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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비심 행하는 것이 선 [법문/수행] 글자크게글자작게

 

선 공부를 하려면 마음을 비워야 합니다. 부처님 법을 이은 유명한 거사님이 인도에는 유마거사가 있고, 중국에는 방거사라는 분이 있는데 방거사께서 말씀하시기를, “오직 있는 것을 비울지언정 비운 것을 채우려고 하지 말라.” 하셨습니다. 수많은 생각이 얽히고 설켜 한 찰나간에, 찰나라고 하는 것은 손가락을 탁 튕기는 순간을 말하는데 우리 중생들은 한 찰나에 생각이 900번이나 일어났다 죽었다 한다 그래요. 그러한 중생념을 다 지우고 비워야 되는데, 그걸 다 비울 것 같으면 본래 물질이라는 것이 없고 마음이라는 것도 없어서, 물질과 마음이 없을 때 온전한 참 법계가 드러나고 내 마음자리가 드러나게 됩니다.

남악 회양(南嶽 懷讓, 677~744) 스님께서 육조 혜능 스님(六祖 慧能, 638~713)을 찾아갔을 때, “어떻게 이렇게 왔느냐?”물으시니 “법을 배우러 왔습니다” 하고 대답했습니다. 육조 스님이 아무 말씀 안 하시고 “무슨 물건이 이렇게 왔느냐”하고 다시 물으니 딱 막혔습니다. 그 딱 막혔을 때 알 수 없는 그것이 이 몸을 끌고 다니며 법을 배우러 왔다는, 그 자리를 그렇게 공부하기를 8년을 했습니다.

이게 바로 선이라. 그 ‘이 뭣꼬’ 하는 이것이 무엇이냐, 이것을 공부하는 것이 선입니다. 그래서 8년만에 확철대오해서 “설사 한 물건이라고 해도 맞지 않습니다.” 이렇게 답을 올렸는데 이렇게 많이 아는 것 다 지워버려야지, 생각이 많으면 많을수록 도하고는 거리가 멉니다. 오로지 아무 것도 없는 상태에서 화두를 들었을 적에 그것이 공부에 바로 들어가는 법입니다.

그래서 나를 깨닫는 가장 빠른 길이요, 가장 바른 길이 참선법이요, 부처님께서 역대 조사에게 전해준 법도 바로 이 법입니다. 현실에서 자족을 못 할 것 같으면 그것은 도가 아니에요. 시법(是法)이 주법위(住法位)하야 세간상(世間相)이 상주(常住)이로다. 이 법이 법의 자리에 머무나니 세간상 이대로가 상주불멸이라, 세간상 이대로가 법이라.

부처님 법을 잘 믿는다고 하면서도 현실에서는 서로 싸우고, 부부 간에 자식 간에 불화하고. 이게 도 닦는 사람이 할 일이겠습니까. 그건 바로 참 공부를 하지 못한 사람이 하는 짓입니다. 진실로 허망한 것을 느껴서 이 세상에서 해야 할 것을 다 하는 것, 이것이 법이라는 것입니다. 열심히 수행한 사람은 절대 싸우는 법이 없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편안한 마음으로 사람을 상대하고 지혜가 드러나서 삿된 데 떨어지지 아니하고 욕심에 떨어지지 않기 때문에 그런 법입니다.

심즉시불(心卽是佛)이라, 마음이 곧 부처라고 했습니다. 그러면 무엇을 마음이라고 하느냐. 영명연수(永明 延壽, 904~975) 선사의 <유심결(唯心訣>에 있는 말입니다.

“무한한 지혜와 모든 공덕이 이 마음 가운데 다 들어 있느니라.” 그래서 이것을 마음공부라고 합니다. 마음을 닦는 사람이 항상 주의해야 할 점은 항상 큰 서원을 가지고 중생을 다 구제하겠다는 마음가짐, 넓고 큰마음을 가져야 한다는 것입니다.

경전 중에 최고 경전이《화엄경》인데《화엄경》중에도 현실에서 바로 도로 들어가는 문이 있습니다. 〈보현행원품〉입니다. 이것을 보면 부처님은 자비심 덩어리입니다.

어떤 미운 짓을 하는 사람이라도 미워하는 바가 없습니다. 다 당신 탓이고 다 당신 몸과 똑같이 대하셨습니다. 그게 부처님입니다. 부처님이 되려고 하면 그런 마음을 현실에서 쓸 때에 가능합니다. 그럴 때에 현실의 삶 속에서 바로 번뇌가 끊어지면서 도가 발현하는 마음가짐이 넉넉해지게 됩니다.
여러분들이 다 이렇게 한량없는 서원을 세우고 속마음으로 발원을 하면서 공부를 할 적에 공부는 더 빠르게 성취가 되고, 그때부터 가정에서부터 평화가 깃들게 되고 여러분 자신에게 행복이 찾아올 겁니다.

* 이 법문은 만불신문 106호(2004년 4월 24일자)에서 옮겨왔습니다.

2011-07-29 / 5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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