학계에서뿐만 아니라 정치권까지 널리 알려져 박정희 전 대통령을 포함하여 수많은 위정자들이 정치적 자문을 구한 것으로 유명하다. 또 불교계의 큰 어른이셨던 성철 스님은 월정사 대웅전 상량식 직후 탄허 스님의 처소인 방산굴에 보름 동안 함께 머무르며 탄허 스님이 학인을 가르치는 모습을 지켜보기도 했으며, 탄허 스님이 입적하시자 조사를 보내기도 하셨다.
이 책은 출세간에 있어서는 대선사이고 대학자이며, 세간에서는 불세출의 경세가이고 선각자였던 탄허 스님이 일간지와 주간지 그리고 질문자와 대담한 자료 또는 이것을 지상에 직접 기고하고 게재한 자료 중에서 오늘날 우리에게 절실한 가르침을 주는 내용만을 가려 모은 것으로, 현대인들에게 동양 사상에 대한 일반적인 지식과 인생의 참다운 지혜를 가져다줌과 동시에, 자기 정립을 통한 인간성의 재발견에 도움을 주고자 하는 저자의 바람이 담겨 있다.
이 책에서 탄허 스님은 한반도의 미래와 국제 정세를 정확하게 예측하고 있으며, 이러한 예지를 전제로 미래사회에서 우리나라의 역할과 그 역할을 성공적으로 해나가기 위해 무엇을 준비해야 할지 구체적으로 소개하고 있다. 따라서 우리는 이 책을 통해 급변하는 시대의 변화와 그에 따른 문제의 해결책을 찾고, 참다운 삶의 좌표를 확립하며, 아울러 우리나라의 미래를 전망할 수 있을 것이다.
유불선 3교 융합 나침반 삼아 우주관 생사관 꿰뚫은 탄허 스님, 50년 전 일본 열도 침몰, 한반도 미래, 국제 정세를 정확하게 예측!
프랑스의 예언가 노스트라다무스의 예언이 책으로 나와 전 세계적으로 큰 반향을 일으킨 적이 있다. 그 예언에 따르면 지구는 파멸적인 전쟁, 지진 그리고 홍수로 인해 1999년 7월에 멸망할 것이라고 적혀 있다. 이러한 최후의 심판에 대한 이야기는 처음 있는 것이 아니다. 기독교의 말세론은 2천 년 전부터 꾸준히 전해져 왔다.
이러한 미래에 대한 예언은 서양 종교에서 그 기원을 찾아볼 수 있다. 그러나 동양의 역학 원리에 따르면 이미 6천 년 전에 복희 팔괘로 천天의 이치를 밝혔고, 3천 년 전에 문왕팔괘로 지상생활(地上生活)에서의 인간절의(人間節義)의 이치를 밝혀 오늘에 이르고 있다. 더 나아가 약 1백 년 전에 미래역(未來易)으로 밝혀진 정역(正易)의 이치는 후천으로 자연계와 인간의 앞날을 소상히 예견해 주고 있다.
서양 종교의 예언은 인류 종말을 말해 주고 예수의 재림으로 이어지지만, 정역의 원리는 후천 세계의 자연계가 어떻게 운행될 것인가, 인류는 어떻게 심판받고 부조리 없는 세계에서 얼마만한 땅에 어느 정도의 인구가 살 것인가를 알려주고 있다.
그렇다면 북빙하의 빙산이 완전히 녹으면 어떤 일이 일어날까? 탄허 스님은 다음과 같은 일이 일어나리라 예상한다.
첫째, 대양大洋의 물이 불어서 하루에 440리의 속도로 흘러내려 일본과 아시아 국가들을 휩쓸고 해안 지방이 수면에 잠기게 될 것이다. 들리는 이야기로는 미국 캘리포니아 서부 해안이 점차 가라앉고 있으며, 바닷물이 강으로 역류하는 현상이 관찰되고 있는데, 이것은 북빙하의 빙산이 녹아서 물이 불어나고 있다는 증거이기도 하다.
둘째, 소규모 전쟁들이 계속 일어날 것이다. 그러나 인류를 파멸시킬 세계전쟁은 일어나지 않고 지진에 의한 자동적 핵폭발이 있게 되는데, 이때는 핵보유국들이 말할 수 없는 피해를 입게 될 것이다. 남을 죽이려고 하는 자는 먼저 죽고, 남을 살리려고 하면 자신도 살고 남도 사는 법이다. 수소탄을 막을 수 있는 것은 민중의 맨주먹[土]뿐이다. 왜냐하면 오행(五行)의 원리에서 ‘토극수(土克水)’를 함으로써 민중의 시대가 핵의 시대를 대치해서 이를 제압할 것이기 때문이다.
셋째, 비극적인 인류의 운명인데, 이는 세계 인구의 60% 내지 70%가 소멸된다는 것이다. 이중 수많은 사람이 놀라서 죽게 되는데, 정역의 이론에 따르면 이때 놀라지 말라는 교훈이 있다. 이때는 일본 영토의 3분의 2가 침몰할 것이고, 중국 본토와 극동의 몇 나라들이 피해를 입게 될 것이다.
넷째, 파멸의 시기에 우리나라는 가장 적은 피해를 입을 것이다. 그 이유는 한반도가 지구의 주축(主軸) 부분에 위치하여 지진이나 홍수에서 좀 더 안전한 지대이기 때문이다. 정역 이론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지구 중심 부분, 즉 ‘간태(艮兌)’로 지구의 중심축이 된다고 한다.
이 밖에도 탄허 스님은 책 속에서 여러 근거를 들어 한반도와 국제정세를 예측한다. 이때 우리나라의 장래는 매우 밝다고 말한다. 과거에 우리 민족은 수많은 외국의 침략과 압제 속에서 살아 왔으며, 역사적으로 빈곤과 역경 속에 살아 왔다.
그러나 오래지 않아 우리나라에는 위대한 인물들이 나와서 분단된 조국을 통일하고, 평화로운 국가를 건설할 것이며, 모든 국내 문제를 해결하고 우리나라의 국위를 선양할 것이라고 말이다. 우리의 새로운 문화는 다른 모든 국가의 귀감이 될 것이며 전 세계로 전파될 것임을 예견했다.
어느 시대에나 선지자는 고독하다. 그러나 시대가 흐르고 나면 큰 우주의 운행과 같은 호흡으로 인간의 역사를 내다본 선자자의 예지는 믿음을 획득할 것이다
어느 시대에나 선지자는 고독하다. 그러나 시대가 흐르고 나면 큰 우주의 운행과 같은 호흡으로 인간의 역사를 내다본 선자자의 예지는 믿음을 획득할 것이다
동양의 마음은 유불선을 근기(根氣)로 다듬어지고 밝혀져 왔다. 유교는 존심양성(存心養性)을 말하고, 불교는 명심견성(明心見性)을 말하며, 도교는 수심연성(修心練性)을 말한다. 모두가 심성, 곧 마음자리를 탐구하는 데 일관해 왔음은 물론이다. 두어 기른다는 유(儒)나, 밝혀 본다는 불(佛)이나, 닦아 단련한다는 선(仙)이나, 그 표적은 필경 마음이었다.
유불선을 총괄하는 체계 위에서 동양의 마음을 찾으려는 탄허 스님의 시도는 문화권과 문화사의 종합적 파악을 위해서도 분명히 의미 있는 일이다. 더욱이 문명의 내일을 내다보는 정신의 지표를 확립하기 위해서도 필요한 작업이다. 말하자면 탄허 스님은 동양의 역학 원리로 어제의 역사를 되돌아보고 내일의 역사를 예지한다. 비록 몸은 산간에 있었으나 눈은 우주의 운행을 뚫어 보고자 하였다.
동양 사상의 섭렵을 바탕으로 역학을 동원하는 탄허 스님의 예지력은 다음 세계의 주축은 동방의 한국이며, 그 주인공은 당연히 한국인이라는 데 귀착한다. 그는 다시 23도 7분가량 기울어진 지구축이 바로잡히는 날이 올 것을 믿는다. 그날이 오면, 기울어진 윤도수(閏度數)로 말미암아 저질러졌던 인간 사회의 부정부패도 사라지리라고 믿는다.
이 책 속 발문에서 언론광장 상임대표이자 <동아일보> 논설위원을 지낸 김중배 대기자는 탄허 스님에 대해 다음과 같이 회고한다.
“탄허 스님의 말씀은 듣기에 따라서는 예지의 거창함이 지나쳐 허황됨으로 이어지는 느낌을 뿌리치기 어렵다. 그러나 자연과학의 지식까지 동원하는 그의 예지에는 분명히 설득력이 있다는 것 또한 부인할 수 없다. 뿐만 아니라 부정적이며 피해망상이라 할 수 있었던 우리 역사의식에 새로운 긍정, 새로운 용기를 불어 넣어 준 탄허 스님의 예지는 미래 적중을 기다리지 않더라도 현실의 예지일 수도 있다는 실감에 젖게 한다.
사실 탄허 스님이 아니더라도 높은 하늘에서 보는 눈의 밝음을 한 손으로 뿌리쳐 버리는 것은 어리석다. 가령 일상적으로 두어지는 바둑판을 바라보자. 윗수가 훤히 보는 수를 아랫수는 보지 못한다. 아랫수가 보지 못하는 것을 윗수가 본다고 해서 이상할 것은 없다. 정신의 세계는 더욱 그렇다는 것을 정신을 공부하는 사람들은 이미 체험했을 것이다.”
탄허 스님에게는 몇 차례 예지 적중 내력이 있다는 사실은 알 만한 이들은 이미 아는 일이다. 그 하나는 6·25 직전, 스승 한암 스님의 만류도 뿌리치고 양산 통도사로 남하했던 이력이다. 그 둘은 울진, 삼척 지방에 무장공비가 몰려들기 직전 화엄경의 번역 원고를 월정사에서 영은사로 옮겼던 이력이다.
그러나 탄허 사상과 예지의 매력은 더욱 깊은 곳에 있다. 그는 예언한다. 지구에 잠재하는 화질(火質)이 북방의 빙산을 녹이기 시작한 것은 지구의 윤문(閨門)이 열려 성숙한 처녀가 되는 과정이라고 비유하는 것이다. 지구의 초조(初潮) 현상은 소멸이 아니라 성숙의 모습이라는 낙관론이다. 그는 또한 머지않아 민중의 시대가 도래할 것을 믿는다. 땅의 민중이야말로 핵을 극복하는 원동력이 되리라는 것을 역학의 산리(算理)로 헤아려 내는 것이다.
어느 시대에나 선지자는 고독하다. 그러나 시대가 흐르고 나면 큰 우주의 운행과 같은 호흡으로 인간의 역사를 내다본 선지자의 예지는 믿음을 획득한다. 하나의 사상이 인정되는 것도 과정은 비슷하다. 더구나 눈앞의 공리에만 어두운 우리의 시대에는 비록 허황된 것처럼 보일지라도 넓고 크고, 깊게 영원을 내다보는 사상과 예지는 그것만으로도 보람 있는 것이다.
원효·의상 대사 이래 최대의 불사 불교 최고 경전 《화엄경》을 자상한 주석을 곁들여 우리말로 역해 완간 공로 인정받아 제3회 인촌문화상 수상
인간에게는 누구에게나 똑같은 시간이 주어진다. 하지만 그 시간을 어떻게 쓰느냐는 사람에 따라 다르다.
탄허 스님은 공부 자리가 아니면 가지 않았고, 공부가 아니면 말씀하시지 않았다. 특히 10여 년에 걸친 줄기찬 집념으로 불교 최고 경전인 《화엄경》을 자상한 주석을 곁들여 우리말로 옮긴 작업은 ‘원효·의상 대사 이래 최대의 불사’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 작업은 스승이신 한암 스님께서 생전에 화엄경론의 집필을 기구한 데 따른 것이다. 1961년, 그 유촉을 받들어 방대한 규모의 화엄합론 번역을 시작했다. ‘자구 하나하나에 피가 맺히는 난해한 연의(演義) 작업’에 매달려 발원한 지 10년만인 1971년 봄, 원문 10조 9만 5천 48자에 달하는 《화엄경》 80권 집필을 마쳤다.
부처가 행한 49년의 설법 중에서 가장 심오하고 위대하며 광대무변하다는 《화엄경》은 일본에서 번역·출판된 적은 있으나 논(論)을 번역·주석한 학자는 없었다. 화엄학뿐만 아니라 동양 사상의 집대성이라고 할 이 집필은 원고지로 6만 2천 5백여 장이나 되는 대불사이며, 출판 경비가 당시 돈으로 무려 수천만 원으로 추정되어 탈고 2년 반이 지난 시점까지 출판 기금을 마련하지 못했다. 그러던 중 이 얘기를 들은 일본불교신도회에서 원고를 사겠다고 나섰지만, 탄허 스님은 이를 뿌리쳤다. 후대에라도 좋으니 우리나라 국민들의 손에 이 원고를 꼭 넘겨주고 싶은 염원 때문이었다.
우여곡절 끝에 이 원고는 《신화엄경합론》이란 이름으로 세상의 빛을 보게 되었으며, 탄허 스님은 역해 완간 공로를 인정받아 동아일보사 주최 제3회 인촌문화상을 수상했다.
《화엄경》은 범어로 10조 9만 5천 48자다. 그나마 한자로 압축이 되어 100만 자 정도다. 이런 《화엄경》 역해는 유불선을 다 통달해야 가능한 작업이다. 그렇지 않고서는 불가능하다.
어느 날 이 엄청난 작업을 한 종교인이 해냈다는 소식을 듣게 된 일본 사람들이 탄허 스님 특강을 일주일 동안 듣더니 감탄하면서 다음과 같이 물었다.
“우리 90명도 못한 일을 어떻게 혼자서 다하셨습니까?”
그러자 스님께서 말씀하셨다.
“세 살부터는 스무 살까지는 유가를 공부했고, 이십 대에는 불교를, 삼십 대에는 도가를 스스로 깨우쳤으니 가능한 일이었다.”
일본에는 아직 《화엄경》 번역판이 없다고 한다. 아니, 전 세계에서 자국어로 번역한 사람은 탄허 스님뿐이다. 부처님 이후로 3천 년 만에 탄허 스님이 처음이었다. 오직 스승의 유촉을 받들고 세상의 버팀목이 될 후학 인재들이 나오기를 염원한 서원(誓願)에서 비롯된 것이었다.
<한겨레출판 휴 / 256쪽 / 12,000원>
출처 : 한겨레출판 휴 북리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