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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상 충실하면 수행 저절로” [법문/수행] 글자크게글자작게

 

우리는 선 수행을 통해서 우리 속에 있는 행복을 스스로 찾아 써야 합니다. 이것은 우리 인생의 여정에서 최우선으로 해야 할 일입니다. 미래를 알 수 없는 삶의 불확실성 속에서 우리가 현재 할 수 있는 최선의 선택은 삶의 순간순간을 행복하게 만드는 일입니다. 우리는 이 일을 위해서 항상 ‘자신을 살피는 선’을 일상화해야 합니다.

우리는 일반적으로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하고, 마음에 드는 사람들과 살며, 넓고 쾌적한 환경에서 생활할 수 있는 것을 행복이라 합니다. 그러나 이 행복은 외부적인 조건이 갖춰져야만 합니다. 이에 비하면 선(禪)은 이미 우리 마음속에 본래 갖춰진 행복을 찾아 쓰는 조건 없는 방법입니다. 그렇기에 조금만 노력하면 행복해질 수 있습니다.

일상생활을 성실히 이행하면서 간단히 화두만 드는 것으로 우리는 행복해질 수 있습니다. 화두를 드는 집중력과 지속력에 의해서 번뇌 망상의 구름이 사라지면 곧바로 맑은 기쁨이 드러나고 행복감을 맛보게 됩니다. 그러나 재가불자들은 생활 일선에서 생계를 유지하며, 가족 간에 서로 마음을 써야할 일들이 많은 분들입니다. 그래서 저는 신도님들이 쉽게 실천할 수 있는 수행방법을 말씀드리겠습니다.

먼저 일상생활을 우선으로 하십시오. 그리고 틈틈이 공부를 하면서 서서히 화두 공부가 몸에 배도록 하세요. 바쁠수록 돌아가라는 말도 있듯이 마음에 여유를 가져야 합니다. 깨달아야 한다든지, 성불해야 한다는 말은 접어두고, 지금 현재 이 순간에 자기가 지금 붙들고 있는 일에 최선을 다하며 정성스럽게 사는 것에서부터 공부를 시작해야 합니다. 그리고 화두만 타파하면 된다는 강박관념보다는 평소에 화두 외적인 문제에도 마음을 쓰십시오. 마치 농사짓는 사람이 농사일을 하듯이 말입니다.

봄이 오면 농부는 삽이나 괭이를 들고 밭에 나가 먼저 단단해진 땅을 뒤집어 밑거름을 하고 씨를 뿌립니다. 그처럼 참선하는 사람은 먼저 계를 잘 지키도록 노력해야 합니다. 그것은 괭이나 삽으로 묵은 밭을 일구는 것과 같습니다. 그리고 선행도 평소에 착실히 쌓아야 합니다. 이것은 밭을 일군 곳에 거름을 하는 것과 같습니다.

마지막에 땅을 고르고 씨를 뿌리는 것은 저마다 가지고 있는 근본 화두를 챙기는 것입니다. 계를 지키고 선한 공덕을 쌓는 것은 밖으로부터 자신을 안으로 고쳐 가는 것입니다. 화두를 들고 수행하는 것은 자신을 안에서 밖으로 나오게 하는 것이라 생각하면 됩니다. 그리고 화두를 앞세워 놓고 일상생활을 해나가려 하지 말고, 지금 현재 자기가 붙들고 있는 일을 평소보다 적극적으로 재미있게 하는 것부터 출발해야 합니다. 그렇게 자기가 해야 할 그때그때 상황에 따른 일을 잘 해나가다 보면, 자신으로 인해서 기쁨이 생겨나고 그곳에서 만들어진 행복감이 차분하게 자리를 잡습니다. 그리고 마음에는 여유가 생깁니다. 그 마음 바탕에 ‘이 뭣고’라는 알 수 없는 의심을 챙겨야 합니다. 그렇게 오랫동안 자연스럽게 하다보면, 화두를 챙기는 마음이 일상생활 전반에 서서히 스며들게 됩니다. 나중에는 ‘이 뭣고’ 하는 알 수 없는 의심이 바탕을 이룬 곳에서 일상생활의 모든 일들을 진행해 나갈 수 있게 됩니다. 이 때를 ‘힘을 얻은 때’라고 합니다.

깨달아야 한다든지 성불하는 일 같은 것은 생각하지 마십시오. 화두를 들고 늘 깨어있는 그 자체를 행복하게 누리세요. 그래서 그러한 순간을 일상에서 조금씩 늘리는 것으로 수행을 삼으세요. 그러면 점차 마음이 편안해지고 밝아져서 세상을 바라보는 지혜가 생겨납니다.

존재하는 모든 것은 끊임없이 변화하고 있다는 실상을 깊이 체험하게 되고 집착을 조금씩 덜게 됨으로써 삶의 모든 문제에 급급하지 않고 점차 이상에서 초연해지고 자유로워집니다.

* 이 법문은 만불신문 112호(2004년 7월 24일자)에서 옮겨 왔습니다.

2011-09-16 / 49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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