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 전등사에 들러 세속의 시름을 내려놓고 가곤 했었는데,
템플스테이 안내 현수막을 본 것은 우연이라기 보다는 필연이었을 것이다.
혼자 있기 힘들어 하는 아내와 아직 두 살 밖에 안된 딸아이를 두고
4일이나 자리를 비우는 것이 미안하고 안스러워 얼마나 많이 고민을 했었던가?
근 한 달을 주말마다 장인어른과 장모님, 그리고 아내와 아이를 데리고
산천유람을 다니면서 그 마지막 일정으로 전등사를 택한 것은
한 달간의 장기프로젝트를 완성하려는 철없는 가장의 음흉스러움이었겠다.
어쨋든 전등사에서 템플스테이 현수막을 같이 보게 됐고 - 나는 두 번째 -
덕분에 4일 간의 시간을 허락(?)받은 나는
어린아이처럼 이빨을 드러내며 환하게 웃었다. 오랫만에..
나름 완전범죄(?)라 생각했었는데 얼마 전에 아내에게 물으니 왜 마지막에 전등사로 데리고 갔는지 알고 있었다고 한다..
음.. 세상에 완전범죄는 없는 모양이다.. -_-
많은 공(?)을 드려 참석한 템플스테이인 만큼 본인에게도 가족에게도 의미있는 시간이 되도록 노력하겠다는 강한 열망으로 시작하게 됐다.
이번 템플스테이는 '나를 버리고 나를 찾는 것'을 주제로 이루어 졌고 참선을 主로 진정한 나와 만나고 친해질 수 있도록 많은 시간들이 배정돼 있었다.
산사에서 맞이하는 운무와 새벽예불을 알리는 목탁 소리는 세상의 창조물中 가장 아름답고 상서로웠으며 그 자체만으로도 사람의 의식수준을 더 높이 고양시키는 듯 하다.
그 안에서 나는 내 육신 안의 나를 보다 확장시켜 더 큰 나로 나아가고 마음을 넘어선 더 큰 세계와 하나되는 듯 하다.
마음은 번잡함에서 벗어나 평화를 얻고 편안하고 고요한 안식이 선물처럼 찾아든다..
또한 108배와 1,000배 수련은 생각을 잠시 멈추게 하고 나를 더 한없이 낮추는 마음을 갖게 해 주었다.
내가 혹시 부지불식간에 교만하지는 않았는지, 나를 더 높이지는 않았는지 1배, 1배 정진하면서 겸손해질 수 있었다.
이번 산사에서의 템플스테이는 내게, 생각과 마음을 넘어선 곳에 더 큰 세계가 있고 그 것을 알기 위해서는 지금 내가 갖고 있는 생각에서 잠시 물러날 것을 나에게 가르쳐 주었다.
생각을 넘어서, 나를 넘어서 더 큰 나와 하나되는 것이야 말로 이 세상을 살면서 가장 가치있는 일이 아닐까?
더 큰 나는 이미 여기에 있기에 나를 찾을 필요는 없으며 내가 되기만 하면 되는 것이지만 그래도 나는 오늘도 나를 찾는다..
연인들이 서로를 그리는 것처럼..
아이가 엄마를 찾는 것처럼..
아빠가 아이를 생각하는 것처럼..
전등사 1차 여름템플스테이를 마치고
P.S 전등사 템플스테이를 마치고는 템플스테이 매니아가 된 듯 하다.
올 여름에도 한 달간의 사전 작업(?)을 거쳐 서울 종로에 있는 금선사에서 3일간의 달콤한 휴식형 템플스테이 체험을 하였다.
체험형 템플스테이와는 다르게 자율적인 프로그램 운영을 할 수 있었고 3일間 내 자신과 더욱 가까워지는 시간을 가졌다..
이러다가 매주 금요일마다 금선사로 찾아가게 되는 것은 아닌지 걱정스럽다..
시간과 상황이 허락한다면 아내와 세 살된 딸아이와도 함께 오고 싶다..
조금 시끄러워지긴 하겠지만.. -_-
위 체험후기는 한국불교문화사업단에서 실시한 '템플스테이 체험후기' 공모에 입선된 작품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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