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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승자박 올가미 끊는데 용심해야” [법문/수행] 글자크게글자작게

 

고초폐의화작인(枯草弊衣化作人)
야금산수총의진(野禽山獸總疑眞)
황년험세무우객(荒年險世無憂客)
전국징병누적민(戰國徵兵漏籍民)
태세장시종사무(態勢長時終似舞)
형용심야갱생신(形容深夜更生新)
가우유력겸명안(家牛有力兼明眼)
직입전중끽우신(直入田中喫偶身)

마른풀 헤진 옷으로 인형을 만들어 놓으니
들새 산 짐승들이 긴가 민가 의심하네.
흉년들고 험한 때도 근심걱정 없고
전쟁 통에 병사모아도 족보 없는 사람이라네.
뚫어져라 쳐다봐도 미동도 하지 않지만
한 밤중이면 행색에 생기가 돋아나네.
그러나 내 집에 눈 밝고 힘 센 소가 있는데
성큼성큼 논밭으로 들어가 허수아비를 먹어버렸도다.

석 달 전에 결제를 했다가 오늘 해제를 하는데 무엇을 해제하려고 합니까? 결제할 때의 그 마음이 순일하게 이어졌다면 제대로 해제를 한다고 하겠지만 그렇지 않다면 늘 해제는 이름뿐입니다. 수행자는 처음도 끝도 안목이 투철해야 합니다. 눈속임으로 쳐놓은 허상에 휘둘리지 않아야 합니다. 안목을 갖추지 못하면 오랜 세월동안 타향살이를 하게 됩니다.

주인이 객 노릇을 하면서 자신이 주인이라는 사실 조차도 까맣게 잊고 삽니다. 다시금 옷깃을 여미고 정신을 오롯하게 가다듬어 성성하게 해야 합니다. 오직 내가 살길은 이길 뿐이라고 간절해야 합니다. 생사라고 하는 그물은 잠시만 방심해도 거기에 걸려들고 맙니다.

잠시라도 한 눈을 팔아서는 안 됩니다. 정신 줄을 놓아서도 안 됩니다. 눈앞에 보이는 것이 허상이라는 것을 분명하게 알아야 합니다. 아무리 위세가 그럴 듯해도 허수아비는 진짜 사람이 아닙니다. 어리석은 들짐승이나 새들에게는 통하겠지만 눈 밝고 힘 센 소에게는 그저 먹을 거리에 불과 합니다.

수행자의 안목이 이러할 때 자신의 분을 성취할 수 있습니다.

무거운 시주의 은덕을 가벼이 여기지 말아야 하고 고요한 선방이 몸뚱이 편하라고 있는 것이 아님을 알아야 합니다. 하늘과 땅을 덮고도 남을 은혜 속에 살면서 밥값도 제대로 하지 못한다면 어디에도 발붙일 곳이 없습니다. 본 분사를 해결하기 전에는 머리끝에서 발끝까지 어느 것도 내 것이라고 할 게 없습니다.

이 자리에 앉은 수행자들이 모두 자신의 길을 꿋꿋하게 걸어가야 세상이 밝아지고 사람들의 마음이 청정해질 것입니다. 해제의 끈을 다시 동여 메어서 자승자박(自繩自縛)의 올가미를 끊어내는데 용심해야 하겠습니다.

안중무예휴조괄(眼中無?休挑刮)
경상무진불용마(鏡上無塵不用磨)
신각출문행대로(信脚出門行大路)
횡담주장창산가(橫擔柱杖唱山歌)

눈 속에 티가 없으니 부비지 말고
거울에 먼지 없으니 닦으려 하지도 말라
문을 나서 걸음 닿는 대로 길을 가면서
주장자 비껴 지고 라라리 노래 부르네

계사년 동안거 해제일
영축총림 통도사 방장

2013-02-21 / 46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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