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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문 열고 나가 세상을 맛보라” [법문/수행] 글자크게글자작게

 

法 語

入山何所爲(입산하소위) 입산하여 무엇을 하였는가
永斷世俗事(영단세속사) 세속의 인연 아주 끊었겠지
現今解三冬(현금해삼동) 이제 동안거 해제하고
且問何處去(차문하처거) 어디로 갈 것인가


本來出紅塵(본래출홍진) 본디 세속에서 왔으니
宜居與世人(의거여세인) 마땅히 사람 속에 살아야지
非好?泥裏(비호어니리) 진흙 속 좋아하는 것이 아니라
不惡靑山水(불오청산수) 산골 물 싫어하지 않는다네.

몹시도 추웠던 지난 겨울 내내 조계산 대장군봉 아래서
천고의 가치를 찾아 여러분은 차디차게 얼어버린 구들을 녹였습니다.
끓어오르는 세속 일에 대한 미련을 엉킨 실타래 끊어내듯 끊어버리고
더 이상 번뇌의 마장이 스며들지 못하도록 담금질하여
진금을 찾아내는 연금(鍊金)을 한 것입니다.

대문을 활짝 열고 뛰쳐나가 세상을 맛보시기 바랍니다.
추운 겨울 생각하면 다시 오지 않을 것 같던 봄바람이
어느덧 문밖에 서성이고 있음을 여러분은 스스로 알 것입니다.

지구촌 곳곳에서 추위를 피해 숨어들었던 풀꽃들이 피어나
나지막이 불어대는 영산회상의 피리소리를 들어보십시오.
구석구석 살펴보고 읊조리지 못하는 풀꽃이 있거든
자비의 샘물을 아끼지 말고 뿌려 주십시오.
태고(太鼓)소리 널리 퍼지게 하십시오.
그 소리 듣고 넓디넓은 자비(慈悲)로 멀게 하십시오.
그러면 또 보일 것입니다.
새롭게 피어나는 풀꽃생명이 보일 것입니다.

林壑淸閑風(임학청한풍) 골짜기 부는 맑은 바람
不如蒸汗沙(불여증한사) 사막의 찌는 모래보다 못해
勿辦露與雨(물판노여우) 이슬이면 어떻고 비면 어떤가
漸頭還初風(점두환초풍) 적시면 처음 모습 돌아오는데.

庚寅年 正月 十五日
太古叢林 仙巖寺 方丈 慧草

2010-02-24 / 4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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