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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채근담에 시적 명상을 더해 풀어낸 에세이집 [문화] 글자크게글자작게

 

천양희 지음 《간절함 앞에서는 언제나 무릎을 꿇게 된다》

이 책에는 홍자성의 채근담, 그 이상의 채근담이 들어있다.

소월시문학상, 현대문학상, 박두진문학상, 이육사문학상, 대한민국문화예술상 문학부문, 만해문학상 등을 수상하며 한평생 오로지 시를 ‘살아온’ 노시인이 일상 속에서 오래 음미했던 채근담의 핵심 구절에 시적 명상을 더해 풀어낸 에세이집이다.

각 편마다 시인의 깊고 방대한 독서 편력과 지난 삶의 절절한 체험이 녹아있어 독자들이 그 교양의 내공을 전해받고 생각의 여백을 넓히도록 한다. 산문과 시가 함께 어우러지고 무르익은 노시인 특유의 언어적 기지는 은은하고도 찰진 재미를 준다. 본문 중, 시인과 편집진이 가려 실은 34장의 사진은 각각의 이야기에 잘 어울리는 시적 에스프리 의 컷컷이다. 독자는 한 편 한 편의 글을 읽은 직후 사진을 보며 색다르고 웅숭깊은 성찰을 한 번 더 할 수 있을 것이다.

시인은 말한다. “내 인생에서 채근담이 없었다면 나는 결코 오늘의 나를 만들 수 없었을 것입니다.” 그렇듯 채근담과 함께 해온 시인의 평생이, 마침내 나침반과도 같은 아포리즘 문장으로 새로운 채근담을 써냈다. 그것이 바로 이 책이다.

채근 - 푸성귀 채菜와 뿌리 근根, 즉 우리 마음의 뿌리를 살펴보고 그 근기를 바르고 든든히 하자는 이야기가 채근담의 본뜻이라면, 이 책은 그 마음의 뿌리에 노 여류시인의 시적 직관과 성찰, 그리고 평생의 독서 편력이 더해져 있다.

“내 인생에서 채근담이 없었다면 나는 결코 오늘의 나를 만들 수 없었을 것”이라 말할 정도로 채근담의 명구절을 되풀이 음미해온 시인은 이제, 일반 독자들에겐 다소 맨송맨송하고 그저 지당하신 말씀일 뿐인 고전 채근담에 특유의 언어적 기지와 지성을 녹여 새로운 채근담을 빚어낸 것이다.

그렇기에 이 책에는 보석 같은 아포리즘 문장들이 처처에 빼곡하다.

“내 그대를 찬양했더니 그대는 그보다 백 배나 많은 것을 내게 갚아주었도다. 고맙다, 나의 인생이여“ 라고 마지막까지 인생을 찬미한 미셸 투르니에의 묘비명이 있는가 하면, 두 이파리가 하나로 붙어있는 은행잎을 보고 “오, 동양의 신비한 조화여!”라고 했던 괴테의 감탄이 들어있다.

“꽃잎 속을 뚫고 가니 말발굽도 향기롭다”고 했던 조선의 시인 이달의 시 구절을 소개하기도 하고,

“자기 집의 개와 닭이 집을 나가면 떠들썩하게 찾으면서 자기의 마음이 밖으로 나간 것은 찾으려고 생각지도 않는다”는 맹자의 말을 빌어 뭇 사람들에게 일침을 놓기도 한다. 채근담 핵심 구절과 함께, 동서고금의 고전 명저를 주유한 시인의 내공이 쉴 새 없이 펼쳐지는 것이다.

그에 더하여, “수챗구멍에 뜨거운 물을 함부로 버리지 마라. 그 속에 살고 있는 미물들이 죽는다”고 했던 시인 자신의 어머니 말씀이나 스님이 된 어릴 적 친구, 그리고 절집의 오동나무 말을 알아들은 어느 부인의 이야기 등, 속 깊은 지혜와 사랑을 구체적인 인생 체험으로 드러낸다.

지혜의 숲을 거닐다 보면 우리 정신의 키는 훌쩍 자라고, 알지 못하는 새 거인의 어깨 위에 올라 세상을 더 멀리 내다 볼 수가 있게 된다. 시인 천양희는 채근담의 어깨 위에 올라 새로운 채근담, 《간절함 앞에서는 언제나 무릎을 꿇게 된다》를 써냈고, 이제 우리에게 자신의 어깨 위로 올라오라 한다. 채근담을 딛고 선 천양희의 어깨 위에서 내다보는 세상은 과연 어떤 모습일까? 거기서 맛보는 위로와 용기는 얼마나 웅숭깊을 것인가. 그래서 이 책은 ‘늙은 여류시인의 눈’이라 할 수 있다.

시인 박인환이 다시 살아 이 책을 접한다면, “한 잔의 술을 마시고 늙은 여류‘시인’의 눈을 바라보아야 한다”고 하지 않을까.

저자 천양희 시인이 소월시문학상, 현대문학상, 박두진문학상, 이육사문학상, 대한민국문화예술상 문학부문, 만해문학상 등 다수의 문학상을 수상한 데는 다 그만한 이유가 있었음을 우리는 이 책을 통해 짐작할 수 있다.

지은이 소개

지은이 천양희 시인은 1942년 부산에서 7남매 중 막내로 태어나 대가족 속에서 자랐다. 이화여대 국문과를 졸업하였으며, 초등학교 때 선생님의 한마디에 시인이 되려는 꿈을 꾸었다. 그리고 1965년 박두진 시인의 추천으로 〈현대문학〉을 통해 그 꿈을 이루었다. 소월시문학상, 현대문학상, 박두진문학상, 공초문학상, 대한민국문화예술상(문학 부문) 등을 수상했으며 지은 책으로는 시집 《마음의 수수밭》, 《오래된 골목》, 《너무 많은 입》 등과 산문집으로 《직소포에 들다》, 《시의 숲을 거닐다》, 《내일을 사는 마음에게》 등이 있다.

처음 세상에 내놓은 시에는 세상에 대한 불화로 고통스러워하는 내용이 담겨 있었지만 점차 삶이 지니는 근원적 조건에 대한 치열한 탐색을 보여준다. 부모에 대한 기억, 젊은 날의 고통과 상처, 슬픈 모정 등 삶의 고통을 시로 승화시켜 많은 이들에게 공감을 얻고 있는 시인이다.

모루와정 / 200쪽 / 1만 2500원

출처 : 출판사 책 소개

2013-03-13 / 35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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