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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성과 쇄신 결사’는 실천입니다” [법문/수행] 글자크게글자작게

 
진제 스님(조계종 원로의원·대구 동화사 조실)

새해 들어 총무원장 자승스님과 집행부는 담화문을 통해 범종단적 차원의 ‘자성과 쇄신 결사’를 제안한 바 있습니다.

이는 우리 모든 수행자들의 의지를 대표해서 천명한 일입니다.

수행자의 생명력은 바른 정견을 갖추고 세상사에 변함없이 초연하게 살아가는 의지에 있다고 봅니다.

이번 총무원장스님의 제안은 수행자 본연의 자세를 되찾자는 자성의 결사인 것입니다.

이를 통해 한국불교가 민족종교로서의 자긍심을 되찾고 사회와 함께하는 국민불교로서 다시 서는 계기가 될 것이라 확신합니다.

한국 불교는 지난 1700여 년의 역사 속에서 생활불교로서 국민들과 함께하며 시대정신을 이끌어 왔습니다.

고려시대에는 백련白蓮결사와 지눌의 정혜定慧결사가 있었습니다. 그 결사를 통해서 세속화된 불교와 타락한 형식불교를 척결하며, 정법수행正法修行을 주창했습니다. 근세에는 ‘부처님 법대로 살자’는 봉암사결사로 한국 승가의 내적內的인 혁신과 납자衲子들의 수행풍토 확립에 큰 족적을 남겼습니다.

금번 총무원장스님의 ‘자성과 쇄신 결사’의 천명은 정화불사淨化佛事의 재현이라고 평가할 만합니다.

따라서 모든 출가자들은 깨달음을 통해 생사生死의 고통에서 영구히 벗어나서 널리 일체중생을 제도하고자 하는 출가 본분으로 돌아가야 합니다.

우리 스님들이 먼저 대오견성大悟見性하기 위해 신명身命을 돌보지 아니하고 철저히 수행하고 있는지 스스로를 냉철하게 돌아보아야 할 것입니다.

부처님의 가르침에 위배되고 있지는 않은지, 타성에 젖어 출가정신出家精神을 망각하고 퇴굴심을 일으키고 있지 않는지 반성해야 합니다.

그리고 수행을 통해 자기 성찰과 종단의 체계와 제도 등을 점검하여 법法답지 못한 점이 발견되면 언제라도 바로 잡을 수 있는 신심과 결단을 내려야 할 것입니다.

수행결사란,  수행자 본연의 자세로 돌아가 ‘참나’를 발견함으로써 밝은 지혜智慧와 평등자비平等慈悲를 갖추고, 생사문제를 해결하여 세세생생 무심삼매無心三昧를 수용收用하고 영원한 안락을 얻는 것을 말합니다.

참선은 정안正眼을 갖춘 선사의 지도 아래 일상생활 속에 ‘참나’를 찾아 지혜를 계발하고 마음의 갈등을 해소하는 것이니, 종단적인 정책 아래 재가자를 위한 시민선원을 활성화해서 새마을운동처럼 ‘생활禪’, ‘대중禪’으로 “국민참선운동”을 선도하고 계몽해야 합니다.

봉암사결사가, 퇴락한 한국불교에 일대 전환의 계기를 마련할 수 있었던 것도 철저한 수행결사의 정신이 분명했기 때문입니다.

자기의 눈이 어두우면 모든 중생을 지도할 수가 없고, 만 중생을 교화하여 진리와 안락의 세계로 인도할 수가 없습니다.

사부대중이 수행정신으로 이번 결사에 임한다면 한 마음으로 화합된 불교, 국민과 함께 하는 생활선, 인류의 정신을 선도하는 한국선으로 거듭나게 될 것입니다.

문화결사란,  시대의 정신을 선도先導해 온 정신문화精神文化와, 유구한 전통의 무형문화無形文化와, 찬란한 문화재의 유형문화有形文化를 보존해 길이 후손에게 물려주는 것을 말합니다.

인류역사는 산업혁명, 과학혁명을 거쳐 21세기는 바야흐로 정신혁명의 시대가 도래했습니다. 물질에 종속되지 않는 창조적 정신으로 인류 역사를 선도해 나가기 위해서는 반드시 ‘참선’을 통해 지혜를 계발하는 정신혁명精神革命이 핵심核心입니다.

불교의 진리眞理에는 세 가지가 있습니다. ‘법신法身’의 엷은 진리가 있고, 그 위에 육근육식六根六識을 송두리째 뿌리 뽑아서 온 삼천대천세계三千大千世界가 텅텅 비어 성인聖人과 범부凡夫가 없는 ‘여래선如來禪’의 진리와, 부처님께서 전하신 지극한 이치로 ‘향상向上의 진리’가 있습니다.

60여 년 전 향곡香谷ㆍ성철性徹선사께서는 봉암사결사를 주도하여, 최상승의 진리를 발견함으로써 한국의 정신문화를 세계 정상에 우뚝 올려놓았습니다. 봉암사결사에서 성취한 ‘향상向上’의 최상승最上乘 진리는 지금 일본, 중국, 동남아에도 없고 오직 한 가닥 한국에만 남아있으니, 그 무엇보다도 우선 보전保傳해야 할 가장 중요한 정신문화입니다.

그리고 모두가 합심合心할 수 있는 효과적인 정책을 통해 민족의 혼이 깃들어 있는 학문과 예술, 놀이 등 무형의 전통문화와, 자연과 건축, 조각 등의 유형의 전통 문화유산을 잘 보전해야 합니다.

선진국先進國이란 훌륭한 문화전통이 밑바탕에 깔려 있어야 진정한 선진국이라 할 수 있습니다. 반만년의 전통문화를 계승하고 1700년 불교문화佛敎文化가 한국 민족문화의 뿌리가 되고 있는 만큼, 온 국민이 인식을 바로 하여 합심合心해서 민족문화유산을 잘 보존하고 발전시켜나갈 때 명실 공히 세계적인 선진국민이 될 수 있을 것입니다.

생명결사란,  ‘天地同根[천지동근] 萬物同體[만물동체]’라는 동체대비심同體大悲心을 말합니다.

온 국민이 생활 속에 ‘참나’를 찾는 참선수행을 꾸준히 연마하면 온 생명체가 나와 더불어 한 몸이요, 온 세계가 한 집이라는 인식에 크게 눈을 뜸으로써 자비의 마음이 우러나와 자연히 모든 생명을 내 몸처럼 돌보고 보살피게 됩니다.

‘참나’를 알아 참다운 생활로 모든 생명을 존중해야 합니다. 이러한 생명존중生命尊重 사상이 확립되어야 웃어른을 공경하는 예의범절이 바로 서고, 윤리ㆍ도덕이 있는 사회를 만들어 갈 수 있습니다.

생명을 존중하는 자비심으로 채식을 권장해서 구제역, AI 등과 같은 질병을 예방하고, 자연보호와 지구 온난화 해결에도 큰 도움이 되도록 하여, 나와 더불어 모든 생명들이 함께 할 수 있는 평화로운 세계를 구현합시다.

나눔결사란,  행복幸福과 불행不幸을 이웃과 나누는 보시행布施行을 말합니다.

지금 바로 돌아보십시오, 이웃과 나누어야 할 것들이 너무도 많습니다.

물질은 한없이 많은 사람들이 누리고 있지만 중생의 욕망은 끝이 없습니다. 인생은 오늘 왔다가 내일 가는 것인데, 물질만능주의에 모든 것을 잃어버린다면 다음 생은 보장이 없습니다.

그러나 일상생활 속에 꾸준히 지혜를 밝히는 선 수행이야말로 참된 큰 행복을 가져다줍니다.

참선 수행을 꾸준히 연마하면 마음의 모든 탐심, 불안, 갈등 등이 봄바람에 눈 녹듯이 서서히 없어져서 항시 마음이 편안하게 됩니다. 그러면 자연히 내 것을 더 취하려는 욕심도 없어지고, 남과 다툴 일도 없어져서, 어려운 이웃을 내 몸과 같이 보살피게 되니, 저절로 사회가 평화롭게 됩니다.

또한 그렇게 수행을 통해 맑은 정신과 밝은 마음을 얻으면, 다음 생에는 더 좋은 여건에서 태어나서 출세와 복락을 누리게 됩니다.

근세 우리나라에 혜월慧月 선사라는 무심도인無心道人이 계셨습니다. 때때로 신도들이 옥양목 바지와 적삼을 잘 지어서 바치면 선사께서 그 옷을 입고 시장에 가시곤 했는데, 거지들이 “스님, 그 좋은 옷 좀 저에게 주십시오.” 라고 하면 선사께서 먼저 홀랑 벗어 놓고는 기다렸다가, 거지가 옷을 벗어 주면 그 옷을 입고 오곤 하셨습니다.

하루는 49재가 있어 장을 보러 가시다가, 길가에서 아이를 안고 대성통곡하고 있는 아낙을 보시고 까닭을 물어보니, “집에 불이 나서 다 타버리고 오갈 데가 없어서 그럽니다.”고 했습니다. 스님께서는 그 자리에서 49재비를 다 내주시면서, “이 돈으로 집을 다시 이루도록 하세요.” 하시고는 도로 절로 돌아오셨습니다.

다음날 이상하게 여긴 재주齋主가 “스님, 어찌된 연고입니까?” 하고 여쭈니, 선사께서는 전날의 사정을 얘기하시며, “재는 벌써 지내서 영가는 극락세계에 갔네.” 하셨습니다. 재주가 사정 얘기를 듣고는 큰 복을 짓게 된 것을 기뻐하며 다시 재비를 내어 대중공양을 잘 한 적이 있었습니다.

이와 같이 ‘참나’를 찾아서 너와 내가 없는 무심행無心行을 하는 것이 진정한 나눔입니다.

그러므로 어려운 이웃들을 위해 가지가지의 나눔운동을 펼쳐서 이웃의 아픔을 나누는 실천행에 힘을 보태야 할 것입니다. 더불어 템플스테이 등을 통해 사찰공간을 삶의 재충전의 장소로 제공하거나, 사회복지관을 많이 증설하는 것도 똑같이 실천해야 할 나눔입니다.

평화결사란,  내적內的 청정심淸淨心과 외적外的 정화淨化를 통한 평화운동平和運動을 말합니다.

내실內實 없는 종교는 사상누각沙上樓閣과 같습니다. 개인의 내적 평화 없이는 사회평화가 있을 수 없고, 사회평화 없이 세계평화가 있을 수 없습니다. 그러므로 세계평화와 인류의 행복의 열쇠는 개인의 내적 평화에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산승山僧은 올해 초 세계적인 신학자 폴 니터 교수와 함께 종교 간의 대화를 가졌습니다. 불교계가 주도한 최초의 종교간 대화였던 이번 행사에서 인류 개개인의 내적 평화 없이는 세계 평화란 불가능하다는 데 인식을 같이 하고 종교 간의 화합和合과 공존共存, 인류 평화를 위해서 선禪 수행을 통한 해법의 가능성을 확인하며, 27개의 언론사와 KBS1 TV를 통해서 알려짐으로써 사회적으로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습니다. 이 자리에서 산승과 폴 교수는 세계평화와 인류행복을 위해 종교인들이 솔선해서 사명과 역할을 다하자고 약속했습니다.

그리고 미국 유니언 신학교 초청으로 올 9월에 미국으로 건너가 세계 속에 동양의 정신문화인 한국 간화선을 알림으로써 종교간의 평화와 세계평화에 기여하고자 합니다.

이번에 방한한 다원주의 신학자 폴 니터 교수도,

“내실內實 없는 종교는 과학이 발달할수록 도태할 수밖에 없으며, 따라서 서양의 다른 종교인들이 내실 있는 수행에 호감을 가지고 불교에 많이 귀의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에 총무원장스님도 2013년 세계종교지도자포럼을 유치해서 종교간 화합에 크게 기여하고 있습니다.

그러므로 수행과 보살행으로써 내실을 다지고 있는 우리는 그 역할의 막중함을 알아야 합니다. 그러니 수행을 열심히 하여 내실을 기하면서, 이웃을 보살피는 자비행慈悲行을 실천해야 하겠습니다.

그리고 우리나라 7천만 국민이 크게 눈을 떠야 됩니다.

손바닥만 한 이 땅덩어리를 가지고 남북南北이 갈라진다는 것은 정말 부끄러운 민족인 것입니다. 시비ㆍ갈등이 없기 위해서는 ‘나’라는 허상虛想을 다 놓아버려야 됩니다. 여야가 대의大義를 좇아서 멋진 정치를 하시고, 앞으로 평화로운 통일을 이루기 위해서는 가까운 주변국들과 머리를 맞대고 지혜를 모아야 합니다. 북한을 움직일 수 있는 열쇠는 중국中國이 가지고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기에 정치하는 분들은 이에 초점을 맞추어 지혜를 모아간다면 남북통일이 성큼 다가오리라 보며, 이로써 세계평화에 크나 큰 원동력을 부여하리라 봅니다.

총무원장스님과 집행부가 ‘소통과 화합으로 함께 하는 불교’를 천명하고 취임한 이후 지난 1년 동안, 승가교육僧家敎育을 혁신하고, 소외받고 어려운 이웃들과 함께 나누는 자비행을 몸소 실천하며, 교황을 비롯한 각 종교 지도자들을 만나 종교간의 평화에 크게 기여하는 등 안팎으로 모범적인 종단운영의 모습을 보여왔습니다.

이젠 또 하나의 과제가 주어졌습니다. 국민 계몽과 홍보를 통해서 민족문화에 대한 올바른 인식을 고취시켜야 합니다. 또한 우리 불교계가 민족문화유산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불교문화재에 얼마나 적극적이고 미래지향적인 안목眼目을 가지고 관심과 지원에 성의를 다해 왔는지 되돌아보는 계기로 삼아야 합니다.

우리 스스로 문화재의 소중함을 잊어버리지는 않았는지 반성하고, 자립적인 민족문화 수호 의지를 더욱 굳건하게 다지고, 현행의 제반 불합리한 제도와 관련 법안 등의 개선을 도모해나가야 할 것입니다.

이번에 안[內]으로 ‘자성과 쇄신 결사’를 천명한 것은, ‘소통과 화합’이라는 전제前題와 더불어 마치 두 수레바퀴처럼 시대상황과 흐름에 부합하고 불교 중흥佛敎 中興을 재현再現할 수 있는 큰 계기가 될 것입니다.

 우리 모두는 부처님 가르침대로 수행자 본연修行者 本然의 자세로 돌아가 수행을 해야 할 것입니다.

그 수행이라 함은 모든 갈등에서 벗어난 곳이요, 만법의 근원인 ‘참나’를 찾는 일입니다. 그러니 ‘부모에게 나기 전에 어떤 것이 참나던고?’ 하는 화두를 들고 자나 깨나 오매불망 간절히 의심하고 의심해야 합니다. 그래서 화두가 흐르는 시냇물과 같이 끊어지지 아니하고 간단없이 이어져서 모든 보고 듣는 경계가 끊어진 깊은 삼매三昧가 지속되는 시절이 와야 되는 것입니다. 이러한 때가 며칠이고 몇 달이고 몇 년이고 흐르다가 홀연히 사물을 보는 찰나, 소리를 듣는 찰나에 화두가 타파되고 억만년 전 자기의 참모습을 발견하게 됩니다.

이렇게 ‘참나’를 발견하게 되면 생노병사生老病死의 고통으로부터 초연하게 되고 미래세가 다하도록 모든 부처님들과 함께 대자유, 대안락을 누리게 되는 것입니다.

이제 우리 사부대중은 일심一心으로 화합和合하여 ‘결사운동’을 실천해 나가 성공적成功的인 회향을 이끌어 낼 수 있도록 일상을 수행의 자세로 임하도록 합시다.

이는 부처님의 은혜에 보답하는 길이며, 자기를 청정히 하고 존경받는 승가의 모습을 되찾는 중요한 실천행인 만큼, 종단의 원로元老스님들과 여러 대덕大德스님들 그리고 전종도全宗徒가 심기일전心機一轉의 자세로 최선을 다해 동참해야 합니다.

불자와 국민여러분!

이번 ‘자성과 쇄신 결사’를 온 국민이 일상생활 속에 ‘참나’를 찾는 수행의 모습으로 실천해 나가, 뭇 생명들 전 인류와 더불어 평화롭고 안락한 세계를 이루도록 합시다.

선禪의 정신혁명을 통해 21세기 인류 역사를 주도하고, 반만년 민족 얼이 담긴 문화유산과 전통문화를 바르게 인식하고 계승, 보존해서 길이 후손에게 전합시다.

또한 최고의 수행법인 한국선韓國禪을 세계에 유포해서, 온 인류가 ‘참나’를 찾아 지혜를 계발하고, 내적ㆍ외적 평화를 이룸으로써 종교를 초월하여 남북평화통일과 세계평화에 기여합시다.

이에 우리 모든 사부대중은 이러한 ‘5대 결사五大 結社’에 일심一心으로 동참하여, 우리 불교가 온 국민에게 존경받는 불교로 거듭나고, 모든 생명이 한 몸이 되고 온 세계가 한 집이 되는 ‘화합和合과 수행修行의 불교’, ‘대한민국大韓民國을 선진대국先進大國으로 선도善導하는 불교’로 만들어 갑시다.

春三月(춘삼월) 好時節(호시절) 자고새가 우는 곳에 백 가지 꽃이 향기롭더라.

* 이 법문은 조계종 원로의원 진제 스님(대구 동화사 주지)이 2011년 2월 8일 동화사 설법전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조계종 총무원장 자승 스님이 발표한 5대 결사에 대해 ‘자성, 쇄신,  결사는 시대적 소명’임을 강조하며 말씀하신 내용입니다. 이 법문은 조계종 홈페이지에서 옮겨왔습니다.

2011-02-11 / 49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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