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전 당시 백남준은 지인들에게 “조국 대한민국에서 삶의 생동감과 의미를 찾을 수 있는 곳을 꼽으라면 숭례문을 기점으로 한 남대문 시장”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일반 대중이 아무렇지 않게 생각하는 곳에 예술적 가치를 부여하고 절대 진리에 대한 탐구와 의문을 통해 21세기 예술의 출구를 연 세계 비디오 아트의 선구자 백남준.
백남준아트센터는 타계 3주년을 맞아 1963년 개최된 그의 첫 개인전 〈음악의 전시 : 전자 텔레비전(Exposition of music: Electric television)에 대한 패러디와 오마주(작가에 대한 존경)성격을 지닌 ‘신화의 전시 : 전자 테크놀로지’展 을 마련했다.
전시회는 6월12일부터 10월 4일까지 백남준 아트센터 제1, 2 전시실에서 열린다.
백남준은 첫 개인전부터 탈서구적, 탈현대적, 탈장르적 실험을 과감히 선보였다. 그는 독일 파르나스 갤러리의 1, 2층 지하실, 정원 등에 갓 도살된 소머리를 전시장 입구에 걸었고, 현관입구를 거대한 풍선으로 막아 관객들을 기어 들어오게 했다. 또한 그는 13대의 텔레비전을 조작하여 관객들의 참여를 유발시켰고, 4대의 피아노를 반음악적, 반전통적 방식으로 사용했다. 피아노를 깨부수며 연주하는 유명한 퍼포먼스도 이때 선보였다.
다름을 이용한 ‘통섭’을 시도한 것이다. 서구 일각에서는 백남준의 첫 개인전을 “예술적 가치로 텔레비전이 갤러리로 들어온 이후 비디오 아트에 초석을 이룬 비디오 아트의 기원”으로 평가하고 있다.
무지노 무노타루 作 ‘1963 전시 전경’
이번 전시회는△성인을 위한 유치원 △선 수행을 위한 도구들 △성스러움의 물신화△ 70%로 만족하는 법△20/21세기의 트라우마 △4개의 준비된 화장실 △내가 아는 것이 무엇인가? 등 1963년 전시회에서 선보였던 16개 테마들을 변주해 구성됐다. 관객들은 전시장 입구에 전시된 ‘목이 잘린 부처’를 시작으로 그의 예술세계에 빠져들게 된다. ‘목이 잘린 부처’는 1993년 베네치아 비엔날레에서 황금사자상을 받은 작품으로 백남준의 범종교적 태도와 무의식을 대표한다.
‘차마고도’로 유명한 티벳 게세르 부족 이야기를 다룬 다큐멘터리 작가 박종우의 영상, 1963년 백남준 개인전에 포함된 ‘Prepared W.C’(조작된 화장실)에 대한 음향적 변주를 시도한 홍철기의 ‘증폭된 화장실’등 22명의 국내외 초청작가들은 시대를 초월한 백남준과의 교류를 시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