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약 수천 년의 시공을 건너 붓다와 다윈이 만나게 된다면, 그들은 과연 무슨 이야기를 할까? 그들의 지식과 지혜는 어떤 지점에서 서로 만나고, 또 어떤 부분에서 서로 대립하며 치열하게 논쟁하게 될까? 불교와 진화론의 접점에서는 어떤 지식이 새롭게 발생할까? 아니, 애초에 그들에게 과연 ‘접점’이라는 것은 과연 생겨날 수 있는 것일까?
이 책은 우리 시대 최고의 면역학자, 불교학자, 생물학자, 철학자, 과학기술사학자가 학문과 종교의 경계를 넘나들며 불교와 진화론의 관계와 그에 대한 담론을 풍부하게 담고 있다. 또한 불교와 사회생물학, 현대 진화론의 논쟁, 기독교와 진화론의 역사, 진화론이 철학에 미친 영향 등에 대해 깊고 넓게 서술하고 있기도 하다.
얼핏 보기에 불교와 진화론만큼이나 관계가 멀어 보이는 것들도 드물다. 우리의 상식에 비추어 볼 때 불교는 참선과 명상 등의 이미지가 연상되는 ‘조용한’ 동양의 종교이며, 진화론은 인간을 하나님의 아들에서 원숭이의 후손으로 떨어뜨린 ‘냉정한’ 서양의 종교이기 때문이다.
이 책에 수록된 생물학자 최재천의 글에 따르면, 세계적인 심리학자 폴 에크먼이 달라이 라마에게 다윈에 관한 내용을 들려주자 달라이 라마는 “이제부터 나는 스스로를 다윈주의자라 부르리라” 라고 화답했다고 한다. 에크먼은 어떤 이야기를 했고, 달라이 라마는 왜 그렇게 대답했던 것일까?
하지만 필자들은 불교와 진화론의 단순한 유사성을 넘어 그것들이 만나는 지점과 만나지 못하는 지점들을 예리하게 지적하기도 한다. 뿐만 아니라 각 학자들이 자신의 영역에서 불교와 진화론, 과학과 종교의 역사와 현황, 논쟁을 풍부하게 소개하고 있어 책의 가치를 더한다.
궁극적으로 이 책은 불교와 진화론의 관계를 넘어, 종교와 과학, 철학의 관계에 대해 깊은 통찰을 제공하고 있어 독자들은 진화론과 철학, 종교, 과학 역사 등에 대한 학자들의 독창적이고 빛나는 생각들을 만날 수 있게 될 것이다.
다윈 탄생 200주년이자 대표작 '종의기원' 출간 150주년인 2009년 11월 대한불교진흥원에서 열린 '불교화 사회 포럼' 학술대회의 성과물을 엮은 책이다.
<서울대출판문화원, 308쪽, 1만6천500원>
출처 : 출판사 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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