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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 바랑에 가득 쌓인 20년 전 절 풍경 [문화] 글자크게글자작게

 

불교신문 논설위원으로 활동해온 현진 스님의 《삭발하는 날》. 간결하고 담백한 문체로 절집의 소소한 일상뿐 아니라, 불교의 지혜와 교훈을 꾸준히 전달해온 저자의 첫 번째 수필집을 다시 낸다. 20대 젊은 수행자의 설익은 구도 일정이 인간적 고뇌와 함께 묻어나는 풋풋한 수행기를 여실하게 담았다. 삶의 철학과 진리도 쉽고 명쾌하게 풀어내 흡인력이 있다.

1. 현진 스님의 《삭발하는 날》

《산문 치인리 십번지》, 《잼있는 스님 이야기》, 《두번째 출가》부터 최근 몇 년간의 책《삶은 어차피 불편한 것이다》, 《오늘이 전부다》, 《번뇌를 껴안아라》까지, 군더더기 없는 문장으로 절집의 소소한 일상과 삶의 철학을 명쾌하게 풀어내어 두꺼운 팬층을 둔 현진 스님의 첫 책은 《삭발하는 날》이다.

현진 스님은, ‘내 글 쓰기의 시작은 〈해인〉지와의 인연 덕분’이라고 한다. 해인사 학인 시절에 월간지 〈해인〉에 글을 싣게 되었는데 독자들의 반응이 좋아서 일 년 이상 연재했다고. 그 일이 스님에게는 일종의 문단 데뷔가 된 셈이었는데, 그러한 인연으로 처음 엮어 낸 책이 《삭발하는 날》 초판이다.

이번에, 20년 전에 펴낸, 그때만 해도 알려지지 않은 절집 및 선방의 이야기들을 잔잔하게 소개하여 독자들의 큰 호기심을 채워준 《삭발하는 날》을 재출간하였다. 오래전 문투로 현대에 어울리지 않는 단어는 몇 바꾸고 조금 지루한 문장은 가볍게 첨삭을 하였다. 하지만 예나 지금이나 글 사이의 행간 읽기는 여전히 우리에게 흥미롭다. 저자는 책머리에서 이렇게 말한다.

개인적으로 이 책을 무척 아끼고 자랑스러워한다. 첫 수필집이라는 이유도 있겠지만 무엇보다 풋풋한 수행의 이야기들을 여실하게 담고 있기 때문이다. 책장을 넘길 때마다 오래된 일기장을 펼칠 때의 기분을 느낀다. 서툴지만 20대 젊은 수행자의 설익은 구도 일정이 인간적인 고뇌와 묻어나고 있다. 이제 인연이 도래하여 개정판을 세상에 내놓게 되었다. 세월이 지나면 모든 것은 빛바래고 추억이 되는 것이 세상 이치인데 기억해 주는 독자가 있어서 고마울 뿐이다.

2. 내용 안내

지금이야 각 사찰마다 템플스테이를 실시하고 또 많은 수행 프로그램을 진행하여 절집 생활이며 하루 수행이며 선방 정진을 직접 경험해 볼 수 있지만 《삭발하는 날》이 처음 출간될 때만 하더라도 산중의 절집 이야기는 알려진 바가 적었다. 책은 절집과 선방에서의 잔잔한 일상을 다섯 장으로 나누어 소개하고 있다. 젊은 구도자의 수행담에 일상의 번민과 갈등이 현진 스님 특유의 필력으로 잘 녹아들어 있어 행간을 읽는 재미가 크다.

제1장. 한철 정진 잘합시다

선방에서 초참(初參)을 지내던 때의 이야기이다. ‘선방’이란 말에서 느낄 수 있듯 한철 정진과 방부 들이는 일, 소임 이야기, 치열한 용맹정진 이야기, 그리고 해제날에 느끼는 그 시원함과 허탈함의 감정까지 읽을 수 있다. 정말 그랬을까 할 만큼 치열한 용맹정진과 수행 이야기 사이사이에서 우리는 젊은 수행자의 구도 심리를 읽는다.

제2장. 햇출가 햇스님

송광사에서 직접 밭일을 하면서 살던 율원 시절의 이야기인데, 꽤 재미나다. 김장 담그기라든지 감자 울력, 두견주 담그기, 원두 일기 등 대중생활의 즐거움이 물씬하게 드러나 있다. 대중생활 틈틈이 ‘나’를 돌아보는 수행 역시 빠지지 않는다. 따라서 읽는 독자들도 ‘나’를 돌아보게 된다.

제3장. 치문리 일기

막 출가하여 햇스님이던 학인 시절의 이야기이다. ‘삭발은 놓을 수 없는 수행의 한 부분이며 늘 챙겨야 하는 화두 같은 것이다. 얼렁뚱땅 살고 싶을 때마다 한번씩 내 머리를 만지면서 생각한다’라고 말하는 저자. 행주좌와(行住坐臥) 어묵동정(語묵動靜)이 모두 수행이 된다.

제4장. 혼자 하는 삭발

수행 생활 중에 느낀 여러 감상들과 절집의 차 생활에 관한 글들이다. 일종의 스님의 수행일지가 되는 셈인데 이는 저자의 수행 이력임과 동시에 여느 스님들의 일반적인 생활상이기도 하다. 짧은 단상은 긴 여운을 안고 있다.

제5장. 지대방 이야기

지대방에서 듣던 여러 스님들의 수행상이나 무용담을 엮어 냈다. 고준한 수행자의 모습, 꼭 그대로 닮고 싶은 노스님의 모습, 웃음과 깨침을 동시에 전하는 괴짜 스님들의 무용담은 읽는 재미가 쏠쏠하다.

가장 중요한 부분이다. 이 모든 글들이 무겁지 않다는 것이다. 글은 잔잔하면서 군더더기 없이 담박하면서 가벼우면서 무게감이 있다. 저자의 필력 덕분일 테다. ‘힐링’이 세상을 치료하는 있는 요즘, 현진 스님은 “요즘 ‘힐링’ ‘힐링’ 말하는데, 그 어려운 말 할 것 뭐 있어. 그냥 헐렁하게 살면 될 일이지. 헐렁. 얼마나 좋아”라고 말한다. 정확하게 맞는 말이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삭발하는 날》을 읽다 보면 빡빡한 ‘내’가 조금은 헐렁해진다. 참 매력적인 책이다.

지은이 소개

현진 스님은 <월간 해인> 편집위원과 불교신문 논설위원으로 활동하였으며, 그동안 간결하고 담백한 문체로 절집의 소소한 일상과 불교의 지혜와 교훈들을 독자들에게 꾸준히 전달해 왔다. 그의 글은 마치 사람을 앞에 두고 두런두런 이야기하듯 진솔하며, 또한 짧은 호흡의 군더더기 없는 문장으로 삶의 철학과 진리를 쉽고 명쾌하게 풀어내고 있어서 더욱 흡인력이 있다. 현재 충북 청원 마야사에서 정진하고 있다. 저서로는 《잼있는 스님이야기》, 《산문, 치인리 십번지》, 《두 번째 출가》, 《오늘이 전부다》, 《삶은 어차피 불편한 것이다》, 《언젠가는 지나간다》, 《번뇌를 껴안아라》 등이 있다.

담앤북스 / 280쪽 / 1만 3800원

출처 : 출판사 책 소개

2013-03-22 / 3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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