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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수 스님 49재 법어 [종합] 글자크게글자작게

 

문수스님 영전에 두 손 모아 스님의 왕생극락을 간절히 기원합니다.

사부대중 여러분!

우리 모두에게 뭇 생명의 존엄성을 일깨워주기 위해 자신의 몸을 바친 문수스님의 소신공양은 한국 불교 역사에서 그 유례를 찾아보기 어려운 보살행입니다.

문수스님은 마지막 떠나는 순간까지 뭇 생명을 위해 아무것도 해줄 수 없는 현실을 부끄럽게 여기며 깊은 고뇌를 거듭했습니다. “내 한 몸 희생하여 다른 생명들을 구할 수 있다면 이 육신을 태워 불보살님과 법계 중생 모두에게 공양을 올리겠다”는 결심을 했습니다. 비록 아직 젊은 스님이지만 보살의 원력을 갖추지 않고서는 내리기 어려운 결정이고 행동이었습니다. 스님은 소신을 통해 관세음보살님의 자비와 지장보살님의 원력을 함께 지니고 실천에 옮긴 대보살로 거듭났습니다.

여러분!

의상조사께서 《법성계》에서 설파하셨듯이, 하나 안에 여럿이 들어 있고, 여럿이 곧 하나입니다. 작은 티끌 안에 삼천대천세계가 다 들어있습니다. 그 누구도 자기 혼자 존재할 수 없다는 것은 결코 변할 수 없는 진리입니다. 그러나 어리석은 우리는 “나 혼자만 잘 살 수 있다”는 미망에 빠져서 자기 이외의 존재가 어떤 어려움을 겪든 애써 무시하고 때로는 그들을 죽음으로 내모는 일까지 서슴지 않고 저지르고 있습니다.

산과 들에서 푸른 초목이 사라지고 강물과 바닷물이 썩어 그 안에 생명이 살 수 없게 되면, 우리 인간도 온전히 살아남을 수 없다는 경고가 현실로 다가오고 있는데도 어리석은 탐욕의 발길을 멈추지 않고 있는 것입니다. 이에 스님은 “4대강 사업을 중지, 폐기하라”, “부정부패 척결하라”, “가난하고 소외된 이들을 위한 정책을 시행하라”는 유지를 남긴 것입니다.

문수스님!

스님은 우리들에게 ‘생명 살림’과 ‘더불어 사는 조화로운 세상’이라는 큰 화두를 전해주었습니다. 이제 스님의 할과 방에 정신을 차린 많은 사람들이 스님의 거룩한 보살행을 가슴에 새기고 교훈으로 삼으며 가르침을 실천하기 위해 애쓰고 있습니다.

여러분!

오늘 문수스님 49재를 맞아, 우리 사회가 스님의 뜻과 원력을 깊이 성찰하고 생명존중과 상생공영의 큰 흐름에 동참하게 되기를 기원합니다. 그리고 사회 구성원 모두 이웃의 말을 귀 기울여 들으며 “세상과 내가 결코 남이 아니다”는 자타불이(自他不二)의 진리를 몸과 마음에서 놓지 않게 되기를 바랍니다. 산은 산대로 물은 물대로 각각의 본성에 맞고 여여하게 인간과 어우러져 우리 후손 만대에 길이 전해져야 합니다. 자연과 인간이 조화로운 질서를 깨뜨리지 않도록 철저한 점검이 필요합니다. 개발은 이러한 정신에 어긋남이 없어야 하며 많은 국민들의 지혜에 기반하여 그 해답을 찾아야 합니다. 우리사회 곳곳에 남아있는 악습을 버리고 소외되고 어려운 이웃과 함께 일어설 수 있도록 스님의 정신을 이어가야 하겠습니다.

마지막으로 문수스님 영가에 드립니다.

영가여!

스님은 “깨달음을 구할 때까지는 이 자리를 떠나지 않겠다”는 결의로 3년 동안 산문 밖을 한 차례도 나가지 않고 하루 한 끼 공양만 하면서 참선 정진했던 참 수행자였습니다. 그러나 깊은 자비심에서 자신의 수행을 버리고 뭇 생명을 구하기 위해 소신공양을 올리셨습니다. 오늘 49재를 맞아 스님의 자비와 공덕을 거듭 되새기며, 마지막으로 스님을 보내 드립니다.

스님께서 떠나신 뒤에도 스님이 보여준 그 대자비심 만큼은 우리 가슴에 길이길이 간직하는 관음행자가 되어 뭇 생명의 아픔을 우리의 아픔으로 삼고, 세상을 구하는 일에 앞장서는 보현행자가 되어 우리 종단 사부대중은 함께 정진할 것입니다.

문수스님!

스님께서는 극락에 왕생하신 뒤에도 이 사바세계에 대한 자비 원력을 놓지 않고 중생들을 위한 기도를 멈추지 않을 것이라 믿습니다. 부디 스님의 원력과 기도에 힘입어 이 땅에 용서와 화합의 기운이 넘쳐나고 우주법계 일체 중생이 안락한 삶을 누릴 수 있게 되기를 기원합니다.

 

불기 2554(2010)년 7월 18일
대한불교조계종 총무원장 자승

2010-07-20 / 33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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