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은 언어로 원활한 의사소통이 가능하기 때문에 사회를 구성할 수 있고, 문자를 사용하여 자신의 생각을 기록할 수 있기 때문에 한 세대가 축적한 다양한 유산을 다음 세대로 전승할 수 있다. 그러한 전승을 통해서 각 집단마다 다양한 문화를 창조하게 된다.
우리가 일상 사용하는 말과 글은 곧 문화를 담아 전하는 중요한 그릇이다. 그렇기 때문에 조상이 물려준 이 말과 글의 유산 속에서 선조가 살아온 모습과 함께 의식구조, 문화형성 과정, 풍속, 가치관과 같은 정신문화를 엿볼 수 있다. 이러한 일은 생물처럼 태어나고 변화하다가 사라지는 말의 역사와 어원을 탐구하는 것으로 가능하다. 우리가 사용하는 말의 어원을 캐는 일은 바로 민족문화의 저변을 탐구하는 일이다.
조상들의 삶과 역사, 문화를 담고 있는 우리말과 지명에 담긴 불교문화, 630여 개의 상용어와 540여 개의 지명을 통해 만나다
1,600여 년 전 불교는 외부에서 들어온 낯선 종교였지만, 오랜 세월 한민족과 함께 하면서 우리의 사상 및 풍속과 하나가 되어 한민족의 삶과 문화를 풍부하고 윤택하게 하는 큰 물줄기가 된 지 오래다. 불교의 겉모습은 종교이지만, 그 속내는 이미 송두리째 한민족이다.
1,600여 년 유구한 흐름 속에서 불교의 지혜는 당연히 사상과 정서, 일상의 삶에도 영향을 끼쳐서 일상의 언어를 통해서도 표출되었다. 21세기 디지털문명의 시대를 사는 우리들이 무심코 사용하는 말, 상용어의 유래나 뜻이 불교에서 시작한 경우가 많다. 그만큼 우리 민족과 하나가 되고, 문화의 큰 맥을 형성하였기 때문이다.
그 증거를 이 책이 제시하고 있다. 우리가 일상에서 사용하는 생활용어와 땅의 이름, 즉 지명(地名)에서 불교에 뿌리를 두거나 영향을 받은 어휘를 통해서 우리 삶 속에 면면히 이어온 불교문화를 피부로 느낄 수 있다.
4년 여의 노력, 과학자의 정밀함과 치밀함에 불교학자와 국어학자의 감수를 더하다 어휘의 일반적 의미와 불교적 의미를 함께 비교․분석하며 사전식으로 정리
이 책 ≪불교에서 유래한 상용어․지명 사전≫은 일상생활에서 사용하는 상용어와 지명 가운데 불교에 뿌리를 두는 어휘들만 가려뽑아서 사전식으로 정리하였다. 이 책에서 <불교에서 유래한 상용어>편은 자연과학도인 편저자 박호석 박사의 정밀함과 치밀함에 더하여, 평생을 불교학에 몸 담은 불교학자와 아직도 책을 집필하면서 활동하고 있는 국어학자의 엄정한 감수를 거쳐서 탄생한 부분이다.
우리가 사는 터전의 이름, 지명(地名) - 가장 오래된 상용어이자 지켜야 할 정신적 문화유산
지명은 친근하고 소박한 생활어의 하나로 가장 오래된 말이면서 긴 세월 동안 변화를 거부해 온 귀중한 유산의 한 부분이다. 또한 역사적으로 지명은 한 지역의 생활상을 나타내는 특징이나 지리적, 역사적, 민속학적 특성에 의해 명명(命名)되어 왔기 때문에 오랜 역사의 흔적이 그대로 반영되어 있고 지질과 산업, 풍수지리 등의 지리학적 특성, 유적, 제도와 신앙, 인물 등 한 시대의 역사와 문화가 숨 쉬고 있는 정신적 문화유산이다. 그래서 지명은 해당 지역사회의 역사와 문화 그 자체이며, 그 지역의 정체성이기도 하다. 한 나라의 이름과 지명을 그 민족의 혼(魂)이라고 하는 이유가 바로 이것다.
일제강점기에 일제가 우리 땅을 식민지화하면서 창씨개명을 통해 백성의 성과 이름을 일본식으로 바꾼 것은 널리 알려졌다. 이와 더불어 일제는 우리 고유의 지명을 해체하고 일본식 지명으로 변조한 곳이 수없이 많았다. 이것이 모두 우리 민족의 혼을 말살하기 위한 정책의 하나였음은 자명한 일이다.
사라져가는 지명과 함께 사라져가는 지역의 역사와 정체성
이렇듯, 지명은 소중하게 지켜야 할 민족문화 유산의 체험적 근거지만, 그 가치를 제대로 인식하는 이는 드물다. 게다가 급격한 산업화에 따른 도시 개발과 행정의 난맥으로 고유한 지명을 배제하고 행정편의에 따른 이름을 짓는 실수를 범하기도 하였다. 새로 시행할 예정인 도로명 주소 제도도 역시 전래되어 온 유서 깊은 지명을 말살하는 예가 많다. 이와 같은 일이 계속된다면 우리는 지역의 역사와 정체성을 지명을 통해 찾지 못하는 잘못을 범하게 될지도 모른다. 지명에 대한 관심과 이해가 필요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그런 이유로 편저자는 4년 여의 시간 동안 지명 속에 살아 숨쉬는 역사와 문화를 찾게 되었다. 지리학을 전공한 학자는 아니지만, 현대 학문을 연찬한 경험으로 지명 속에 녹아 있는 정신문화 가운데 특히 불교사 및 불교문화와 관련된 영향과 흔적을 조사․정리하여 우리 고유 지명의 중요성과 의미를 일깨우고자 노력하였다.
<불교에서 유래한 지명>은 불교 용어와 관련된 지명과 사찰의 이름과 관련된 지명으로 크게 나누어 조사하였다. 여러 종류의 자료를 뒤져서 사례별로 나누고 그 근거를 찾는 일은 누가 하더라도 고단하고 지난한 작업이다. 그러나 편저자는 사라지는 고유의 문화유산을 지켜내겠다는 결심 하나로 부단한 노력을 기울였다. 지리학 전문가가 아니기 때문에 원고에 부족한 점이 있을 수밖에 없지만, 이 자료가 많은 연구와 조사가 진행되도록 하는 촉매가 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책으로 엮어내게 되었다.
감수 : 정병조 _금강대학교 총장. 동국대 인도철학과를 졸업하고, 영남대에서 철학 석사, 동국대에서 철학박사학위를 받았다. 동국대 윤리문화학과 교수로 재임하면서 인도 네루대학교 겸임교수, 동국대학교 교무처장과 부총장 등을 역임하였다. 현재는 불교학연구회 회장, 학교법인 금강대학교 이사, 금강대학교 총장의 직무를 맡고 있다.
감수 : 최명환 _공주교육대학 명예교수. 공주교대를 졸업한 뒤 국제대학에서 국어국문학을 전공하고, 동국대에서 석사, 명지대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공주교대 국어교육과 교수를 역임하였다. 공저로 문학교육론(집문당, 1996), 국어교육학의 이론화 탐색(일지사, 1995), 국어교육학 개론(삼지원, 1996)이 있고, 저서로 글쓰기의 원리 탐구(2011, 지식산업사)가 있다. 또한 블로그 ‘최명환의 글집’(baldchoi@blog.naver.com)을 운영하고 있다.
편저 : 박호석 _전(前) 농협대학 교수. 충북대 농공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석사와 박사학위를 받았다. 농촌진흥청 농업기계화연구소 농공연구사, 농협대학 농공기술과 교수, 프랑스 국립 파리농학연구원 객원연구원 등을 역임하였고, 한국농업사학회와 한국과학사학회 회원이다. 「동서양 쟁기의 발달과정」 등 30여 편의 논문과 한국의 농기구, 바로 지금뿐, 따로 때가 없다 등의 저서가 있다. 육군 제1공병여단 법왕사와 육군 군수지원사령부 제11보급대대 관음사의 지도법사로 활동하고 있다.
불광출판사 펴냄, 704쪽, 30,000원
* 기사 출처 : 불광출판사 홈페이지 북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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