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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생을 아름답게 마무리하기 위한 월호 스님의 두 번째 이야기 [문화] 글자크게글자작게

 

삶의 길목에서 만나는 가르침

치유의 글귀가 넘쳐나는 세상이다. 그러나 여전히 사람들은 고민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나는 왜 다른 사람보다 잘살지 못할까? 왜 늘 사랑에 실패할까? 왜 웃을 일보다 울 일이 더 많이 일어나는 것일까? 불행이 나에게만 닥친다고 생각하는 이들, 삶이 버거운 이들에게 월호 스님이 주는 메시지를 담은 책 <삶이 값진 것은 사라지기 때문입니다>가 도서출판 마음의숲에서 출간되었다.

쌍계사 승가대학 교수이자 불교TV 진행자였던 월호 스님은 2007년 <언젠가 이 세상에 없을 당신을 사랑합니다>에서 후회를 남기지 않고 완전연소하는 삶에 대해 이야기했다. 죽음에 대한 스님의 새로운 통찰에 독자들은 환호했고, 그해 베스트셀러에 오르며 ‘죽음 열풍’을 일으켰다. 이 책은 <언젠가 이 세상에 없을 당신을 사랑합니다>의 연장선상에 있다. 책에서 월호 스님은 우리가 삶의 길목에서 만나는 것들 즉, 분노, 불안, 걱정, 인연, 사랑이라는 키워드의 본질을 들여다보고 궁극적으로는 죽음이라는 삶의 마무리를 홀가분하게 할 수 있도록 이끈다.

의학의 발달로 기대수명은 점차 늘고 있지만 그에 반비례하여 우리 삶의 만족도는 떨어지고 있다. 한 조사결과를 보면 우리나라 국민이 느끼는 삶의 만족도 평균은 5점 만점에 20~44세 집단이 2.95점으로 가장 높았고, 45~64세가 2.92점, 65세 이상은 2.74점으로 거의 절반 정도밖에 되지 않는 만족도 수치를 보였다. 삶의 풍요를 누려야 할 황혼기에 도리어 걱정과 불안이 심화되고 있는 것이다. 스님은 이를 ‘달그림자를 보고 달을 자신의 물병에 담겠다며 우물 속으로 뛰어드는 어리석은 일’이라고 표현했다. 가족을 부양하는 것을 전부로 알고 살아왔지만 막상 은퇴할 시점이 되니 얻은 건 없고 가족의 사랑과 자신의 건강만 잃은 것 같은 마음이 든다는 것이다.

불안이라는 손님을 떠나보내라

스님은 이탈리아 말 ‘만자레, 칸타레, 아모레(mangiare, cantare, amore:먹고 노래하고 사랑하라)’를 들어 삶의 올바른 방향을 설명한다. 인생을 후회 없이 즐기며 아무것도 남기지 않고 죽는 것이 가장 행복한 삶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너무 많은 시간을 돈 버는 일에만 몰두하고 주변을 돌보는 일에 소홀한 채 살아간다. 스님은 인연의 끈은 지금 잡지 않으면 놓치게 된다고 충고한다. 그리고 내일을 기약하기보다 오늘 저녁을 함께하라고 권한다. 또한 오늘 불행한 사람이 내일의 행복을 찾을 수는 없다는 사실을 기억하라는 조언을 아끼지 않는다.

오늘날 사람들은 자신이 느끼는 불안감을 무언가를 의지하는 것으로 채우려 한다. 물질적 존재인 돈이나 술, 혹은 마약에 의지하여 일시적으로 편안함을 얻으려 하는 것이다. 혹은 종교적 존재인 절대자에게 기대는 사람도 있다. 그러나 월호 스님은 물질적이나 종교적으로 무언가에 의지해 편안함을 얻는 것은 본질적으로 다르지 않다고 말한다. 이런 외부의 조건은 언제 어떻게 변화할지 모르기 때문이다. 스님은 이것이 곧 나의 통제권을 벗어나는 것이라고 이야기한다. 그러므로 이런 행동들은 일시적으로는 채워질 수 있을망정 끊임없이 외부에 갈구하게 되는 결과를 낳게 된다는 것이다. 스님은 이렇게 말한다.

“내가 지금 느끼는 불안감은 모두 주인이 아니라 손님에 불과합니다. 손님을 보내 버리세요. 내가 주인이 되어 내 마음의 담벼락을 관찰하면 마음이 아무 데도 속하지 않음을 알게 됩니다.”

이처럼 월호 스님은 마음을 안정시키기 위해서는 나 자신의 그릇을 채워야 하며, 우리가 궁극적으로 추구해야 하는 안심은 자생적 안심이라고 말한다. 즉 스스로 터득하는 마음의 평화가 중요하다는 것이다.

반드시 죽는다는 것을 기억하라

이렇듯 자신을 돌보고 채우는 삶을 통해 궁극적으로 월호 스님은 ‘웰다잉’ 즉, 후회 없이 죽는 것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모든 사람들에게 죽음이란 두려운 존재다. 그러나 월호 스님은 죽음은 두려운 존재가 아니라 삶을 비춰주는 불빛 같은 것이라고 말한다. 그래야 지금의 삶을 바로 볼 수 있게 되기 때문이다.

스님은 죽음을 메멘토 모리(Memento mori)'라는 용어에 빗대어 설명한다. '반드시 죽는다는 것을 기억하라'는 것이다. 인간은 언제나 그의 생이 곧 끝나리라는 것을 알고 있지만 그럼에도 마치 그것을 알지 못하는 듯 시간을 낭비하며 살고 있다. 그러나 스님은 이는 마치 우리가 이 세상에 온 이유를 잊는 것과 같다고 말한다. 잘 먹고 잘살기 위해서 이 세상에 온 것이 아니라 생의 마무리를 잘할 수 있도록 아름다운 삶을 살아야 한다는 것이다.

또한 월호 스님은 우리가 어린 꼬마에서 어른이 되며 더 배우고 성장하듯이 인격과 품격도 성장을 거듭해야 한다고 말한다. 인격 또한 노력을 기울여 닦아 나가야 할 대상이라는 것이다. 스님이 말하는 성장의 첫 번째 단계는 이것이다.

‘우리 모두가 언젠가는 죽을 것이라는 생각을 할 때 우리는 한 뼘 성장할 수 있다.’

진정으로 죽음의 의미를 깨달으면 지금 이 순간의 소중함을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월호 스님은 이 책을 통해 살아있다는 것, 살아간다는 것의 숭고함을 온 몸으로 이야기한다. 돈 버는 일, 상처 받는 일, 시련 당하는 일, 고된 일, 미워하고 아파하는 일…. 스님의 말을 통해 수많은 삶의 존재놀이 앞에서 부딪히는 모든 것들이 얼마나 소중하고 갚진 것인지를 알 수 있다. 그리하여 지금의 삶은 단지 선고유예 받은 날들일 뿐이며 그 짧은 생을 살고 가는 이 세상에 우리는 사랑을 하기 위해 왔다는 사실을 온 몸으로 깨닫게 된다.

온전한 채움은 나눔에서 시작된다

그렇기에 월호 스님은 잠시 왔다 가는 생을 온전히 채우기 위해서는 나눔이라는 역설적인 행위가 필요하다고 이야기한다. 그리고 이것을 자신이 직접 겪은 사례를 통해 풀어놓는다. 스님이 불교TV와 라디오 방송을 진행했을 때의 이야기다. 한 노년의 남자분이 월호 스님을 찾아왔다. 이북에서 태어난 그는 여섯 살에 6.25전쟁이 일어나자 월남하여 편모슬하에 자라다가 병으로 어머니가 돌아가시고 나자 홀로 세상에 버려졌다고 했다. 폐품 수집에서부터 구두닦이, 신문팔이까지 안 해본 일이 없을 정도로 악착같이 돈을 벌어 지금은 빌딩도 여러 채 갖고 있는 부동산 재벌이었다.

그는 자신이 취미라고는 오직 돈 모으는 것, 특기는 돈 지키는 것뿐인 사람이라고 고백했다. 그와 50년을 같이 산 부인마저도 절약만 하며 사는 남편에 맞춰 살다 보니 통장에 아무리 많은 돈이 모여도 제대로 쓸 수 없어 부부 싸움도 많이 했다고 털어놨다. 쓰지 않고 모으는 것만이 기쁨이자 보람이고 취미였던 79세의 노인. 월호 스님에게 찾아온 지 얼마 되지 않아 그는 세상을 떠났다. 죽기 하루 전날도 자신의 빌딩을 바라보며 더 갖지 못한 것을 아쉬워했다고 한다.

죽을 때까지 자신이 가진 것들을 놓지 않고 죽은 그 노인을 위해 자식들이 동상을 세워 주었다. 그런데 어느 날 스님이 그 건물 앞을 지나다 동상 앞에 누군가 써놓은 글을 보았다. ‘빈 손’. 그 건물을 드나드는 사람들이 그 글을 보며 모두 쓸쓸한 미소를 지었다고 한다. 악착같이 모으며 살던 노인에게 그 말이 의미하는 게 무엇인지 사람들은 알았기 때문이다.

이야기를 전하며 스님은 말한다.

“큰 재산을 가지고 있다는 것은 좋은 기회입니다. 하지만 그것을 어떻게 사용하느냐에 따라 달라집니다. 오른쪽 주머니에 있는 돈을 왼쪽 주머니로 옮겨놓고 나서, 오늘은 내가 좋은 일을 했다고 말할 수는 없습니다. 본래 우리는 공수래공수거(空手來空手去), 빈손으로 왔다 빈손으로 가는 인생입니다. 이 옷 한 벌만 걸쳐도, 비 피할 집 하나만 있어도, 벌써 본전은 챙겼다고 생각해야 합니다. 이런 마음가짐으로 배짱을 갖고 베풀며 살아야 합니다.”

여기서 더 나아가 월호 스님은 새로운 21세기적 나눔에 대해 이야기한다. 꼭 돈을 나누는 것이 전부가 아니라는 것이다. 글이든 요리든 지식이든, 나누려고 결심한 그 마음가짐이 곧 시작이라고 말한다. 소외된 이웃을 동정하며 흘리는 눈물보다 신명나게 즐기고 웃는 와중에 나누는 새로운 나눔의 지평을 열어젖힌다. “흔히 나눔을 ‘복 짓는 일’이라고 합니다. 복이 넝쿨째 굴러 들어오도록, 웃으며 나누세요.”

이 책 《삶이 값진 것은 사라지기 때문입니다》는 자신이 겪은 수행의 시간을 통해, 또 불교방송을 오랫동안 진행하며 만난 수많은 사연을 통해 월호 스님이 느낀 삶의 비밀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그것은 후회 없는 마무리를 위해 오늘 이 순간을 살아야 한다는 것이다. 매일 불평, 불만으로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스님은 죽음이라는 단어를 통해 환기되는 삶의 생생함을 전하고자 한다. 그를 통해 죽음이란 또 하나의 깨달음이라는 사실을 알리고자 한다. 꽃은 지기 때문에 아름답고 우리는 언젠가 없어질 것이기 때문에 지금이 소중하고 아름답다는, 당연하지만 분명한 삶의 진리를 깨우치게 된다. 그리하여 독자들은 불행과 행복의 열쇠를 쥐고 있는 자기 자신을 더욱 소중히 하는 법을 알게 될 것이다.

지은이 소개

허를 찌르는 삶에 대한 통찰로 유명한 월호 스님은 동국대 선학과에서 박사학위를 받고, 쌍계사 조실 고산 큰스님 문하로 출가하였다. 불교방송 및 라디오를 오랫동안 진행하며 삶에 지친 이들의 사연을 숱하게 접했고, 이를 통해 잘 먹고 잘 사는 것보다 ‘잘 죽는 것’이 중요하다는 깨달음을 얻었다.

현재 쌍계사 승가대학 교수 겸 서울 중구 행불선원 원장으로서, 대중들에게 불교를 쉽게 접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경전교실, 힐링캠프 등 다양한 행사를 열고 있다. 최근에는 불교방송 홍연주 아나운서와 함께 불경을 스토리텔링과 결합한 강의 《삶은 환(幻)타지다》로 릴레이 강연을 하는 등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저서로 《언젠가 이 세상에 없을 당신을 사랑합니다》, 《행복도 내 작품입니다》, 《영화로 떠나는 불교여행》 등 다수가 있고 불교방송에서 했던 ‘십우도 강의’, ‘천수경 강의’, ‘법화경 강의’, ‘능엄경 강의’를 CD로 펴내기도 했다.

마음의숲 / 240쪽 / 1만 4000원

2013-04-04 / 42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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