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계종 종정 도림 법전 대종사가 불기 2554년 11월 20일(음력 10월 15일) 동안거(冬安居) 결제일(結制日)을 맞아 전국의 수행납자(修行衲子)들을 분발토록 격려하는 법어를 내렸다.
법전 대종사는 “참선공부는 한 땀 한 땀 하는 것이 아니라 한 순간에 온 천지를 불태워버리는 공부법”이라며 “결제라고 하여 고요한 경계에만 스스로를 묶어두려고 해서는 안 될 것이며, 활발발한 선기(禪機)를 드러내지 못한다면 썩은 물에 잠겨있는 것과 진배없다.”며 치열한 정진을 당부했다.
동안거는 하루 전날인 19일(금) 저녁 결제대중들이 모인 가운데 각자의 소임을 정하는 용상방(龍象榜)을 작성하고, 20일(토) 입제 당일 오전 10시경에는 사찰별로 방장 스님, 조실 스님 등 큰스님을 모시고 결제법어를 청한 후 3개월간의 참선정진에 들어간다.
조계종에서는 매년 전국 100여 개 선원에서 2,200여 명의 수좌 스님(참선수행에 전념하는 스님)들이 방부(안거에 참가하겠다는 신청 절차)를 들여 수행에 매진하고 있으며, 일반사찰 스님과 신도들도 동안거 기간 동안에는 함께 정진한다.
안거(安居)란 동절기 3개월(음력 10월 보름에서 다음해 정월 보름까지)과 하절기 3개월 (음력 4월 보름에서 7월 보름까지)씩 전국의 스님들이 외부와의 출입을 끊고 참선수행에 전념하는 것으로, 출가수행자들이 일정한 기간 동안 한 곳에 모여 외출을 삼가하고 정진하는 것을 말한다.
다음은 법어 전문
조계종 종정 도림법전 대종사
경인년 동안거 결제 법어
마치 대지 전체를 불붙인 순간처럼
다시 동안거 결제를 맞이하였습니다. 석 달의 기간이 차면 결제가 끝나는 해제일이 오겠지만 그 공덕은 시작과 끝이 없다는 것도 알아야 합니다. 반드시 만리 전체가 하나의 쇳덩어리인 듯이 여기면, 오로지 본래부터 참구하며 죽음을 무릅쓰고 대결해야할 화두만 있을 뿐입니다. 깨달을 수 있는 것인지 깨닫지 못할 것인지조차도 따지지 말아야 할 것이니 하물며 다른 것을 말해서 무엇하겠습니까? 참선공부는 한 땀 한 땀 하는 것이 아닙니다. 한 순간에 온 천지를 불태워버리는 공부법입니다.
결제라고 하여 고요한 경계에만 스스로를 묶어두려고 해서는 안 될 것입니다. 활발발한 선기(禪機)를 드러내지 못한다면 썩은 물에 잠겨있는 것과 진배없습니다. 썩은 물에 잠겨서 썩은 물 인줄도 모르고 편안하게 안주하려고 한다면 그것은 제대로 간화선을 공부하려는 납자가 아닙니다. 공부를 함에 시끄러운 것을 피하여 고요한 곳으로 가서 눈을 감고 가만히 앉아서 귀신의 굴 속의 살림살이를 지어서는 절대로 안 될 것이며 혹여 이것을 공부라고 여겨서도 절대로 안 될 것입니다. 옛 선사들은 이것을 흑산 밑에 앉아서 썩은 물에 잠겨있는 상태라고 말했습니다. 그렇게 한다면 무슨 공부를 제대로 이룰 수 있겠습니까?
앞으로 한걸음 나아가는 것이 뒤로 한 걸음 물러나는 것만 못할 때도 있습니다. 하지만 앞으로 한걸음 나아가도 죽을 것이며 뒤로 한 걸음 물러나도 죽을 경우도 있을 수 있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나아가지도 않고 물러서지도 않는다면 이것 역시 썩은 물에 잠겨 죽는 신세를 면하지 못하게 될 것입니다.
진퇴양난의 이런 곤경에 처한 몸을 벗어나게 하는 길을 삼동 결제동안 반드시 찾아내야 할 것입니다.
대해번신(大海番身)한다면 불방탈쇄(不妨脫?)하리라 바다에서 몸을 완전히 뒤집는다면 틀림없이 속박의 때를 벗어나리라.
불기 2554(2010)년 동안거 결제일에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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