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옥 지음 / 출판사 공간루 / 15,000원
「 만다라를 통한 명상치유, 빨강은 어떤 의미의 상징인가? 」
화가의 작업은 색으로 그의 생각을 표현한다. 다른 장르의 예술에 비해 작가의 의도를 이해하기가 어려운 편이다. 김영옥의 ‘붉음의 화두’는 작가의 창작 노트라는 개념을 넘어서 그림 작업을 통해 자신의 내면을 기록한 명상집이다. 김영옥이 네 번째 개인전을 준비하면서 천착하게 된 화두는 빨강, 즉 붉음이다. 작가는 붉은 색이 지니고 있는 이미지를 희열, 열정, 힘, 생명. 욕구, 분노, 탄생, 부활, 깨어남, 활력소 등의 복합적인 요소로 말하고 있다.
이 복합적인 요소들을 색과 형상으로 표현해내는 작업은 지난했으리라는 짐작이 든다. 붉음이라는 화두에 매달려서 작업을 하는 과정은 선승(禪僧)의 수행처럼 내적으로 치열한 용맹정진의 연속이었을 것이다. 한 작가가 전시회를 하면서 그 작품들의 태동에서부터 완성되기까지의 과정을 한 권의 책으로 묶어내는 것은 흔치 않은 일이다. 글쓰기 또한 그림 못지않게 정신의 진액을 짜내야 하는 일이기에.
작가는 말한다.
“살아 꿈틀거리는 모든 생명은 붉고 작은 한 점의 핏방울과 빛줄기로 그 존엄을 부여받는다. 이번 작업은 한 점의 핏방울로 잉태된 생명으로 시작하여 점점 진화 되어 갔고, 재창조된 생명력을 화폭에서 경험하게 되었다.” (본문 28p중에서)
김영옥은 자신의 작업이 가장 척박한 곳에서 빛나는 대 생명의 씨앗이 싹튼다는 믿음으로 일관했다고 고백한다. 나아가 극지의 동식물들의 세포조직이 탁월한 밀도를 지니고 있는 것처럼 인간 내면의 아름다움도 밀도 깊은 극치로 표출될 것임을 확신하였다고 했다.
그것은 곧 작가의 지난한 작업과정에 대한 자부심이다. 전시의 주제를 만다라로 정하고서 ‘붉음의 화두’를 붙들고 계속해온 작업은 극지에 씨앗을 뿌려 움을 틔우게 하는 과정이었다. 그 과정을 문자로 기록한 ‘붉음의 화두’는 매우 뜻 깊은 가치를 지닌 작가의 내면 백서이다. 김영옥의 그림을 보고 있노라면 ‘만다라’라는 주제에 걸맞게 환희의 파장이 느껴진다.
‘붉음의 화두’를 읽고 있으면 그 환희의 파장이 단순한 기교에서 비롯될 수 없음을 확연히 알 수 있다. ‘붉음의 화두’는 예술가의 정신이 거듭되는 정련의 과정을 수없이 거쳐서 마침내 작품으로 탄생되기까지의 긴 여정을 세밀하면서도 감동적으로 서술하고 있다. 무의식을 일깨우는 선(禪)과 같은 작업의 과정을 색과 글로 병행하여 화폭과 책으로 펴낸 치열함과 열정이 경탄스럽다.
김영옥은 자신의 작업에 대해 창작의 위치에서 벗어나 명상의 관점에서 서술하고 있다. 때문에 그의 글은 깊은 울림을 지니고 있다.
“체험 과정은 자신을 바라보는 반복적인 행위에서 이루어진다. 무의식을 알려고 처음 시도 할 때는 뚜렷한 길이 보이지 않는다. 그럴 때 마음이 요구하는 것을 잘 살펴서 그 원인을 인정하고 받아들여야 한다. 반복적으로 체험들을 끊임없이 잘 관찰하여야 한다. 수시로 명상을 통해서 내면이 이끄는 대로 따라가 보자. 내면의 구심점을 향해 한 걸음 한 걸음 다가설 때마다 체험의 강도는 점점 강력해진다. 이 과정을 꾸준히 반복하게 되면 어느 날 자신도 모르게 확장된 자아를 발견하게 된다. 일단 자아가 확장되면 활동 무대의 폭은 넓어지고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에도 변화가 온다.” (본문 64p중에서)
김영옥이 전시를 준비하는 과정은 도를 닦는 자세로 일관하였음을 글을 통해서 알 수 있다. ‘붉음의 화두’를 읽다보면 작가의 창작 혼이 살아있음을 문맥에서 느낄 수 있다. 글과 그림이라는 정신노동의 창작과정은 표현의 방식만 다를 뿐 본질적인 면에서는 상통하는 것이다. 김영옥은 사물을 바라보는 관점을 역행을 통해 새로운 상을 정립해서 표현하는 고통스런 작업을 계속했다. ‘붉음의 화두’ 속에는 그 고통의 옹이들이 박혀있다. 그것은 그의 작업 과정을 받쳐주는 동력이었다.
“굳고 딱딱한 껍데기의 허물은 반복적인 싸움들이 있어야 조금씩 벗겨진다.” (본문 171p중에서)
김영옥은 상처나 좌절로 인해서 생긴 일들이 서서히 회복되면서 자신의 내면에서 일어나는 변화를 작품에 반영시켰다. 화가가 지난하고 고통스런 작업과정에서 겪어야 하는 정신의 변화를 기록한 ‘붉음의 화두’ 는 매우 가치 있는 기록으로 평가되어야 하리라. 무의식이라는 정신의 깊은 우물에서 창작의 요소를 길어 올리는 일은 결코 순탄할 수 없는 일이기에.
김영옥은 자신의 내면에 잠자고 있는 상징들을 깨우기 위해 선승의 참선 같은 자세로 일관하며 내면을 들여다보았다. 상징의 퍼즐 한 조각을 찾을 때마다 의미를 풀어서 정체성을 심어주어 생명력을 갖게 하였다. 김영옥은 작업을 하면서 가끔 신비롭게 느껴지는 일들을 체험했다고 한다. 그것은 무의식에서 발현된 창조적인 행위였다고 한다. 그 순간 창작의 에너지가 솟구침을 느꼈다고 했다. 김영옥의 글 속에는 내적 에너지가 도도히 흐르고 있다. 자신과의 끊임없는 대면을 통해 얻어낸 순수의 에너지가 흐르고 있다. 김영옥의 ‘붉음의 화두’는 잠언적이며 명상적이다. 시로 표현한 행이 짧은 글 속에도 깊이와 울림이 있다. 글쓰기의 기교를 벗어나 내면의 소리를 충실히 기록한 결과물이기에 그 파장이 길게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상상과 창조 (본문내용 p265)
가끔 자신이 하고도 신비롭게 느끼는 일들이 있을 것이다. 그것은 무의식에서 발휘된 창조적인 행위이다. 신비는 발견될 당시 가장 많은 힘을 준다. 때문에 우리는 늘 상상과 창조를 한순간도 놓쳐서는 안된다. 이것은 자신의 존재가 신비로움으로 만들어졌기에 가능하다. 인간만이 그 신비로움을 알고 발견할 수 있는 혜택을 천성으로 받았기 때문에 우리는 늘 창조적인 삶을 살아갈 수 있다.
자기 안에 있는 능력이 발견되어질 때가 있다. 이것은 늘 발견되어져야 한다. 그러므로 부지런하게 자신을 들여다보라는 뜻이다. 자신의 타고난 천성의 힘을 믿고 그대로 온전히 열과 성을 다한다면 이 세상에 몸을 맡겨도 될 것이다. 작업하면서 생생한 경험을 많이 했다. 창조의 문으로 자유롭게 들어섰기 때문이다. 화려하고 장엄한 색들도 나에게는 부담이 없었다. 은빛으로 된 청색과 먹색은 맑고 청아한 세계를 보게 했고, 은빛으로 물든 세계는 천성의 빛이 되어 마음을 사로잡았다.
저자 소개 글 · 그림 김영옥
1969년 경북 군위출생으로 원광대학교 동양학대학원 서예문화학 석사 서울불교대학원대학교 상담심리 미술치료전공 박사과정을 수료했고 현재 만다라미술심리연구원장으로 끊임없는 창작의 길을 모색하고 있다. 김영옥의 작업은 집중, 몰입, 명상 그리고 실천이다.
작업의 모태인 제1회 개인전 ‘김영옥만다라새김전’을 통해서 많은 사람들에게 신선한 충격으로 다가서면서 만다라 작업의 진수를 보여주었다. 제2회 ‘인드라망의 빛’과 제3회 ‘숭례의 문’ 등 굵직한 주제로 심층적이고 독창적인 정신세계를 이끌어내면서 21세기의 시대정신에 적합한 에너지의 원동력이 되어가고 있다. 김영옥은 작업과 동시에 자신의 문제를 넘어서 세상의 문제와 함께 공유하고자 첫 번째로《김영옥만다라 길》이란 책이 출판되었다.
이 책은 자기 스스로 길을 찾아나서는 초기의 작업내용들로 구성되어 기술되었다. 이번 네 번째 초대전시는 ‘고요한 동방의 빛’을 주제로 시월에 펼쳐진다.
이 주제로 자신의 차원변화에 전력을 쏟으며《만다라를 통한 명상치유》란 책이 두 번째로 나오게 되면서 작가의 생생한 체험의 빛을 담고 있다. 앞으로 이 책은 세상의 아픈 상처들을 끌어안으며 어두운 곳곳을 따뜻한 빛의 세계로 다가서길 바라면서 우주전체가 온전하고 평화로운 세계가 펼쳐지길 바라는 야심찬 꿈을 갖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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