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禪)은 깨어 있는 눈이요, 열려 있는 삶이다. 우리의 일상을 여의고 선이 없으며, 마음을 떠나 부처를 찾을 수 없다. 그러므로 평상심이 도(平常心是道)이며, 마음이 부처(卽心是佛)라고 말하는 것이다. 평상심이 도이기에 생활이 그대로 참선이요, 마음이 부처이기에 참선이 그대로 생활이다. 사람이 부처다. 사람이 부처인 세상을 만들기 위해 부처님은 이 땅에 오시었다. 부처님의 제자인 우리들도 기꺼이 사람이 부처인 세상을 만들기 위해 수행의 좌복을 깔고 교화의 걸망을 져야 한다. 모든 사람을 부처로 섬기고, 모든 사람이 부처로 살아가는 정토를 장엄하고자 하나의 티끌을 더하는 노고를 아끼지 말아야 한다.” - 월암 스님
이미 『간화정로』와 『돈오선』으로 어려운 ‘간화선’ 체계를 쉽게 풀어내어 간화선의 지평을 넓혔다는 평을 받은 월암 스님이 이번에는『친절한 간화선』으로 우리에게 한 번 더 간화선에 대한 친절한 가르침을 주고 있다. 친절에는 안의 친절과 밖의 친절이 있으니, 수행자가 안으로 화두에 간절하게 사무치는 것이 안의 친절이며, 모든 생명을 부처로 섬겨 요익되게 하는 것이 밖의 친절이라고 말하고 있다.
『친절한 간화선』에서는 한국불교의 회통적 가풍에 입각하여 간화선 수행을 화두참구라는 방법론에만 한정시키지 않고, ‘발심으로부터 습인(習忍)의 닦음, 정견의 확립, 화두참구의 방법론 및 보현행원의 회향’에 이르기까지 포괄적 의미의 간화정종(看話正宗)을 수립하는 것을 염두에 두고 논지를 전개하고 있다. 저자는 이러한 모색이 하나의 징검다리가 되어 간화선 수행의 지남(指南)이 완성되고, 이 지침서를 통해 많은 대중들이 간화선 수행에 입문하여 안심의 삶을 살아가게 하는 데 집필의 목적을 두고 있음을 밝히고 있다. 따라서 선수행에 필요한 다양한 요소들을 체계적으로 정리하여 간화선 수증의 방편으로 제시하고 있다. 이를 위해 특히 선수행의 정신과 실천의 두 측면을 중점적으로 탐색하여 종문의 올바른 화두선의 사상적 토대와 수행의 방양(榜樣)을 정립해 보는 방법을 택하고 있다.
제1장 발심(發心)에서는 제1절 귀의와 신심, 제2절 발보리심, 제3절 출가 등에 대해 천착해, 모든 수증체계에서는 삼보에 귀명하는 것으로 출발점을 삼아, 신심과 발심이 전제되지 않은 선수행은 구두선에 그치기 쉬우며, 출재가자를 막론하고 생사를 벗어나겠다는 출가의 정신이 결여되면 올바른 수행이 이루어질 수 없기 때문에 다층적 의미의 출가에 대해 기술하였다.
제2장 습인(習忍)에서는 수행을 익히고 체득해 가는 여러 이론과 실천을 통해 상호 융회적인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음을 밝히며, 제1절 참회, 제2절 좌선, 제3절 선교겸수, 제4절 삼학등지의 차례로 내용을 전개하였다. 즉 진실로 발심한 수행자는 참회로부터 첫발을 내디뎌야 하며, 간화의 입장에서 좌선을 어떻게 정의할 것인지, 아울러 선과 교를 함께 닦는 선교겸수의 가풍이 불교 수증의 방편에서 어떻게 전승되어 왔는지를 밝히고, 선수행이 그대로 삼학의 등지(等持)가 되는 선풍을 세우기 위해 선과 삼학(三學)의 관계를 정립해 보았다.
제3장 정견(正見)에서는 선수행에서 가장 중요한 바탕이 되는 정견에 대해 논술하였는데, 제1절에서는 중도정관(中道正觀)에 대해 살펴보고 제2절에서는 선지식의 지도에 대해 기술하였다. 불교 수행의 기본은 정견의 확립에 있다. 정견은 중도의 바른 관을 수행함으로써 확립될 수 있다. 그리고 선지식의 참문을 통해 정견과 수증의 방편에 대한 지도를 받음으로써 한결 용이하게 깨달음으로 나아갈 수 있게 된다.
제4장 수증(修證)에서는 저자 나름대로 수립한 선수행의 수증체계에 대해 기술하였다. 제1절에서는 먼저 깨닫고 나중에 닦는 ‘선오후수(先悟後修)’에 대해 논증해 보고, 제2절에서는 선의 종지이기도 한 ‘견성성불(見性成佛)’에 대한 선사들의 논지를 살펴봄으로써 견성과 성불의 의미를 살펴보았다. 다시 말하면 수행에 있어서 심성론(心性論)이 뿌리가 된다면 수증론(修證論)은 그 줄기가 된다고 할 수 있기 때문에 수증의 방편으로 선오후수를 주장하는 종문의 전통에 대해 살펴보고, 선종의 종지인 견성성불에 대해 구체적으로 논증해 보았다.
제5장 간화선(看話禪)에서는 본격적으로 간화선의 수증방법에 대해 천착해 보았다. 그런즉, 제1절에서 정념과 화두를 함께 고찰하여 남방의 위빠사나와 화두수행을 비교 관찰해 봄으로써 두 수행문화에 대한 회통의 길을 모색하였다. 제2절에서는 화두참구의 자세로서, 첫째 간절한 마음, 둘째 결정심을 갖춤, 셋째 순일한 마음을 살펴보고, 제3절에서는 간화선에 입문하고자 하는 사람을 위해 화두 결택의 중요성에 대해 피력하였으며, 제4절에서는 화두참구의 방편에 대해 기술하였다.
제6장 회향(廻向)에서는 회향의 의미와 함께 선수행과 실천회향에 대해 살펴보는 것으로 글을 마무리하였다. 여기에서는 선수행과 바라밀행이 결코 둘이 아님을 밝혀 견성성불과 보현행원이 함께 실천되는 수행풍토 조성에 대해 고민해 보았다.
돌이켜보면 현대사회는 삶은 비록 편리하고 풍요로워졌지만 갈등과 방황과 번뇌는 더욱 치성해졌다고 해야 할 것이다. 그런 면에서 볼 때 사람이 부처임을 자각하게 하는 선(禪)의 가르침은 이 시대 모든 사람들의 심리적ㆍ정신적 고통을 치유하여 건강한 부처로서의 삶을 살게 하고 모든 욕망의 사슬로부터 자유롭게 하는 방편이 될 수 있다. 이는 비단 수행자에게만 필요한 덕목은 아니다. 그렇다면 그 치유 방편을 쉽고 구체적으로 저술한『친절한 간화선』은 감히 ‘선수행의 정통 교과서’라 불릴 만하다.
<도서출판 담앤북스 / 412쪽 / 20,000원>
출처 : 담앤북스 북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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