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관 스님(전 조계종 총무부장)
불자라면 누구나 기본적으로 지켜야 하는 것이 있습니다. 바로 오계(五戒)입니다. 계는 마음에 바탕을 두고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평소에 마음을 잘 닦아야 합니다.
《화엄경》〈보살명난품〉에는 마음을 ‘심불급중생(心佛及衆生) 시삼무차별(是三無差別)’이라고 설명하고 있습니다. 즉 ‘부처님의 마음과 중생의 마음은 조금의 차별도 없다’는 뜻입니다.
마음을 잘 닦으면 부처가 되고, 마음을 닦지 못하면 번뇌·망상에 휩싸여 중생으로 살게 됩니다. 마음을 부지런히 닦는 것, 이것을 정진이라고 합니다. 부지런히 정진해서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얻으면 부처가 되는 것입니다.
《능엄경》에는 ‘발심한 모든 사람들은 발명(發明)을 해야 된다’는 구절이 여러 군데 나옵니다. 발명이라는 말의 뜻을 우리는 마이크, 사진기, 전화기 같은 문명의 이기를 만들어내는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지만《능엄경》에서는 ‘한 마음을 밝히는 것’이라고 설명하고 있습니다. 즉 자기 자신을 채찍질해서 게으름을 떨쳐버리고, 부지런히 노력해서 올바른 판단력을 갖게 하는 것을 말합니다.
오계를 잘 지키면 금생에서 행복해질 뿐만 아니라 나아가 다음 생에 좋은 씨앗을 가지고 시작할 수 있는 근본이 됩니다. 계율을 지킨다고 하는 것은 자기 마음대로 하고 싶은 것을 안 하고 참는 것입니다. 옛 스님들은 계율을 우리의 두 다리에 비유했습니다. 즉 계율을 지킨다고 하는 것은 다리를 튼튼히 하는 것이라는 말이지요. 그러면 계율을 잘 지키면 어떤 공덕이 있을까요. 계율을 잘 지키면 불도를 이루기 전에라도 몇 가지의 이익이 있다고 했습니다.
첫째는 시방세계의 모든 부처님께서 참으로 불자가 되겠다고 하는 원력을 보호해 주신다는 것입니다. 둘째는 죽음에 임박했을 때 마음이 기쁘고 즐겁게 된다는 것입니다. 셋째는 세세생생 태어나는 곳마다 모든 보살들과 도반이 되고, 좋은 벗들을 만나게 된다고 합니다. 넷째는 공덕이 쌓여서 계바라밀(戒波羅蜜)을 성취한다고 합니다.
계를 지키는 공덕은 부처님이 갖추고 있는 공덕과 똑같습니다. 초기경전에서는 계·정·혜 삼학을 고루 닦아야 한다고 했습니다. 계율은 부처님의 행이고, 선정은 몸과 마음을 편히 하는 것이고, 지혜는 올바른 판단력을 갖추는 것입니다. 무명·번뇌가 다 끊어져 어떤 길이 바른 것인지를 알게 된다는 것이죠.
우리는 새로운 것을 창조하기 전에 모방부터 합니다. 모방을 거듭한 후에 자기 것으로 완전히 습득하게 되면 창작이 나오는 것이지요. 이와 마찬가지로 계율을 따라하는 것은 모방이지만 나중에 내 것으로 다 소화하고 나면 계율은 바로 바라밀이 됩니다. 계율을 잘 지키는 것이야말로 부처님의 지혜와 마음을 다 성취할 수 있는 제일 좋은 방법입니다. 계바라밀은 부처님의 공덕을 갖추게 하는 공덕이 있습니다.
겉으로 드러난 계율은 육체가 잘못을 범하지 않는 것을 말하지만 성계(性戒)는 마음으로도 죄를 짓지 않는 계율을 말합니다. 성계를 이루면 다른 사람을 시기 질투하고 욕심 부리는 마음이 없어집니다. 그리고 복덕과 지혜가 갖추어지게 됩니다. 그것이 바로 계율을 지키는 공덕입니다.
부처님은 성계를 이룬 사람을 참불자라고 했습니다. 형식적인 불자에서 시작해 마지막 참불자 되기까지 얼마나 걸리는지 모릅니다. 개개인이 얼마나 노력하느냐에 따라 달라지기 때문이죠. 오계를 철저히 지키겠다는 굳건한 신념을 가지고 용맹정진 해서 모두 참불자가 되시길 바랍니다.
* 이 범문은 만불신문 116호(2004년 9월 18일자)에서 옮겨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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