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은 티벳밀교에 대한 외국인의 시선과 티벳인의 설명이 교차하고, 전통 승원교육과 현대식 분석연구가 만나며, 현장 필드워크와 문헌연구의 두 접근방법이 조화되어 있다. 그런데 이 중에서도 가장 핵심적인 균형점은 무엇보다도 역사와 수행을 중심으로 티벳밀교를 바라보게 했다는 점일 것이다.
제1부 티벳밀교의 역사에서는 밀교가 인도에서 티벳으로 유입되는 과정, 티벳에서 밀교를 수용하면서 일어난 역사적인 사건들, 그리고 인도밀교에서 미해결 과제였던 성(性)적 요가와 계율의 모순을 겔룩파 개조 쫑카빠 등 다양한 학파 소속의 티벳 지도자들이 어떻게 이 난제를 인식하고 해결해 왔는지 논의하고 있다.
제2부 티벳밀교의 수행에서는 우선 겔룩파 소속 승려가 밀교에 입문하기 위해서 최소 20여 년 간 현교(顯敎)학습 과정을 거쳐야만 한다는 사실을 환기시키고 있다. 계율을 바탕으로 보리심과 공성에 대한 지혜가 명확하게 확립된 수행자만이 비로소 밀교에 입문할 수 있음을 강조하기 위해서이다. 20여 년이라는 긴 현교학습 시간은 밀교수행을 통해서 체험되는 신비주의적인 경험에 수행자가 함몰되어 그 체험을 실체화하고 절대시하는 것을 미연에 방지하기 위함이다. 겔룩파의 수행뿐만 아니라 이 밖에도 까규, 싸꺄파 등 다양한 학파 소속의 밀교수행들이 간결하지만 핵심이 분명하게 설명되어 있다.
마지막으로 보유편의 ‘티벳밀교의 만다라 세계’ 역시 전문성과 대중성의 균형 잡힌 모범을 보여준다. 누구나 알기 쉽게 일반적인 언어를 사용했지만 전문가만이 설명해낼 수 있는 종합적이고 균형 잡힌 내용들을 녹여내고 있다. 이 부분만 읽어 보더라도 티벳밀교의 성격을 충분히 맛볼 수 있으며, 글을 반복해서 읽을수록 저자의 내공이 드러난다.
씨아이알 / 302쪽 / 1만 8000원
출처 : 출판사 책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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