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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모든 수행법 이론·실제 곁들인 수행 지침서 [문화] 글자크게글자작게

 

지관(止觀)은 열반으로 들어가는 ‘문 없는 문’

“지관(止觀)은 위없는 열반으로 들어가는 가장 중요한 수행문이며, 열반으로 통하므로 수행인에게 가장 뛰어난 수행인지(因地)이다. 다시 말해서 삼계생사를 벗어나려면 따로의 길이 없고, 열반에 오르는 것도 지관수행 하나의 문이 있을 뿐이며, 모든 공덕까지도 원만하게 귀결하는 길이기도 하다. 지관이라는 두 법은 주력과 염불, 좌선 등 그 어떤 특정한 수행만을 지적해서 따로 논하는 것이 아니라, 모든 수행이 이 법문에서 벗어나지 않는다. 결론적으로 말해서 지관수행이 아니면 불법을 밝힐 수 없고 대승불교의 진수도 드러나지 않는다.”  - 본문 중에서

《지관수행》의 원저인 《수습지관좌선법요(修習止觀坐禪法要)》는 최초로 발심한 사람이 수증(修增)하고 입도(入道)하는 가장 절실하고 중요한 지관(止觀)법문을 총론적으로 밝힌 책이다. 천태종을 창종한 천태지의(538~597) 대사가 짓고, 중앙승가대 송찬우 교수가 번역ㆍ강의했으며, 장명수 前 한국경제신문 편집부장이 정리했다. 특히 한국불교를 대표하는 대강백이었던 탄허 스님으로부터 교(敎)를 배우고 조계종 명예원로의원 성수 스님 문하에서 선(禪)을 닦은 동현 송찬우 교수가 이론과 실제를 곁들여 상세한 해설을 덧붙임으로써, 오늘날 수행자들에게도 맞는 실질적인 수행 지침서 역할을 하도록 했다.

수행인이라면 지관좌선법을 수행의 길잡이로 삼아 생사를 초월하고 열반을 증득하는 중요한 관문으로 삼을 수 있을 것이다. 이 책은 총 10장으로 구성하여 지관수행의 점차를 밝히고 있다.

제1장 구연(具緣) 1. 지계청정(持戒淸淨) 2. 의식구족(衣食具足) 3. 한거정처(閑居靜處) 4. 식제연무(息諸緣務) 5. 득선지식(得善知識) 등 지관을 수행하는 준비 단계로 다섯 가지 인연을 빠짐없이 갖출 것을 밝히고 있다.

제2장 가욕(呵欲) 1. 가색욕(呵色欲) 2. 가성욕(呵聲欲) 3. 가향욕(呵香欲) 4. 가미욕(呵味欲)ㆍ가촉욕(呵觸欲) 등 다섯 가지 욕구에 대한에 대한 집착을 꾸짖고 물리치라고 하였다.

제3장 기개(棄蓋) 1. 탐욕개(貪慾蓋) 2. 진에개(瞋?蓋) 3. 수면개(睡眠蓋) 4. 도회개(掉悔蓋) 5. 의개(疑蓋) 등 다섯 가지 번뇌를 버리라고 하였다.

제4장 조화(調和) 1. 조절음식(調節飮食) 2. 조절수면(調節睡眠) 3. 조신(調身) 4. 조기식(調氣息) 5. 조심(調心)을 해야만 지관삼매가 쉽게 일어난다는 것을 말하였다.

제5장 방편행(方便行) 1. 욕(欲) 2. 정진(精進) 3. 염(念) 4. 교혜(巧慧) 5. 일심(一心) 등 다섯 방편행을 겸수하라고 하였다.

제6장 정수행(正修行) 좌중수(坐中修)ㆍ역연대경수(歷緣對境修) 등 바른 수행에 대해 밝히고 있다.

제7장 선근발상(善根發相) 외선근발상(外善根發相) 등 지관수행을 닦을 때 일어나는 다섯 가지 선근의 모습과 그 진위에 대해 밝히고 있다.

제8장 각지마사(覺知魔事) 번뇌마(煩惱魔) 등 지관수행 과정에서 나타나는 갖가지 마군의 차별상과 그 퇴치법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제9장 치병환(治病患) 수행 중에 발생하는 병과 그 병환을 다스리는 법에 대해 밝히고 있다.

제10장 증과(證果) 앞에서 말한 정조수행(正助修行)이 모두 만족하게 갖춰지면 삼지삼관(三止三觀)을 닦아 불과(佛果)를 증득하라고 가르치고 있다.

‘지samatha’를 통해 선정을, ‘관vipassana’을 통해 지혜를 얻는다

천태지의 대사가 설한 지관법문은 모든 중생들이 불도를 성취하고 생사에서 벗어나게 하려는 데 근본 의미가 있다. 수행자가 지관수행을 함에 있어서 행주좌와(行住坐臥) 사위의(四威儀) 가운데서 똑같이 지관수행을 할 수 있다. 그런데 본서의 제목에서는 왜 좌선(坐禪)만을 말했겠는가. 그것은 다름 아닌 좌선을 통한 정(靜) 공부가 여타의 일체수행을 능가하기 때문이다.

최초로 발심한 사람이 행ㆍ주ㆍ좌ㆍ와 가운데 유독 좌(坐)를 통해 지관을 수행하면 비교적 이익을 쉽게 얻을 수 있다. 좌선을 통해서 이익을 얻은 뒤에는 다시 상대적으로 경계를 마주한다 해도 모든 조건 속에서 지관수행이 가능하다.

범어의 선나(禪那)는 번역하면 정려(靜慮)이다. 이는 삼매를 말하는데, 여기에서 정(靜)은 지(止), 려(慮)는 관(觀)에 해당된다. 담연적적하여 한 생각도 일어나지 않는 경지를 ‘지(止, samatha)’라고 하고, 고요한 지(止)에서 동시에 뚜렷하고 분명하게 삼라만상 전체의 모습이 드러나는 것을 ‘관(觀, vipassana)’이라고 한다.

다시 말해서 ‘지’ 수행을 통해 정(靜)이 얻어지고, ‘관’ 수행을 통해 혜(慧)가 일어난다. 이러한 지관법문을 수행하면 바로 그 자리에서 삼매인 정려(靜慮)가 한결같고 정혜(定慧)가 평등해진다. 그러므로 좌선을 통한 선 수행은 불가사의한 지관불이(止觀不二) 법문인 것이다.

우리가 내적으로 마음을 아끼고 기르려 할 때 ‘지’ 수행이 아니면 불가능하며, 신령한 견해가 일어나게 하려면 ‘관’ 수행을 버리면 도달할 방법이 없다.
평소 지관을 수행하지 않을 때 우리 마음은 마치 보는대로 흉내내기를 좋아하는 원숭이처럼 하루 종일 망상이 어지럽게 분분하다. 그러나 ‘지’ 수행을 하면 망상은 정화되고 의식은 분명해져 탁한 생각은 맑아지고 마음은 청정해진다. 그러므로 ‘지’ 수행은 내적으로 마음을 조화하고 기르는 장점이 있고, 신령한 본성이 발현할 수 있도록 보조역할을 해주는 훌륭한 방법이기도 하다. 다시 말해 ‘지’ 수행을 통해 자기 마음에서 일어나는 망상을 잠재우고 조복 받을 수 있고, 다시 ‘관’ 수행을 일으켜 회광반조(廻光返照)하는 공부로 제법실상(諸法實相)을 환하게 관찰할 수 있다. 이처럼 오랫동안 공부를 계속하면 자기 마음속에서 신통묘혜와 지혜광명이 홀연히 나타난다.

결론적으로 ‘지’ 수행은 산만하게 움직이는 산란심을 억제하고, ‘관’ 수행은 내 마음 속의 어두운 구석을 관찰하는 것이다. 즉 ‘지’ 수행을 통해 모든 번뇌집착을 놓아버리고, ‘관’ 수행을 통해 번뇌를 놓아버린 그 자리에서 다시 올바른 지혜를 일으켜야 한다. 따라서 지관을 병행해야만 우리의 마음을 잘 기를 수 있고, 다시 신령한 지혜가 일어날 수 있도록 경책까지 할 수 있는 것이다.

망상에서 사량분별(思量分別)을 일으키지 않고 면밀한 지혜로 관조하여 수행을 오래도록 지속한다면 언젠가는 마치 통 밑이 쑥 빠지듯 마음이 활짝 열릴 것이다. 이러한 시절을 두고 ‘온 대지가 있는 그 자리에서 사라지고 허공마저 분쇄되어 신령한 광채가 홀로 빛나 육근과 육진의 구속에서 아득히 벗어난다’고 한다. 이치가 이러하기 때문에 ‘지’ 수행이 아니면 산란심을 조복 받을 수 없고, ‘관’ 수행이 아니면 신령한 지혜가 일어나지 않는다.
따라서 지관 두 수행법이야말로 상즉관계를 이루어 피차가 서로에게 바탕이 되고 보조 역할을 하여, 상호간에 동시적인 관계를 이루기 때문에 둘 가운데 어느 하나라도 빠지면 올바른 중도수행이 성립되지 않는다.

일체 수행의 원리 지관쌍운(止觀雙運)ㆍ정혜등지(定慧等持)!

‘지’ 수행을 따라 ‘관’ 수행에 도달하며, ‘지’ 수행을 통해서 얻어진 선정을 바탕으로 ‘관’ 수행을 따라 지혜가 발현된다. 다시 말해서 관(觀)은 지(止)를 따라 일어나고 혜(慧)는 정(定)을 통해 발현한다. 이를 두고 지관쌍운(止觀雙運) 정혜등지(定慧等持)라고 한다.

경전에서도 이 문제를 두고 “걸림 없는 청정한 지혜는 모두 선정삼매를 통해 일어난다.”고 하였다.

관 수행을 통해 지혜관조의 작용이 환하게 나타나야만 일체제법이 허깨비와 같다는 것을 통달하고, 일체제법은 있다 해도 실체가 없으므로 공(空)이며, 실체 없는 제법이 다시 인연을 따라 일어났기 때문에 현상 세계는 목전에 있다 해도 가(假)이다. 이 둘은 공이면서 가이고 가이면서 공이므로, 공과 가가 둘이면서도 둘이 아닌 중도의 이치인 것이다. 따라서 선정과 그에 따른 지혜를 얻으려면 지관 수행을 하지 않으면 불가능한 일이다. 결론적으로 말해서 모든 종파의 수행인들이 각양각색 다른 모습으로 수행을 한다 해도 그 모든 수행은 지관의 이치를 벗어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염불수행과 좌선참구로부터 간경(看經)에 이르기까지 모든 수행이 지관의 이치를 의지해서 이루어지고 있다. 예를 들면 경전을 독송할 경우 지극일념으로 경전의 도리에 집중하여 마음이 혼란하지 않는다면 그것이 바로 지(止)이고, 경전을 통해서 얻어진 도리를 의식으로 분명하게 관조하는 것은 관(觀)이다.

또 하나의 예를 든다면 우리가 염불수행을 할 때 ‘나무 아미타불’ 명호를 일심으로 지니면서 마음이 혼란하지 않는 상태가 지(止)이고, 마음이 혼란하지 않은 상태에서 부처님 명호를 더욱 분명하게 부르는 것은 관(觀)이다.

이 뿐만 아니라 우리가 평소에 향을 사르고 꽃을 올리고 예불하고 경전을 독송하는 등 이 모든 수행문이 지관이라는 두 법문을 떠나지 않는다. 이것이 지관 수행의 효용이다.

고요한 가운데 뚜렷한 적적성성(寂寂惺惺)이라야 여래의 지관

지(止)는 선정이고 관(觀)은 지혜이다. 정혜를 원융하게 이루고 지관을 평등하게 수행하여 고요와 관조가 둘이 아니고[적조불이(寂照不二)], 지혜광명과 마음의 고요가 하나의 자체[명정일체(明靜一體)]여야만 여래의 지관이라고 할 수 있다. 여기에서는 어느 한쪽에 치우친 수행폐단이 없다.

옛 큰스님은 말씀하셨다. “마음이 고요한 가운데 뚜렷하면 옳고[적적성성시(寂寂惺惺是)], 고요한 가운데 아무런 생각이 없다면 틀린 것이다[적적무기비(寂寂無記非)].”

이처럼 마음이 뚜렷한 쪽으로 치우치면 관 수행만 있고 지 수행이 없으므로[유관무지(有觀無止)] 지혜만 있고 선정은 없으며, 반대로 고요한 쪽으로 치우치면 지 수행만 있고 관 수행은 없어[유지무관(有止無觀)] 선정만 있고 지혜는 없다.

그러므로 어느 한쪽에 치우친 수행을 한다면 끝내 선정과 지혜에 있어서 그 어느 쪽에도 치우침 없는 중도불성의 이치를 보지 못하게 된다. 때문에 반드시 마음이 항상 고요한 가운데 항상 뚜렷해야 한다[상적적이상성성(常寂寂而常惺惺)].

고요할 땐 마음에 조금도 흐릿함이 없이 분명해야 하는데, 이는 마음이 고요한 상태에서 분명히 관조하는 모습이다[즉적이조(卽寂而照)]. 또 항상 뚜렷한 상태에서 항상 고요하여, 분명하게 관조하면서도 일념망상이 일어나지 않고, 바로 관조하면서 그 자리에서 고요해야 한다[즉조이적(卽照而寂)].
따라서 마음은 고요한 상태에서 항상 분명함은 즉지이관(卽止而觀)이고, 항상 분명한 상태에서 항상 고요함은 즉관이지(卽觀而止)다. 이를 두고 마음이 분명함과 고요함이 둘이 아니며[성적불이(惺寂不二)] 지와 관이 일여함이라 하는데[지관일여(止觀一如)], 이처럼 지관을 쌍으로 운행해야 진실한 지관수행이고 그에 따른 정혜도 원융함이라고 한다.

일념망상이 일어나지 않는 곳에서 항상 뚜렷하고, 뚜렷한 가운데 한 생각 망상도 일으키지 않아야만 선정과 지혜가 이를 따라 일어나며, 지혜의 밝음과 마음의 고요가 동시에 환하게 발현한다. 이것이 지관수행의 요체이다.

지은이 소개

지은이이자 천태종을 창종한 천태지의(538~597) 대사는 진(陳)나라 말과 수(隋)나라 초 스님이다. 형주(荊州)의 화용(華容)고을에서 태어났으며, 18세에 출가하여 560년 광주(光州) 대소산(大蘇山)의 남악혜사(慧思) 대사의 문중에 들어가 지관법문(止觀法門), 삼론(三論), 달마선(達磨禪) 등 북방계의 교리를 이어받고 법화삼매(法華三昧)에 의하여 대오(大悟)하였다. 575년 이후에는 천태산에 머물면서 천태교학을 확립하였다. 수양제의 국사를 한 그는 591년 황제의 청에 따라 보살계(菩薩戒)를 베풀고, 황제로부터 지자 대사(智者大師)의 호를 받게 되었다. 그 후 고향 형주에 돌아가 옥천사(玉泉寺)를 세우고 천태 3대부(天台三大部)인 《법화현의(法華玄義)》, 《법화문구(法華文句)》, 《마하지관(摩訶止觀)》을 강설하였다.

옮긴이 소개

우리말 옮긴이 동현 송찬우는 1951년 전남 고흥에서 태어나 동국대 불교대학을 졸업하고, 민족문화추진위원회 국역연수원을 수료했다. 고려대 한문학과와 한국정신문화연구원 한국학대학원에서 강의를 했으며, 동국역경원 역경위원을 역임했다. 탄허 스님으로부터 교(敎)를 배우고 성수 스님 문하에서 선(禪)을 닦은 그는 현재 학인스님들을 가르치는 중앙승가대학교 교수로 재직중이다. 주요 저ㆍ역서로는 《조론(肇論)》, 《금강경파공론(金剛經破空論)》, 《장자선해(莊子禪解)》, 《노자(老子) 그 불교적 이해》, 《대승기신론(大乘起信論)》, 《종경록(宗鏡錄)》, 《제불보살복장단의식(諸佛菩薩腹藏壇儀式)》, 《뜻으로 읽는 금강경》, 《법상유식학(法相唯識學)으로 이해한 반야심경》등이 있다.

출처 : 출판사 책소개

2012-12-12 / 3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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