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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처님과 제자들은 어떻게 살았을까? [문화] 글자크게글자작게

 

부처님과 제자들은 무엇을 먹었을까?
부처님과 제자들은 어디서 살았을까?
부처님과 제자들은 무엇을 입었을까?

위의 질문에 가장 적절한 답이 들어 있는 불교 경전은 바로 율장이다. 율장에는 수행할 때의 의식주에 대한 문제뿐 아니라 어떤 사람은 출가자로 받아 주고 어떤 사람은 받아주지 않을 것인지, 어떤 사람에게 법을 설하고 어떤 사람에게 법을 설하지 않을 것인지, 수행자들끼리 다툼이 있을 때 어떻게 화해를 시키고 대중 앞에 참회를 시켰는지, 또 어디는 가고 어디는 가면 안 되는지까지 중요하지만 소소한 이야기들이 빼꼭히 담겨 있다.

이 책은 율장에 나와 있는 내용을 바탕으로 부처님 당시 부처님과 제자들이 어떻게 살았는지를 살펴본 책이다. 그런데 깨달음을 찾아 수행만 하는 이들에게 왜 이런 금지조항들이 생겼을까?

경전에 의하면 부처님이 깨달음을 얻은 후 10여 년 동안은 이런 율(律)을 제정할 필요를 별로 느끼지 못했다고 한다. 별 문제가 되지 않을 만큼 알아서 잘 지켰기 때문이다. 하지만 인도 전역에 ‘불교’ 열풍이 불자 사정은 달라졌다. 출가자의 숫자가 급증했기 때문이다. 왕족이나 관료에서부터 타종교에서 귀의해온 사람이나 군인, 상인, 심지어 살인을 저지른 사람이나 미성년자도 출가자 대열에 합류했다. 이러다 보니 이곳저곳에서 문제가 발생하고 교단 안에서 불만이 터져 나왔다. 불교 교단을 파괴할 목적으로 출가한 이(외도)도 생겨났고, 수행을 의도적으로 방해하는 이들도 생겼다.

교단뿐 아니라 출가자를 공경하고 받들던 일반 사회인들에게서도 불만이 터져 나왔다. 여염집 아내를 겁탈하는 음행을 범한 비구(수제나, 須提那)도 있었고 도둑질을 한 비구(단니가, 檀尼迦)도 생겼다. 어떤 집단의 비구들은 큰 거짓말을 해 사회 문제가 되기도 했다. 주인을 피해 달아난 노예를 찾아달라고 호소하는 사람, 군역을 피하기 위해 머리를 깍은 사람을 내놓으라는 국가 지도자 그리고 부모의 허락을 받지 않고 출가한 미성년자를 찾으러온 부모들도 있었다.

부처님은 깨달음에는 결코 귀천이 있다고 생각하지 않았지만 ‘교단’을 유지해야 하는 입장이 되어서는 이런 것이 큰 문제가 될 것임을 내다보았다. 재가자들의 보시에 철저히 의지해 수행 생활을 유지하는 ‘교단’은 결코 사회와 독립적으로 존재할 수 있는 존재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사회로부터 지탄을 받는 조직에 보시를 할 사람들은 아무도 없었다. 실제 어떤 사건이 터지자 재가자들이 출가자들을 비난하며 보시를 거부한 일까지 생기기도 했다.

하지만 새로 출가한 자는 어떻게 처신해야 할 것인지에 대한 훈련이 부족했을 것이며, 그 중에는 전혀 자각이 없는 자도 있었을 것이다. 그래서 비구나 비구니가 한 가지씩 잘못을 범했을 때마다 부처님께서는 한 가지씩 율을 제정했다. 흔히 수범수제(隨犯隨制-죄가 하나씩 발생할 때마다 율을 하나씩 정하는 것)라고 하는 것이다.

율장 안에는 이렇게 각각의 율이 제정되게 된 연유가 남겨져 있다. 숲속 깊은 곳에서 조용히 선정에 든 비구니가 겁탈을 당하자 비구니는 숲에 들어가 수행하지 말 것을 제정하기도 했고, 갓 출가한 아버지와 아들이 같이 탁발을 하자 이를 비난하는 재가자들이 생겼고 이에 따라 아들이 성년이 될 때까지는 같이 탁발을 금지하는 율을 만들기도 했다.

이 책은 이렇게 율장에 적힌 내용을 바탕으로 부처님 당시 부처님과 제자들이 어떻게 생활했는지 알 수 있는 내용들이 잘 녹아져 있다.

이 책은 크게 출가, 수행, 생활, 사찰, 행사, 계율 등 총 여섯 개의 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출가 편에서는 어떤 이를 출자가로 받아줄 것이며 어떻게 수계를 받고 어떤 사람을 은사로 정하고 어떻게 교단에서 화합할 것인가에 대한 내용들이 들어 있다. 부모의 허락을 받았는지, 밀린 빚은 없는지, 노예는 아닌지, 성불구자나 동성애자가 아닌지, 몰래 비구 행세를 하려는 자가 아닌지 등 율장 곳곳에 나타난 출자자의 조건들은 흥미롭다. 이런 규정 대부분은 2,600년이 지난 현재까지 한국의 대표 불교 종단인 조계종에서도 그대로 출가자를 선별하는 기준으로 차용하고 있다.

수행 편에서는 당시 수행자들이 얼마나 혹독하고 엄한 규율 속에서 수행을 했는지 엿볼 수 있는 글들이 들어 있다. 시주의 은혜를 잊지 않기 위해 부처님이 제자들에게 가르치는 장면은 감동적이다. 이밖에 어느 날 해가 저물고 비오고 천둥치는 험한 날씨에 한 비구가 임신한 장자부인의 집에 걸식을 하러 갔다가 부인이 그만 비에 젖은 비구를 보고 놀라 낙태를 하자 오전에 탁발을 마칠 것을 이야기 하는 장면 등은 흥미롭다.

생활 편에는 가사나 발우 그리고 운력에 대한 내용들이 들어 있다. 가난한 집이나 부잣집이나 구별 없이 탁발을 나가야 한다는 내용부터 남은 음식을 어떻게 처리할 것인가, 탁발을 하지 못한 수행자를 위해 이를 어떻게 분배할까에 대한 내용까지 먹고 입는 문제 등에 대해 부처님이 제자들에게 지시한 내용들이 들어 있다.

사찰 편은 주로 주거에 대한 문제들을 다루고 있다. 방은 어떻게 배치했으며 사원을 유지하기 위해 재가자들의 보시가 들어왔을 때 어떻게 처리해야 하는지 등이 들어 있다.

행사 편은 주로 포살과 자자 등 수행자가 잘못을 범했을 때 어떻게 처신해야 하는지 등의 내용이 담겼다.

마지막으로 계율 편은 부처님 당시의 율이 현대에 어떻게 지켜지고 있고 어떻게 변천되어 있는지 등의 내용을 담았다.

이 글들이 모두 관통하고 있는 지점은 먹고, 입고, 자고, 사람을 만나는 것 모두가 수행의 일환이었다는 것이다.

불광출판사 /  12,800원

저자 원영 스님
1974년 충남 부여에서 태어났다. 1991년 해인사 비구니 종묵 스님을 은사로 입산하였다. 운문사승가대학을 졸업하였고, 내원사 선원에서 수선안거를 마친 뒤, 일본으로 유학을 떠났다.
일본 하나조노(花園)대학에서 「범망경 자서수계에 대한 연구」로 2005년 석사학위를, 동대학원에서 「대승계와 남산율종」으로 2008년 박사학위를 취득하였다. 학위 취득 후, 중국에서 중국어와 티베트어를 공부했으며, 같은 해 귀국 후 2009년부터 현재까지 동국대 선학과 강사, 대한불교조계종교육원 불학연구소 상임연구원으로 연구 활동 중이다. 

출처: 불광출판사 리뷰

2011-02-28 / 36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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