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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축총림 방장 원명 스님 계사년 하안거 결제 법어 [법문/수행] 글자크게글자작게

 

대도상재목전(大道常在目前)이나
수재목전난도(雖在目前難覩)라.
약욕오도진체(若欲悟道眞體)인대
막제성색언어(莫除聲色言語)하라.

큰 도는 언제나 눈앞에 있으나
눈앞에 있어도 보기는 어렵네.
만약 도의 진실 체를 알고자 한다면
성색과 언어를 제하려 하지 말지어다.

세상의 일들을 세심히 관찰해 보면 영원한 것이 하나도 없습니다. 우리는 그 속에서 변하지 않는 진실을 찾아 나선 수행자입니다. 이 몸 또한 사대로 이루어 져 한 순간도 보존하기 어렵습니다. 이러한 무상의 이치를 스승삼아야 간절해집니다. 잠시도 머물러 주지 않기 때문에 여유부릴 틈도 없습니다. 늙었든 젊었든 무상의 화살은 인정을 베풀지 않고 냉정합니다. 공부인에게 이것이야 말로 제일의 선지식이라 하겠습니다.

이 무상선지식을 얼마나 절실하게 느끼느냐에 따라 공부의 성취가 판가름 납니다. 이미 제일의 선지식을 의지하고 문을 나섰습니다. 수행의 길은 멀고도 험합니다. 어떤 때는 까마득한 절벽 같기도 하고 길이 보이지도 않습니다. 더 이상 숨을 쉴 수조차 없습니다. 끊임없이 부딪쳐오는 난관들을 인욕으로 이겨내기만 하면 서서히 길이 보이고 숨통이 터집니다.

나무에는 새싹이 돋은 것이 보이고 새들이 노래하는 소리가 들릴 것입니다. 흐르는 물은 끊임없이 반야의 도리를 설하고 있음을 압니다. 그제야 찾으려던 도가 목전에 있었음을 깨닫습니다. 보이는 것 들리는 것들이 모두 그 이치를 깨우쳐주기 위함임을 알고 무릎을 치기도 합니다. 눈에 보이는 것을 통해서 좋다 나쁘다는 분별을 없애고 귀에 들리는 것을 통해서 시비를 끊게 됨을 노래합니다.

그러다가 마음을 가라앉히고 한 개의 향을 사룹니다. ‘이 한 조각 향은 어디에서 나왔는고? 내 한 조각 마음에서 나왔구나. 피어오르는 향 연기를 관하면서 일체중생이 모두 본원자성을 밝혀 지이다라‘라고 발원합니다. 이것이 부처님과 역대조사와 시주의 은혜를 갚는 길입니다.

그토록 간절하게 깨달음을 구하려한 까닭이 어디에 있습니까? 고통을 호소하는 이들을 구원하고 위태로남을 허물어지게 하는 것이 차별하는 분별에서 비롯됩니다. 조금이라도 고개를 치켜들면 곧바로 단제해 버려야 합니다. 오직 무한자비로 무변중생을 품어 안으려면 유마의 방장처럼 마음이 호호탕탕해야 합니다운데서 벗어나게 하는 것입니다. 욕심의 곤궁에서 자유로워지게 하고 진실로 각자가 부자 되는 길을 깨우쳐 주는데 있습니다.

방하자재(放下自在)라 했습니다. 수행자의 흉중에는 차별심이 없어야 합니다. 나를 흐트러지게 하고 . 순리의 흐름을 따르면서 애써 특별한 도리를 알려하지도 말고 지혜의 그물로 무명을 결박해서 다시는 생사의 수레바퀴가 돌지 않도록 해야 하겠습니다.

백계천방개위신(百計千方皆爲身)이나
부지신시진중진(不知身是塵中塵)이라.
막언백발무언어(莫言白髮無言語)하라
차시황천전어인(此是黃泉傳語人)이리니.

이런 저런 온갖 방편으로 몸을 위한다지만
이 몸은 한낱 보잘 것 없는 먼지인줄 모르네.
백발이 말없다 하지 말라.
이는 황천의 소식을 전하는 전령이리니.

2013-05-27 / 43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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