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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계율 받아 잘 지키면 업보 지을 일 없어” [법문/수행] 글자크게글자작게

 
도견 스님(대구 금성사 조실)

부처님의 가르침을 믿는 사람들이라면 인생을 살면서 악업을 짓지 않도록 주의해야 합니다. 그럼, 악업을 짓지 않으려면 어떤 방법이 있을까요. 바로 계율을 잘 지키는 것입니다.

불교의 계율은 부처님 당시 만들어지기 시작하여 후대로 내려오면서 지켜야 할 조목이 더 많아졌습니다. 그 중에서도 불살생(不殺生), 불투도(不偸盜), 불사음(不邪淫), 불망어(不忘語), 불음주(不飮酒)인 5계는 가장 기본이 되는 주요한 ‘계(戒)’로 보통 ‘계율(戒律)’이라고 합니다. 계는 개인이 자발적으로 지켜야할 조목이고, 율은 집단생활에서 공통적으로 지켜야 할 규칙입니다.

아직 계가 정해지지 않았을 부처님 당시에 한 수행승이 출가 전 속가(俗家) 근방에 토굴을 짓고 살아가고 있었습니다. 그러다 보니 그 수행승의 어머니가 자주 왕래하게 되었는데, “집에 와서 대를 이을 종자 하나만 만들어놓고 가라.”고 간절히 애원했다고 합니다. 결국 그 수행승은 노모의 간청을 이기지 못해 어머니 소원대로 종자를 하나 만들고 말았습니다. 이 일이 있은 후 다른 비구들이 부처님께 가서 이 사실을 고하자, 그때 부터 불음계(不淫戒)가 제정됐다고 합니다.

점점 문란해지고 있는 도덕과 성개방풍조 등 오늘날 사회 추세는 부처님 말씀과 점점 멀어져 가고 있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그 같은 말세적 사회현상은 승가에도 심각한 영향을 주고 있습니다. 그래서 나는 젊은 스님들에게 강원을 나오면 꼭 율원에 들어가 율장을 공부하라고 강조해 왔습니다. 현재 율원(律院)이 있는 사찰은 해인사, 송광사, 파계사로 모두 세 군데입니다. 지금도 율원이 있는 사찰은 승풍이 엄격해서 여타 다른 사찰의 젊은 스님들과는 그 품행에 있어 상당한 차이가 있습니다.

승가에서는 계를 지켜야 수행자라고 할 수 있습니다. 계율은 잡념과 망상, 게으름이 일어나지 않도록 막아줍니다. 계를 수지하고 선정을 닦으면 지혜로운 자가 됩니다. 불법은 계율의 기반 위에 세워져 있습니다. 계율이 없으면 불법은 모래로 지은 성처럼 쉽게 무너져 내리고 맙니다.

언젠가 일타 스님과 함께 목포에 간 적이 있었습니다. 마침 시간이 나 바닷가 방파제에 나가보았는데 한 사람이 낚시질을 하고 있었습니다. 낚시질을 하는 이가 줄을 감는데 물고기가 ‘팔딱’거리며 물려 올라오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낚시질을 하고 있던 사람이 “스님들은 이런 거 보면 안됩니다.” 하고 말하지 뭡니까. 순간 당황한 우리들은 ‘저 분이 53선지식 가운데 한 분이 아닌가’하고 생각됐습니다. 우리가 불자들에게 계를 많이 설하는 입장인데, 그날은 오히려 그 분이 우리에게 가르침을 준 경우가 돼 버린 것입니다.

《범망경(梵網經)》에서는 특히 불자들에게 사냥과 낚시질 등을 하지 말라고 가르치며, 살생을 경계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보살계를 자주 받아 지키려고 노력하면 자연히 살생을 하지 않게 되고, 부득이하게 살생을 하게 된다 하더라도 마음에 경계심이 생겨 보살계를 받지 않을 때와는 마음가짐이 달라지게 되는 것입니다. 재가 불자들도 불교를 제대로 믿으려면 보살계 48계를 여법하게 지켜야 합니다. 요새 음주 운전하는 사람들이 많아 큰 문제입니다. 그래서 오계 중에 ‘술을 마시지 말아야 한다’는 계율과 관련된 이야기를 하겠습니다.

옛날에 계를 청정하게 지키는 거사 한 분이 살고 있었습니다. 어느 날 집안 식구들이 모두 외출하고 혼자 남아있어 심심함을 달래려고 집에 있던 술을 마셨답니다. 그런데 마침 옆집에 닭이 ‘꼬끼오’하고 우는 것입니다. 그 거사는 술김에 그만 옆집에 있는 닭을 잡아먹고 말았습니다. 다음날 옆집 주인이 와서 “닭을 못 봤느냐”고 물으니 엉겁결에 “못 봤다”고 대답을 했습니다. 결국 그동안 계를 잘 지켜온 그 거사는 술로 인해서 남의 닭을 도둑질하고, 살생하고, 그것을 감추려고 거짓말까지 하게 된 것입니다. 즉 ‘술’로 인해서 모든 계율을 범하게 되었으니, 술은 모든 파계의 원인을 제공할 만큼 무서운 것입니다.

요즘 텔레비전을 보면, 부자지간에도 함께 술을 먹고, 기분이 좋아도 먹고, 나빠도 먹고, 술 먹는 것쯤은 일상이 돼 버린 것 같습니다. 부처님 말씀에 ‘술잔을 들어 남에게 권하기만 해도 다음 500생에 손 없는 장애의 과보를 받는다.’는 내용이 있습니다. 부처님 계율이 아니더라도, 음주운전은 자칫 잘못하면 많은 선량한 생명들을 앗아가거나 위협하는 과오를 범하게 되므로 현행법에도 저촉이 되는 것 아니겠습니까.

5계 가운데 ‘음행하지 말라’는 계는 잘못된 남녀 관계를 하지 말라는 뜻입니다. 자식을 낳아 기르는 부부는 서로에게 최선을 다하고 가정을 지켜나가야 합니다. 그런데 요즘 젊은 부부들을 보면 너무 쉽게 이혼을 합니다. 이는 서로의 본분을 지키지 못하고 인내심과 지혜로운 마음을 내지 못해 초래된 결과라고 할 수 있습니다. 가정을 지키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부부가 생활 속에서 5계를 지키는 것은 물론 함께 신행활동을 해 나가는 것이 좋습니다. 우리나라는 남자들이 절에 잘 오지 않습니다. 불자라면 부부가 같이 절에 다니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부처님께서는 사부대중에게 “계를 지켜 선정을 닦고 깨달음에 이르라.”고 강조하셨습니다. 성불(成佛)이란 나의 불성을 찾아내 그것이 나의 본성임을 아는 것입니다. 성불을 하기 위해서는 화두참선(話頭參禪)을 해야 합니다. 참선하기 전 모든 번뇌망상의 집착을 놓아야 합니다. 집착을 끊고 화두가 일념이 되어야 깨달음을 얻을 수 있습니다.

언젠가 전두환 전 대통령이 퇴임 후 종립선원이 있는 문경 봉암사를 방문했다고 합니다. 그는 스님들이 잠 안자고 수행하는 것이 형식적인 것 아니냐는 생각에 일주일간 참선에 동참해 보겠다고 했답니다. 결국 그는 일주일간 용맹정진 참선을 하도록 승낙을 받았는데, 3~4시간 하더니 못하겠다며 그만 선방에서 뛰쳐나왔다고 합니다. 수행정진 할 때는 예나 지금이나 생명을 떼놓고 하는 스님들이 많습니다. 옛날에는 용맹정진 참선을 할 때 경책봉을 40~50개 깎아놓고 시작했는데 나중에는 그 경책봉들이 다 부러져 나갈 정도였습니다.

자연히 계를 지키고 수행을 많이 한 사람은 선업을 쌓고, 그렇지 못한 사람을 악업을 짓게 도비니다. 진정한 불자라면 반드시 5계를 지키고 자신의 마음자리를 닦아 선업을 쌓도록 노력해야겠습니다.

* 이 법문은 만불신문 77호(2003년 3월 8일자)에서 가져왔습니다.

2010-12-03 / 54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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