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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동아시아에서 불교란 무엇인가?” [문화] 글자크게글자작게

 

‘동아시아’란 무엇인가?

우리가 살고 있는 대한민국은 동아시아에 속한다. 어떤 이는 극동아시아에 속한다고도 하지만, 통상적으로 우리는 아시아 중에서도 동아시아에 속한다. 그런데, 굳이 아시아의 다른 곳과 구별해서 반드시 동아시아 사람이라고 불러야 하는 이유가 있는가? 그렇다. 분명한 이유가 있다. 이 책 『불교, 동아시아를 만나다』가 왜 그래야만 하는지를 쉽고 자세하게 풀이하고 있다.

동아시아는 지리적으로는 아시아의 동쪽 지역으로 아시아 대륙의 약 15%를 차지하고, 한반도와 중국, 일본, 몽골, 베트남 등이 여기에 속한다. 북조선과 몽골을 제외하고 한국과 중국, 일본은 세계적인 공업국이자 G20의 회원국이기도 하다. 그리고 서울, 도쿄, 베이징, 상하이, 충칭, 광저우 등 인구 1,000만 명이 넘는 도시들이 가장 많이 위치해 있고, 세계 최대 인구 국가인 중국이 있다. 문화적으로는 한자, 대승불교와 선불교, 유교와 성리학, 도교, 율령제도 등을 공통요소로 하고 있다.

우리가 살고 있는 동아시아는 지역적인 개념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문화적인 개념이다. 복잡해 보이지만 아주 간단하게 구별하는 방법이 있다. ‘人’이라는 글자를 보여주었을 때, 우리나라와 중국, 일본, 베트남, 몽고 사람들은 이 글자의 의미를 안다. 나라마다 읽는 방법은 다르지만 뜻은 한 가지로 인식한다.

또 다른 구별방법이 있는데, 그것은 대승불교를 받아들였다는 점이다. 베트남의 경우 지리적으로는 동남아시아에 속하지만 문화적으로는 동아시아에 속하는 것으로 분류한다. 베트남은 한자문화권에 속하기도 하지만, 임제종 계열의 대승불교권이기 때문이다. 이것은 중국 당나라 시대에 번창한 국력을 바탕으로 하여 그 문화를 주변 지역에 전파하면서 동아시아 문화권이 형성되었고, 그때 전파된 문화가 오늘날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이다.

동아시아 불교문화 네트워크의 탄생

중국에서 시작된 한자와 중국에 전해진 불교가 약간의 시차를 두고 동아시아 전역으로 전파되면서 ‘동아시아’라는 사회, ‘동아시아’라는 문화, ‘동아시아’라는 사상이 형성되고, 점차 하나로 묶여지기 시작했다. 한자와 불교는 ‘동아시아’를 하나로 묶어내는 접착제 같은 것이었다. 이미 존재하고 있던 동아시아에 불교가 전해진 것이 아니다. 불교가 전해지면서 불교에 의해 동아시아라는 문화적 네트워크가 만들어진 것이다. 한자와 유교 등의 공통요소가 본격적으로 확산된 것은 다름 아닌 불교의 전파에 의한 것이기 때문이다.

북방으로 전파된 대승불교가 실크로드를 거쳐 중국에 도착하였을 무렵은 동아시아라는 지역적, 문화적 개념이 걸음마를 떼기 시작한 때였다. 중국의 통일왕조를 만나면서 왕조의 수도인 낙양(洛陽)과 장안(長安)을 기점으로 하여 불교는 각지로 전파되기 시작했다. 불교는 단순한 사상이 아니라, 문화적 종합체의 성격을 지닌 종교였고, 중국을 포함한 동아시아 각 지역은 불교를 수용하면서 왕성한 생명력으로 변화를 거듭했고, 그 변화는 다시 불교의 변형을 촉진시켰다. 기원 전후에 시작하여 11세기 무렵이 되어서야 일단 마무리되는 불교의 전파는 동아시아를 전반적으로 변모시켰고, 그 결과 동아시아 불교문화 네트워크가 탄생한 것이다.

불교의 전파는 인도와 중국이라는 이질적인 두 문화의 만남이자 융화의 과정이었고, 새로운 문화창조의 과정이라고 할 수 있다. 동아시아만이 가진 독창적인 문화현상들은 대부분 불교와 동아시아와의 만남에서 기인한다. 선종이나 성리학 같은 사상이 그러하고, 인쇄술의 발전이나 다양한 보살신앙의 양상 또한 그러하다. 의례나 예술의 경우는 더 말할 것도 없다. 그러한 다양한 문화현상의 원인을 불교와 동아시아의 만남, 또는 불교와의 만남을 계기로 형성된 동아시아에서 발견할 수 있다. 이 책은 불교의 전파와 더불어 형성되고 확산된 동아시아의 문화와 역사를 새로운 관점에서 흥미롭게 보여주고 있다.

역사책에서도 가르쳐주지 않는 동아시아의 재미있는 역사와 문화 이야기

저자 석길암 박사는 한국불교연구원에서 진행했던 ‘한국 구법승들의 중국 내 활동에 관한 연구’ 프로젝트의 현지조사 과정에서 쌓은 경험과 금강대학교 불교문화연구소의 HK사업에 참여하면서 불교사상의 동아시아적 변용이라는 주제를 집중적으로 연구하고, 강의를 하면서 자료를 축적하며 글을 진전시켜왔다.

『불교, 동아시아를 만나다』는 불교사상을 연구하는 학자로서 동아시아 사회와 문화의 형성 및 발달에 지대한 영향을 끼쳐왔지만, 기존의 역사서에서는 잘 드러나지 않았던 불교의 공헌과 영향에 대해 날카롭고 신선한 시각으로 풀어낸 책이다.

이 책은 제목 그대로 불교가 동아시아에 전파되면서 일어나는 사회적, 문화적 변용을 어떤 역사서보다 자세하게 설명하고 있다. 책을 더 자세히 들여다보면, 기원 전후하여 전래된 불교경전이 중국어로 번역되는 과정 즉 역경이 중국의 정치 및 사회 문화전반에 어떤 영향을 끼쳤는지를 알 수 있다. 또한 역경승과 구법승들은 단순한 종교적 구도자가 아니라 인도와 중국 두 문화를 통합하는 문화사절이었으며, 최신 정보의 전달자인 동시에 생산자였고, 정보판단의 주체였음을 쉽게 설명하고 있다.

구텐베르크의 금속활자를 사용한 구텐베르크의 ‘42행 성서’보다 무려 78년이나 앞서 금속활자를 발명하여 『직지심체요절』을 인쇄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왜 서양과 같은 인쇄혁명이 우리나라 아니 동아시아에서는 일어나지 않았는지 그 이유를 제시하고 있다. 아미타부처님에 대한 믿음은 언제 어디서 어떻게 시작되어서 동아시아에 널리 전파될 수 있었는지, 출가수행자가 탁발해서 얻은 음식만으로 생활하도록 되어있는 구족계를 포기하고 노동을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이게 된 것은 무엇 때문이었는지, 그 결정적 계기가 된 삼계교와 신행 선사에 대한 알려지지 않은 이야기들을 읽을 수 있다.

또한 성리학이 성행하기 이전 동아시아에서 이상적인 군주는 유교적 이상군주인 요순(堯舜)이나 주 문왕이 아니라 불교적 이상군주인 아쇼카 왕이었으며, 여러 황제와 왕들이 아쇼카 왕의 전범(典範)을 따랐던 사실을 살펴볼 수 있다.

세종대왕이 새로운 문자 한글을 창제하면서 처음으로 적용하여 편찬한 것이 왜 조선의 국시에도 맞지 않는 불교문헌일수밖에 없었는지, 고려시대까지 발전을 거듭하던 인쇄문화와 차(茶)문화가 조선에 이르러 쇠퇴하게 된 이유 등 기존의 역사책에서는 알 수 없었던 내용을 쉽고 흥미롭게 풀어내었다.

<불광출판사 펴냄, 272쪽, 1만 5000원>

2010-07-06 / 3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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