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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연만이 탐욕스런 문명의 해독제” [법문/수행] 글자크게글자작게

 


* 이 법문은 ‘맑고 향기롭게 운동’ 10주년을 기념해 2003년 10월 4일 대구 경북대 강당에서 행한 법문입니다. <만불신문> 93호(2003년 10월 18일자)에서 옮겨왔습니다.


오늘날 세계 곳곳에서 기상이변이 속출하고 있습니다. 그러면 그 재앙은 누가 불러들였습니까? 바로 우리 인간들의 생활형태가 기상이변의 원인입니다.

지난 번 태풍 ‘매미’가 왔을 때 강원도 산골 토굴에서 계곡에 돌 굴러가는 소리와 함석지붕에 장대비 쏟아지는 소리에 한숨도 눈을 붙일 수 없었습니다. 아침에 일어나 보니 커다란 계곡이 곳곳에 새로 생길 정도였습니다. 산에서 살다보면 휴가철이 끝날 때마다 골짜기마다 쓰레기가 가득 찬 것을 볼 수 있습니다. 그런 계곡청소를 태풍이 아니면 누가 해 줄 수 있단 말입니까?

자연은 이처럼 스스로 치유하고 청소하는 정화작용을 하고 있으며, 모든 것은 사람들이 스스로 불러들인 것입니다. 큰 비가 올 때마다 강물과 바다 위를 가득 메운 쓰레기들이 부끄러운 우리들의 현주소이며, 그런 못된 버릇이 고쳐지지 않는 한 피해의 악순환은 계속될 것입니다.

세계의 환경학자들은 금년에 지구의 환경시계가 9시 15분을 가리키고 있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이는 과연 다음 세기에도 지구가 존속할 수 있는가 하는 심각한 지경에 이르렀다는 것을 말해주고 있다고 합니다.

미국은 전 세계 이산화탄소 배출량의 28%를 차지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몇 해 전 세계 각국이 모여 온실가스 배출량을 억제하기 위한 국제협약인 ‘교토의정서’에서 유일하게 탈퇴했습니다.

대지는 우리의 어머니이며, 누구도 대지를 소유할 수는 없습니다. 이러한 생명의 뿌리이자 어머니인 대지를 버릇없는 자식 인간들이 너무 학대하고 있는 것입니다. 요즘에 병원마다 사람들이 넘쳐나고 있고, 얼마 전에는 사스라고 하는 괴질이 세계인을 공포에 떨게 하듯이 듣도 보도 못한 병들이 생겨나고 있습니다. 한마디로 우리들 인간이 어머니인 대지를 병들게 한 업보를 받고 있는 것입니다. 모체가 만신창이가 돼 있는데, 자식인 인간이 건강할 수 있겠습니까?

현대인의 삶은 남을 희생시키면서까지 자기의 이익을 추구하고자 합니다. 그러나 절대로 남을 해쳐서는 안 됩니다. 모든 존재는 남의 방해를 받지 않고 자기 잠재력을 발휘하며, 우주적 조화를 이루며 살아갈 권리를 갖고 있습니다. 식물이건 동물이건 상호 영향을 주고받으며, 거대한 생명의 강을 이루고 있는 것입니다. 그런데 인간의 기술문명이 그러한 자연의 자정능력을 파괴하고 있습니다. 현대과학기술문명은 자연에게는 독약과 같으며, 전체적인 조화와 균형을 깨뜨림으로써 환경오염과 생태계 파괴라는 엄청난 재앙을 초래하고 있는 것입니다.

저는 글을 쓸 때 현대문명에 의존하지 않으려고 컴퓨터를 쓰지 않습니다. 요즘 사람들은 모두 컴퓨터의 사각 스크린만 들여 보다 보니 더욱 더 이기주의화되고, 참고 기다릴 줄 모르게 됩니다. 더욱 큰 문제는 사람들이 기계에 의존하다 보니 결국은 기계의 결정에 속박된다는 점입니다. 얼마 전 뉴욕의 대규모 정전사고에서 보듯이 컴퓨터와 기계가 고장을 일으키면 인간은 속수무책으로 일손을 놓는 지경에 이릅니다.

《장자(莊子)》에 보면 ‘기계의 편안함에 의존하다 보면 기계의 냉혹한 마음이 내 마음에 들어와 순박함을 잃게 된다’는 일화가 나옵니다. 또 마하트마 간디는 “오늘날 인간이 손을 사용하지 않게 된 것은 크나큰 비극”이라면서, “생명의 손을 잃어버리게 된 것을 스스로 저주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한 바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 한걸음 더 나아가 돈과 권력, 육체적 향락과 경제적 부만 최고의 가치로 생각하는 사회에까지 이르렀습니다. 사실 나는 신문방송을 거의 접하지 않고 있습니다. 날마다 지면을 장식하는 이 사회의 만연한 부정부패가 내 심성을 흐리게 할 것이기 때문입니다. 사회윤리는 말로만 그치면 안 되며, 스스로 생각하고 실천해야 합니다. 현재 우리가 사용하는 재산과 자원은 우리 조상들이 남겨준 유산이며, 그러한 유산을 다음 세대(우리의 내생)에게 물려주어야 한다는 생각을 해야 합니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특히 밖에 나가면 이른바 ‘싹슬이’의 탐욕성을 갖고 있습니다. 필요한 만큼만 쓰고, 가져야 합니다. 인간이 너무 탐욕스러워 지구가 병들어 가고 있으니, 지구로부터 얻은 물자를 소중히 다루는 것이 지구환경을 지키는 일입니다.

색다른 물건에 대한 충동구매가 문제입니다. 지나가다 좋은 옷이 걸려 있으면 바로 사지 말고, 일단 정말 필요한지 생각해 보는 시간을 가져야 합니다. 대형 할인매장이 대표적입니다. 일단 들어서면 장바구니가 아니라 커다란 손수레가 우리를 유혹하고 있습니다. 자동차도 마찬가지입니다. 우리가 차량을 운행하는 것은 그 자체를 소유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편리하게 이동하기 위함입니다. 그런데도 사람들은 값 비싸고 배기량이 큰 승용차를 찾습니다.

광고에도 속지 말아야 합니다. 광고는 상업주의, 소비주의를 부추기는 첨병입니다. 요즘에는 신문도 상업주의의 용병으로 전락하고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미국의 신문용지를 생산하기 위해 해마다 캐나다에 있는 1만 7000㎢의 원시림이 파괴되고 있습니다. 이처럼 언론도 생명윤리의 폐해를 안기고 있습니다. 영상매체 또한 자기 판단력을 잃고 빠져 들어가게 하며, 시간과 전력을 낭비하는 것은 물론 사고력과 판단력을 마비시키고 있습니다.

요즘 성형수술이 유행이지요. 얼굴을 뜯어 고친다고 팔자가 바뀝니까? 내 얼굴은 내가 말하고 행동한 업(業)의 거울입니다. 아름다움은 자연스러움에 있습니다. 미스코리아는 아름다움을 욕되게 하는 것입니다. 부와 미추(美醜)에 얽매이지 않는 자연스러움이 아름다운 것입니다.

혹자는 “온 세상이 대량 소비, 대량 폐기를 하는데 나 혼자 안한다고 세상이 바뀌는가?”라고 질문합니다. 하지만 영적인 차원에서 세상 모든 것은 서로 연관되어 있습니다. 그래서 부처님께서는 “한 마음이 청정하면, 모든 법계(法界)가 청정해진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순간순간 우리가 어떤 마음을 먹느냐에 따라 세상이 달라집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평소에 마음을 잘 다스리고, 마음의 주인이 되어야 합니다. 충동과 유혹에 이끌리지 말고, 자기 훈련과 자기 절제가 습관화되어야 합니다.

우리가 건드리지 않고 그대로 두는 것이 많을수록 세상은 편안해 집니다. 그래서 ‘자연은 보호하는 것이 아니라 보존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흙을 멀리할수록 병원과 가까워집니다. 자연은 있는 그대로의 궁극적인 존재이며, 문명은 자연의 독약입니다. 문명에서 발생한 질병은 문명으로 치료할 수 없으며, 자연을 통해서만 치유할 수 있습니다.

자연만이 인간의 탐욕으로 생겨난 문명의 해독제입니다. 우리 안의 자연스러움을 일깨움으로써 우리에게 주어진 세월을 인간답게 살고, 결국 우리가 돌아갈 곳이 어디인가를 항상 생각해야 합니다.

인간이 돌아갈 곳은 자연 뿐입니다.

2010-03-11 / 44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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