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리는 전동차는 급브레이크를 걸어도 금세 멈추지 못하고 수차례 흔들림을 반복합니다. 우리의 행동도 달리는 전동차와 비슷한 점이 있습니다. 어떤 행동이든 그 행동만으로 끝나는 일은 없습니다. 틀림없이 앙금이라든가 여파라든가 파문(aura) 등으로 표현할 수 있는 어떤 것을 남기게 됩니다.
저자는 이렇게 우리 마음속에 켜켜이 쌓인 앙금이나 파문들이 카르마라고 주장합니다. 생명은 이 에너지를 이용하여 몸을 움직인다든가, 말을 한다든가 하게 됩니다. 마음속에서 무언가를 생각할 때도 이 에너지가 사용됩니다. 이 에너지는 우리들의 잠재의식 깊은 곳에 숨어 있습니다.
그런데 이 에너지 중 마이너스(-) 카르마를 만드는 것이 바로 번뇌입니다. 우리들의 잠재의식에는 이제까지 겹쳐온 감정, 즉 번뇌의 에너지가 대량으로 고여 있어서 조건만 구비되면 와장창 솟아올라 와서는 우리들의 마음을 점령합니다.
번뇌에너지, 즉 과거에 쌓은 카르마에 조종되는 대로 산다면, 우리들은 조금도 바라는 대로 살 수가 없습니다. 담배를 끊으려고 해도 끊을 수 없고, 사람들에게 다정하게 대해주고 싶은데도 다정해지지 않고, 잠자고 싶은데도 잠들지 못하고, 긴장할 일이 아닌데도 흥분하고….
그러나 뒤집어 보면 이런 것들은 번뇌를 조절하는 테크닉을 익힌다면 충분히 해결이 가능한 것입니다. 즉 잠자야 될 때에는 두말없이 풍덩 잠에 빠지고, 긴장하기 싫을 때는 여유를 가지고, 이런 식으로 마음이 바라는 대로 스스로를 조종할 수 있게 됩니다.
이 책은 이런 번뇌를 소재로 하고 있습니다. 번뇌 중에서도 가장 강력한 욕심, 혐오, 무지에 대해 주로 다룹니다.
욕심은 쾌감을 주는 것으로 더 끌어 들이려고 하는 인력의 에너지를 갖고 있고, 혐오는 불쾌한 대상을 배제하려고 하는 반발력의 에너지를 그리고 무지는 현실로부터 뇌 안의 망상에 도피하려고 헤매는 힘으로 뇌 안에서 빙글빙글 계속 회전하는 망상의 회전 에너지를 갖고 있다고 저자는 주장합니다.
무거운 주제이지만 1978년생 신세대답게 글과 그림이 말랑말랑하게 전개됩니다. 모두 93개의 에피소드로 구성된 이 책에는 우선 각 에피소드마다 네 컷짜리 만화가 제공됩니다. ‘동자승’, ‘비둘기’, ‘속물군’, ‘환멸선생’ 등으로 명명된 등장인물들은 네 컷짜리 만화 속에서 각각 욕심과 혐오 그리고 무지를 가감 없이 드러냅니다. 만화에 이어 전개되는 글 속에서 이 신세대 스님은 일상에서 일어나는 각종 번뇌에 대한 설명뿐 아니라 그것을 찬찬히 바라보고 마음챙김하는 방법에 대해 상세히 설명합니다.
하지만 그런 설명이 무슨 도를 설명하는 것처럼 어렵지 않습니다.
신, 구, 의의 삼업 중 마음은 최초로, 초속으로 생깁니다. 그 마음이 유해한 내용을 생각하지 않도록 마음 자체를 조율하는 게 최선입니다. 하지만 이미 나쁜 마음이 생겼다면 그 마음이 말이나 행동으로 현실화되기 전에 ‘싹뚝’ 절단하실 것! 느긋한 3초의 기다림 속에 유해함이 중화되어 아름다운 말이 나올 겁니다. - 「3초관」 중
번뇌를 발생시키는 것이 나올 때 저자는 3초만 참아볼 것을 권합니다. 그 이유와 방법 역시 명쾌하고 실천적입니다.
휴대전화의 문자 착신음이 나면 반사적으로 손에 들고 싶어도 3초를 세고 나서 든다. 여기서 잠깐 마음에 여유가 생깁니다. 그렇게 하면 이제까지 우리가 얼마나 ‘파블로프의 개’처럼 착신음에 예속되어 있었던가가 이해될 겁니다. 천천히 휴대전화에 손이 가는 동작이 느긋하고 아름다워서 틀림없이 옆에 있는 사람을 황홀하게 만들 것입니다. 배가 고파 냉장고를 급하게 열고 싶을 때도 3초를 세면서 ‘아~ 냉장고를 열고 싶구나’라고 자기를 보고나서 열기로 합시다. 그러면 냉장고를 여는 동작이 얌전하고 아름다운 것이 됩니다. 또는 ‘열지 않아도 됐어.’ 하는 생각이 들지도 모릅니다. 특히 이런 실천을 권하고 싶은 때는 가까이에 있는 사람에 대하여 뭔가 부정적인 말을 하고 싶어졌을 때입니다. 대개 3초 기다리는 동안에 부정적인 말을 하고 싶은 욕구는 거품처럼 꺼져버립니다. - 「3초면 되는 불교입문」 중
저자의 이야기는 인스턴트 시대를 살아가는 (일본의) 요즘 세대 특히 젊은 세대에게 큰 반향이 있었습니다.
저자는 도쿄대를 졸업한 재원입니다. 그는 2003년 학교를 졸업하고 출가해 동경에 있는 게쯔도꾸지의 주지를 맡고 있을 뿐 아니라 가출공간(http://iede.cc/)이라는 카페를 만들어 젊은이들과 소통하고 있습니다.
저자는 자신의 인터넷 카페에서 젊은이들이 마음을 잘 챙길 수 있도록 자신이 그린 만화를 한 컷씩 올리기 시작했고 폭발적인 인기를 얻었습니다.
이 책 『번뇌 리셋』은 그 카페에 올라왔던 그림 그리고 글을 ?탕으로 만들어진 것입니다.
출간 당시는 물론 현재까지도 일본의 아마존닷컴을 비롯해 각종 온오프라인에서 큰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스트레스로 고민하는 현대인을 위해 꼭 추천하고 싶은 책입니다.
<불광출판사, 304쪽, 1만 38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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