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화, 문자메시지, 메일로 빠르게 안부를 주고받는 요즘 세상에 편지글을 모아 엮은 서간집 출간은 드문 일이다. 특히 수많은 사람들이 수십 년 동안 보내온 편지를 모아 책을 엮는 일은 더더욱 드문 일이라 할 수 있다.
이 책은 1950년대부터 최근까지 명성 스님에게 보내온 편지 중에서 148편을 가려 뽑아 엮은 것이다.
운문승가대학 졸업생과 학인들, 스님, 수녀님, 신부님, 목사님, 불자, 일반인 등 명성 스님과 제자, 스승, 도반으로 인연한 분들의 진솔한 편지글을 통해 명성 스님의 삶과 철학, 당시 시대상을 알 수 있다. 특히 별록으로 성능, 운허, 관응, 광덕, 숭산, 법정 큰스님 등이 보내오신 해묵은 편지를 함께 편집하여 그 생생한 감동을 더했다.
“명성이가 영원히 비구니의 강사가 될 만한 자재(資材)이니 사양 말고 일생으로 비구니의 지도자가 되기를 바란다.”(성능 스님)
“앞으로 포교선상에 진출하려면 『생명의 실상』을 다독할 필요가 있으니 허수히 알지 말고 꼭 읽도록 하여라.”(관응 스님)
“명성 스님은 참으로 귀한 우담발화와 같은 화중생련(火中生蓮)의 존재”(대은 스님)
“스님과 같이 착실하고 모범적인 스님네가 끊임없이 속출하여 스님의 뒤를 따라 새로운 체제 밑에서 새로운 조직을 가지고 새로운 불교로 발전시켜야 할 것.”(숭산 스님)
이러한 큰스님들의 바람대로 명성 스님은 한평생 비구니 제자 교육을 통한 불교 발전에 심혈을 기울였다.
“운문사를 졸업한 제자 분들의 학비만으로도 힘이 드실 텐데, 불초한 저까지 마음에 거두어 주셔서…”(본각 스님)
“스님께 감사한 것은 일불 제자로 천 명의 제자에게 평등한 점입니다. 굽은 것은 굽은 대로 쓰시고 모난 것은 모난 대로, 적재적소에 사람을 쓰실 줄 아는 지혜를 배우겠습니다. 넘치지도 않고 모자라지도 않게 물물이 각득기소(各得其所)하도록 말입니다.”(운문사 학인스님)
“자기 자신을 존귀하게 여기라는 말씀, 큰 생각을 갖고 살라는 말씀, 항상 아끼지 말고 보시를 크게 해야 크게 받는다는 말씀 등. 막연하게 생각되었던 자기 자신에 대한 문제들에 구체적 해답을 던져주신 말씀들이었습니다.”(화엄반 학인 스님들)
위의 편지에서도 스님의 면모가 고스란히 담겨 있다. 본각 스님은 봉녕승가대학 출신인데도 학비를 챙겨주실 정도로 공부하는 스님들을 귀히 여기고 독려하신 명성 스님, 모든 제자들을 평등하게 대하시면서 이끌어주신 점에서도 스님의 넉넉한 자락, 한국 비구니 승가 발전을 위한 인재 양성의 큰 원력을 알 수 있다. 한편 아낌없는 나눔, 보살행을 실천하는 스님의 삶이 편지에 투영되어 있어 읽는 이로 하여금 가슴 뭉클한 감동을 일으킨다.
“보내주신 찻감 감사히 받았습니다. 누나 같은 정성에 차라리 숙연해집니다. (중략) 이런 물건들 받을 때마다 느낀 건데 나는 스님께 아무 것도 못 주고 있는데 자꾸 받기만 한다는 느낌입니다. 고맙고 기쁘면서도 염치가 없다는 생각입니다.”(법정 스님)
“아기자기하게 온갖 것을 다 챙겨 보내신 스님의 보따리를 보며 스님의 자상하신 마음을 헤아렸습니다.”(자광화 보살)
법정 스님이 보낸 66편의 편지 중에서 이 책에는 네 편을 담았는데, 법정 스님과 자광화 보살의 편지에서 볼 수 있듯 명성 스님의 정성 어린 보따리는 수많은 사람들의 마음을 풍요롭게 해 주었다.
이 책은 편지글 모음집이기에 주로 찬탄,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 있다. 하지만 수많은 사람들이 수십 년 동안 보낸 한 편 한 편의 편지 내용을 살펴보면 명성 스님의 삶이 그대로 담겨 있다. 실로 편지의 내용을 이으면 그대로 명성 스님의 일대기가 될 정도다.
명성 스님의 삶을 깊이 있게 이해하는 데 이보다 더 좋은 것이 없기에 자료적 가치도 크다. 이 책을 읽으면서 평소 스님의 가르침, 진솔한 삶의 향기, 그 당시의 모습을 회상하다 보면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흐뭇한 미소가 흐르고 영혼이 맑아질 것이다.
<불광출판사, 316쪽, 1만 8000원>
기사 출처 ; 불광출판사 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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