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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행은 있을 자리 아는 것” [법문/수행] 글자크게글자작게

 

본래 하늘과 땅은 하나입니다. 인연에 의해서 둘로 나뉘어져 있을 뿐입니다. 범부와 성인도 본래동일체인데 깨닫지 못한 이는 범부가 된 것이고 깨달은 이는 성인이 된 것입니다. 이 도리를 안다면 오늘 여러 불자님들은 더 이상 법문 들을 필요도 없고 수행할 것도 없습니다.

본래 하나인 진리의 자리가 어찌 둘이 될 수가 있겠습니까? 더러운 것과 깨끗한 것도 본래 다 공이고, 범부 성인 하는 것도 본래는 이름도 없는 것입니다. 이미 벌어졌으니 마지못해서 이름을 붙였을 뿐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저 태양을 보세요. 비추지 않는 곳이 없습니다. 그러나 아무리 밝게 비춰도 엎어놓은 그릇 속은 비추지 못합니다. 자기 마음의 문을 열지 않고 어찌 바깥의 부처님 소리를 듣고 부처님을 볼 수가 있겠습니까?

제가 하동 쌍계사 지리산 자락에 살고 있는데 섬진강을 거슬러 올라가면 영산강이 있습니다. 영산강의 물이 흐르고 흘러서 섬진강의 물과 합세를 해서 내려오는데 이것을 영산강 물이라 해야겠습니까? 섬진강 물이라고 해야겠습니까? 여러분들이 잘 답변한다면 그 사람은 깨달은 사람이요, 그렇지 못하면 꿈속을 헤매는 사람밖에 되지 않습니다.

중국에 배효라는 재상이 있었는데 불교공부를 참 많이 한 사람이었습니다. 하루는 당시 큰스님인 황백 희원 선사를 찾아갔습니다. 배효가 절에 도착해서 조사전에서 참배하다가 한 스님한테 물었습니다.

“조사의 진영은 저기 있는데 조사님들은 어디에 있는 것입니까?”

그러니까 그 스님이 당황하고 대답을 못하자 배효가 황백 희원 선사에게 가서 다시 물었습니다. 그러자 희원선사가 “배효, 어디 있나?” 하고 크게 말하셨어요. 그때 깨달은 것입니다.

이렇듯 평소에 공부를 많이 했으면 살짝 건드려주어도 바로 깨닫게 되는 것입니다.

여러분들 불교 믿지요? 어떤 것이 믿는 것입니까? 의심하지 않는 것이 믿는 것입니다. 어떤 것이 불교입니까? 너나없이 잘 먹고 잘사는 것이 불교입니다. 그런데 이러한 것들을 한 마디로 하라고 해도 말 못해요. 여러분들이 불교를 믿어도 잘 연구해서 믿어야 합니다.

본래면목(本來面目)이라는 말, 참선할 때 많이 들었지요? 본래면목이 뭡니까? 이정당체지자신이예요. 이정이 뭐냐면 여러분들이 살고 있는 이 우주는 이보(異報)이고, 우주 안에 살고 있는 만물들은 정보(正報)입니다. 여러분의 몸은 이보고 지금 설법을 듣고 있는 마음은 정보예요. 당체는 진여자리, 본성자리예요. 그것이 바로 본래면목입니다. 그것을 반추해서 찾으면 생사해탈이고 원만성불입니다. 생사해탈을 하려면 본래면목을 반추해서 찾아내야 합니다.

여러분이 생사해탈 하려면 첫째 ‘본무생사’, 본래 생사가 없다는 도리를 알아야 합니다. 둘째 ‘지무생사’ 생사가 없는 도리를 절실히 체험해서 알고 나서, 셋째 ‘직무생사’ 생사가 없는 도리를 증득해야 할 것입니다. 네 번째가 ‘용무생사’ 생사가 없는 도리를 중득한 다음에는 내 마음대로 사용해야 됩니다. 내가 가고 싶으면 가고 오고 싶으면 오고, 입고 싶으면 입고 싫으면 말고, 그게 마음대로 돼야 용무생사입니다.

수행자는 이와 같이 갈 때와 올 때, 있어야 할 자리와 그렇지 않은 자리를 잘 알아야 할 것입니다. 여러분 모두 열심히 공부하고 깨달아서 성불하십시오.

* 이 법문은 만불신문 134호(2005년 6월 25일자)에서 옮겨 왔습니다.

2012-04-25 / 5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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