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운 대종사님!
대종사님께서 열반에 드셨다는 부음에 슬픔이 복받쳐 한참을 멍하게 있었습니다. 이제 스님께서 마 지막 떠나시는 순간을 맞아 비통한 마음을 억누르며 삼가 추모의 글을 올립니다.
대종사님께서는 근대 한국불교 최고의 학승이었던 한영스님, 이판과 사판을 두루 겸비하고 암울했 던 일제 강점기에 우리 종단의 초석을 놓았던 지암스님 그리고 일생을 청정한 수행자로 사셨던 서옹 스님과 지중한 인연을 맺으셨고 훌륭한 상좌들을 여럿 두셨으니, 스님께서는 불문에 들어오신 이래 ‘참으로 행복한’일생을 사셨으리라 여깁니다.
특별히 존경하며 사표로 여기셨던 세 어른의 가르침에 훈습된 대종사님께서도 이판과 사판을 가리 지 않고 우리 불교사에 큰 자취를 남기셨습니다. 스님께서는 열반에 드시는 순간까지도 수행자의 본 분을 소홀히 하신 적이 없고, 어려운 사람들을 위한 보살행에도 큰 자취를 남기셨습니다.
부모를 잃고 힘들게 살아가는 어린아이들 150여 명을 거두어 훌륭하게 키워내셨고, 그 중에는 스 님을 이어 곳곳에서 수행과 전법의 꽃을 피우고 있는 분들도 있고, 사회 저명인사가 된 이들도 많 다고 알고 있습니다.
대종사께서는“열반은 바로 지금 여기 현재의 삶에서 실현하는 것”이라 강조하시며, 올바른 부처님 제자의 길을 바르게 살아오셨습니다.
천운 대종사님!
스님께서 법문을 해주실 때나 제자와 신도들을 일깨워주실 때에는 항상 쩌렁쩌렁 울리는 우렁찬 음 성을 10리 밖에서도 들을 수 있었습니다. 그래서 스님께서는 출가 수행자가 되지 않으셨으면, 세상 을 크게 흔드는 전륜성왕의 자리에 오르셨을 것이라는 상상을 하기도 합니다.
대종사님이시여!
저희들은 스님의 호방한 웃음과 음성을 영원히 잊지 못할 것입니다. 이 사바세계를 떠나시지만 혹후학들이 바른 수행자의 길에서 벗어나는 일이 있으면, 언제든지 큰 소리로 야단을 쳐주시기를 간곡히 바랍니다.
천운 큰스님!
부처님께서는 열반에 드신 뒤의 일을 여쭙는 아난 존자에게“법과 율을 스승으로 삼으라”고 하셨습니다.
스님께 똑같은 일을 여쭌다면 스님께서는“열심히 공부하고 세상의 어두운 일을 외면하지 말라”는 말씀을 마지막 당부로 해주실 것 같습니다.
큰스님! 스님께서 일러주신 대로, 사부대중이 뜻을 모아 청정한 종단을 이룩하고 막힌 곳을 소통시켜 화합 세계를 만들겠습니다.
천운 큰스님! 편안히 가시옵소서!
불기2554(2010)년 7월 18일 大韓佛敎曹溪宗 總務院長 慈乘 焚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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