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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눔 실천하면 부처의 길 눈앞에 펼쳐져” [법문/수행] 글자크게글자작게

 

불기 2548년 부처님오신날을 맞아 2600여 년 전 이 땅에 오신 석가모니 부처님께서 오늘을 살아가는 불자들에게 들려주는 말씀을 가상으로 꾸며보았다. 올해(2004년) 봉축 주제에 맞춰 ‘평화의 삶’과 ‘나눔의 삶’을 주제로 경전의 주요 내용을 발췌해 재구성했다.

음력 4월 8일은 제가 태어난 날입니다. 저는 룸비니동산에서 태어난 직후 “천상천하유아독존 삼계개고아당안지(天上天下唯我獨尊 三界皆苦我當安之)”라고 외쳤습니다.

간혹 이 말을  ‘세상 사람 중에 내가 가장 귀한 존재’란 뜻으로 이해하는 사람이 있는데 이는 잘못입니다. 이 말에는 ‘세상의 모든 사람, 모든 생명은 하나하나가 귀한 존재’란 뜻이 담겨 있습니다. 그래서 인간의 존귀함과 생명의 소중함을 강조한 말이자, ‘평화’와 ‘나눔’의 중요성을 표현한 말이라 하겠습니다.

제가 초발심 불자들이나 수행자에게 가장 강조한 계율 또한 ‘불살생’입니다. 불살생은 재가계, 보살계, 사미계에서 제1계입니다. 이렇게 불살생을 강조한 이유는 모든 불제자는 생명존중과 이를 바탕에 둔 자비정신을 신심의 기본바탕으로 삼아야 하기 때문입니다.

“공연히 산 목숨을 해쳐서는 안 되고, 성내는 마음을 갖지 말아야 하며, 승부를 겨루려는 생각을 해서는 안 됩니다. 널리 모든 중생을 사랑으로 감싸면 증오와 미워하는 마음이 사라지게 됩니다.”《증일아함경》

하지만 오늘날 세상에는 생명에 대한 존귀함이 사라져가고 있습니다. 사회가 경쟁의 소용돌이에 빠져들다 보니 어느덧 평화는 뒷전으로 밀려나고 말았습니다. 경쟁 심리는 이웃을 짓밟고 올라서게 만들고, 전쟁을 통해 이웃나라를 정복해 자국의 이익을 챙기는 제국주의를 낳았습니다. 비록 물질적인 풍요는 가져다줄지 몰라도 정신이 피폐해지는 지름길입니다.

“남들의 존재는 나의 존재와 같으며, 나의 존재는 남들의 존재와 같다고 생각해서 남을 죽여서도 안 되고, 죽음에 이르게 해서도 안 됩니다.”《숫타니파타》

생명존중에 대한 소극적인 실천이 평화라면, 나눔은 적극적인 실천입니다. 전쟁이 세상을 혼란에 빠뜨리고, 경쟁심리가 사회를 이기주의로 몰아갈 때 세상을 살아가는 우리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바로 ‘나눔의 미덕’입니다. 나눔의 지혜는 한량없는 자비의 마음에서 시작됩니다. 이 마음은 ‘사무량심(四無量心)’이라 부릅니다.

“사무량심은 사람뿐만 아니라 자식을 대하는 부모의 마음과 같이 모든 생명을 대하는 자무량심(慈無量心), 중생의 슬픔과 아픔을 없애주려는 비무량심(悲無量心), 이웃이 잘되는 것을 진심으로 기뻐하는 희무량심(喜無量心), 친한 사람과 미운 사람을 구별하지 않고 모든 이웃에게 평등한 마음으로 베푸는 사무량심(捨無量心)을 말합니다. 이 자비희사(慈悲喜捨) 네 가지를 제대로 알면 보리심(菩提心, 깨달음)을 뚫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결국 온갖 법, 자재로운 다라니(불보살의 가르침을 뜻하는 주문)를 얻게 됩니다.”《대방등대집경》

경쟁사회는 물질적인 풍요로움을 주기도 했지만 경쟁에서 뒤쳐지는 이웃을 소외시키기도 합니다. 인간을 비롯한 모든 생명들은 각각의 개체가 모두 존귀한데 어떤 사람은 풍족하고, 어떤 사람은 굶주려야 하는 걸까요? 그들이 어떤 업연(業緣)으로 현생에서 힘겨운 나날을 보내게 되었든 우리는 나눔의 미덕을 통해 소외된 이웃과 더불어 살아가는 지혜를 발휘해야 합니다.

“보시한 사람은 복을 얻고 마음이 자비로운 사람은 원수가 없으며, 선행을 하는 사람은 악이 사라지고 욕심을 버리는 사람은 괴로움이 없어집니다. 만약 이것을 받들어 실천하는 사람은 머지않아 열반을 얻을 수 있습니다.”《대반열반경》

제가 사위성 기원정사에 있을 때 실비리라는 사내가 찾아와 “천상의 사람이나 이 세상 사람들이나 먹을 것을 보고는 모두 기뻐하는데 과연 어느 세상에 먹을 것으로 베푸는 공덕보다 더 큰 것이 있느냐?”고 물은 적이 있습니다. 은혜를 아는 깨끗한 믿음으로 남에게 베풀면 이 세상에서나 저 세상에서나 그가 있는 곳이라면 어디라도 그림자처럼 복된 갚음이 따르게 됩니다. 인색한 마음을 버리고, 조건 없는 깨끗한 베풂을 실천하면 이 세상, 저 세상 상관없이 기쁨은 항상 거기에 있습니다.

지금 우리가 갖고 있는 재물은 결코 영원하지 않습니다. 그것은 우리도 잘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재물에 대한 집착을 쉽게 떨쳐내지 못합니다. 우리에게 진정으로 든든한 버팀목은 재물이 아니라 바로 나눔을 통한 복덕(福德) 짓기라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됩니다.

“만약 여러분이 항상 보시하기를 생각하여, 수행자나 가난한 사람들에게 베풀되, 가난한 사람에게는 밥을, 의복과 음식과 침구와 의약품이 필요한 사람에게는 각기 필요한 물건을 제공하면 이것은 든든하지 못한 재물에서 든든한 것을 찾은 것이라 하겠습니다.”《증일아함경》

베풀 때 성내는 사람은 보시의 과보를 알지 못하는 사람입니다. 보시하면서 평등한 마음을 잃어버리면 스스로 타락하고 맙니다. 베풀면서 인색하면 미움이 마음을 얽어매게 되기 때문에, 맨 마지막 남은 밥 한 덩이도 자기가 먹지 않고 남에게 베풀되, 이러면서도 털끝만큼의 미워하는 마음도 일으키지 말아야 합니다.

사월 초파일이 지나더라도 날마다 이 날처럼 마음을 다스리고, 새롭게 각오를 다지시기 바랍니다. 그러면 우리는 쉽게 보살의 길, 부처의 길에 한발 더 다가설 수 있습니다. 이런 지혜를 잊지 않고 용맹정진해 우리 다함께 성불의 길로 나아갑시다.

* 이 글은 만불신문 108호(2004년 5월 25일자)에 게재된 ‘깨침의 향기’ 코너에서 옮겨왔습니다.

2010-05-14 / 48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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