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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동체대비와 중생구제 큰 발심하는 날로 만들어야” [법문/수행] 글자크게글자작게

 

봉축사

푸르른 신록 속에서 꽃들은 살며시 향기로운 우주의 문을 열고,
지저귀는 새들은 생명의 신비를 노래하는 봄입니다.
억겁의 세월에 한 번의 봄이야 찰나(刹那)에 불과하지만
지금 여기, 꽃피고 산 새 우는 순간이 바로 영원(永遠)이니
유아독존(唯我獨尊) 큰 소리에 모두가 참 생명을 얻는 부처님오신날입니다.

부처님께서는 온 누리가 빛이요, 뭇 생명이 삶의 주인임을 밝혀주셨습니다.
오탁(五濁)의 세상이 비록 더럽다 하나
실은 더러움에 물들지 않는 연꽃을 피우는 토양이듯이
더럽다거나 깨끗하다는 분별도 여읜 것이 바로 지금, 우리의 본래 면목입니다.

부처님은 어리석음에서 벗어나 깨달음에 이르는 길을 가르쳐 주셨습니다.
그 길 위에서 우리는 너와 내가 따로 없는 이웃이며 동반자입니다.
이런 이치를 알게 되면 은인과 원수가 어울려 태평가를 부르고,
부처와 중생이 함께 영산회상을 노래하니,
부처님의 자비 속에서 모두를 용서하고 이해하며 상생하는 대승적 화해의 길을 열어갈 수 있을 것입니다.

‘나’를 존귀하게 여기듯이, ‘남’ 또한 존귀한 존재임을 알아야 합니다.
우리 가족의 행복이 소중하듯이, 이웃의 행복이 소중함을 알아야 합니다.
나의 종교적 확신이 이웃에 대한 공격과 배타적 도구가 되어서는 안됩니다.
성스러운 가르침이 이웃에 상처를 주는 도구로 쓰여서는 안됩니다.
정치적 신념 또한 ‘나’를 드러내고 ‘남’을 구별하는 수단이기 보다는,
시민의 권리와 사회적 행복을 위한 정의의 길이어야 합니다.
모든 갈등은 나와 남을 나누고, 상대를 틀리다고 몰아세우는 것에서 시작됩니다.
상대가 아닌 ‘우리’가 되어 서로의 ‘다름’을 인정할 때 평화가 찾아옵니다.
나의 주장을 멈추고 상대방의 말에 귀를 기울일 때 소통이 시작되고
스스로를 조용히 관조하며 끝없이 되묻는 성찰이 새로운 관계를 이루어 냅니다.

대한불교조계종은 자성과 쇄신을 위한 걸음을 시작했습니다.
다른 곳에서 원인을 찾고, 남을 탓하기 보다는 스스로의 허물을 겸허히 성찰하여 종교적 가르침을 사회에 회향하며 국민과 함께 하고자 합니다. 수행, 문화, 생명, 나눔, 평화 등 5대 결사의 실천을 통해 한국불교가 새롭게 태어나고 국민들과 함께 더욱 밝은 광명의 세계를 만들어 나가기를 기원합니다.

기쁨으로 맞는 초파일.
우리 사부대중은 오늘을 동체대비와 중생구제의 큰 발심을 하는 날로 만들어야 하겠습니다.


불기 2555(2011)년 4월 초파일
대한불교조계종 총무원장 자승

2011-05-02 / 45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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