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응복우(寶應福遇)선사에게 어떤 납자가 물었습니다. “달마대사가 중국에 전한 종지의 분명한 뜻은 어떤 것입니까?” 이에 선사는 말했습니다. “바람은 샘물소리를 침상(寢牀)으로 실어보내고, 달은 꽃그림자를 창(窓) 앞에 옮겨 놓았구나.”
조사께서 서쪽에서 오신 뜻을 묻는 화두는 선가(禪家)의 시작인 동시에 종문(宗門)의 끝입니다. 일천칠백개의 모든 공안이 이로부터 시작되었고 또 이것으로써 끝을 맺었기 때문입니다. 출가의 시작도 이것이요 열반의 끝도 이것입니다. 총림대중의 하안거 결제 역시 이것으로 시작되어야 할 것이며, 하안거의 마지막 날도 이것으로 끝을 맺어야 할 것입니다.
남악회양 선사가 조사서래의를 물어오자 이에 혜안(慧安)선사는 매몰차게 말했습니다. “자기생각은 말하지 않고 남의 생각을 물어서 무엇을 하겠다는 것인가?” 질문을 백번 해봐야 한번도 절대로 내 것이 될 수 없습니다. 차라리 질문하는 시간까지도 공부시간으로 돌리는 것이 훨씬 더 수지맞는 일입니다.
알고보면 진실한 불법은 전할 법도 없고 구할 법도 없는 법입니다. 그래서 현사사비 선사의“ 달마대사는 중국 땅으로 온 적도 없고 제2조 혜가도 인도로 가지 않았습니다.”라는 답변에 설봉의존 선사는 기꺼이 인가를 했던 것입니다.
이번 하안거에 보응복우 선사의 서래의(西來意) 귀착점을 알아차린 납자는 비로소 부처님께서 성도하신 뒤 일주일 동안 방문을 닫아걸고 아무도 만나주지 않았던 일과 유마거사가 불이법(不二法)에 대하여 입을 다물고서 한마디도 대꾸하지 않았던 선인의 그 살림살이를 제대로 알게 될 것입니다.
올 하안거에도 ‘조사서래의’화두를 성성적적하게 들고 정진한다면 해젯날 서쪽을 향해 빙그레 웃게될 것입니다.
점석화위금옥이(點石化爲金玉易)거니 권인제각시비난(勸人除却是非難)이로다 돌에 점을 찍어 금과 옥으로 바꾸는 연금술은 쉬운 일이지만 사람들에게 시비를 떠나라고 권하는 일은 참으로 어렵구나.
2557(2013) 계사년 하안거 결제날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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