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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90세 시인이 들려주는 소박한 삶의 노래 [문화] 글자크게글자작게

 

미당 서정주의 아우 우하 서정태의 두 번째 시집으로, 서정주의 동생으로 살아야 했던 지난 시간들이 인내와 성찰의 시 안에 고스란히 녹아들어 있다. ‘학이 우는 날’, ‘무슨 꽃으로 피었기에’, ‘선운리에 와 보니’ 등의 시편이 수록되어 있다.

따뜻한 삶, 자연, 그리고 사람… 90편의 노래와 58컷의 사진 시

서정태 시인의 시는 한결같이 정감 어리고 따뜻하다. 오랜 세월, 삶이라는 모진 풍파를 견뎌온 아흔의 고개에서 내려다보는 삶은 또 다른 모습을 하고 있다. 그는 시를 통해 하루하루 근근히 살아가는 우리네 세상살이를 따뜻하게 바라볼 수 있는 또 하나의 시선을 선사하는 것이다.

더하여 미당과 우하, 고창 선운사를 향한 사모와 애정으로 시인의 노래를 카메라 렌즈를 통해 이미지로 여과한 권혁재의 사진은, 노장 시인의 관조와 젊은 사진작가의 열정이 합하는 완벽한 조화와 아름다운 하모니를 이룬다.

90세 시인이 들려주는 소박한 삶의 노래

미당 서정주의 아우 우하 서정태 시인의 평생 두 번째 시집이 발간되었다. 1986년《천치의 노래》에 이어, 두 번째 내는 이 시집에는 미당 서정주의 동생으로 살아야 했던 지난 시간들이 인내와 성찰의 시 안으로 고스란히 녹아들어 있다.

90세 노 시인은 미당문학관과 미당 생가 옆에 작은 초가집을 짓고 홀로 칩거하며 삶을 노래하고 있다. 그의 노래는 두어 평 남짓한 방 하나가 상징하듯 소박한 그의 삶을 닮아 있다. 숱한 고비들을 묵묵히 넘어 온 아흔 해의 그의 삶은 그 자체가 한 편의 시로 승화되었다.

삶을 응시하는 고요한 시선

서정태 시인의 시는 고요하기 그지없다. 도시의 소음이나 거친 삶의 흔적들은 그의 시에서 찾아볼 수 없다. 그의 시는 회색빛 도시 속에서 켜켜이 쌓인 소음의 더미를 한 꺼풀씩 벗어던지는 깨달음을 선사한다. 느리고 고요하게 인내하는 삶을 보여준다.

서정태 시인은 말한다. 그는 ‘문명에 쫓기어’ 살아가는 작은 생명까지도 품을 수 있도록 ‘그저 조용하기만 한 옹달샘’이 되고 싶다고 한다. 스스로가 고요해지자 비로소 다른 생명까지도 품을 수 있는 너그러움을 갖추게 된 것이다. 그는 시 속에서 고요함이 사람을 성숙시키는 인내의 산물임을 노래하고 있다.

사물과 조응하는 관찰자

서정태의 시는 자연 그대로의 삶과 소통한다. 그의 시에서는 흘러가는 시냇물 한 줄기, 하찮은 돌멩이 하나까지도 작은 생명을 얻는다.

한 마리 ‘종달새’도 ‘민들레 난순개 씨름꽃 할미꽃’과 같은 앉은뱅이 꽃들도, 그의 화폭에선 모두가 하나가 된다. 그는 그 ‘무엇도 바라지’ 않고 그저 그들과 조응하며 관찰하고 있다. 소박하게 더도 덜도 없이 사는 삶 속에서는 주변의 풀 한 포기, 나무 한 그루조차 소중한 생명이고 친구임을 깨닫게 한다.

삶의 고비들을 지나 온 관조와 성찰

우하 서정태 시인의 시는 그의 삶과 닮아 있다. 소박하면서도 정겨운 그의 삶은 그 속에 숱한 고비들을 품고서 따뜻한 성찰의 시가 되었다.

그는 ‘온갖 악귀가 갖은 짓 다 부리던 요사한’ 시간들을 건너 ‘천둥벼락 치던 싸움판’ 같던 시련들까지도 모두 ‘한 가닥’ 꿈으로 돌리고 ‘의젓한’ 삶으로 회귀한다. 아흔 살 노 시인은 자신의 지난 아픔들을 성찰하고 비로소 시로 승화시키기에 이른다.

시와 / 176쪽 / 1만 1000원

출처 : 출판사 책 소개

2013-02-12 / 4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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