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계종 종정 도림 법전 대종사 동안거 걸제 법어
조계종 종정예하 법전 대종사가 11월 10일 동안거(冬安居) 결제일(結制日)을 맞아 전국의 수행납자(修行衲子)들을 분발토록 격려하는 법어를 내렸다.
법전스님은 “생生의 한 편에 얽매여 사死를 보지 못하거나 사死의 한 편에 얽매여 생生을 보지 못한다면 이것은 제대로 된 화두를 들고서 결제하는 납자라고 할 수 없을 것입니다.” 수행자의 분발을 촉구하고, “죽어도 제대로 죽기만 한다면 거기에 또 살길이 열리는 것이 이 공부길이기도 합니다.”며 제대로 된 공부를 통해 깨달음의 길로 나아갈 것을 당부했다.
이어 “결제라고 하는 것은 죽는 가운데 살 길을 찾는 일입니다. 해제 때 돌아다니던 걸음걸이를 죽이고, 원숭이 마냥 사방으로 내달리는 번뇌를 죽이고, 잡으려고 하면 할수록 치성해지는 망상을 죽이는 일입니다. 그런 죽음 속에서도 미꾸라지 같이 도망가는 화두를 챙기면서 살 길을 찾는 일입니다. 죽음 속에서 살 길을 찾기 위해 우리가 이렇게 결제를 하고 있다는 사실을 결제 첫날부터 마지막 날까지 항상 명심해주시기 바랍니다.”고 당부했다.
조계종 에서는 매년 전국 100여개 선원에서 2200여 명의 수좌스님(참선수행에 전념하는 스님)들이 방부(안거에 참가하겠다는 신청 절차)를 들여 수행에 매진하고 있다.
안거(安居)란 동절기 3개월(음력 10월 보름에서 차년도 정월 보름까지)과 하절기 3개월 (음력 4월 보름에서 7월 보름까지)씩 전국의 스님들이 외부와의 출입을 끊고 참선수행에 전념하는 것으로, 출가수행자들이 일정한 기간 동안 한 곳에 모여 외출을 삼가고 정진하는 것을 말한다. 안거수행은 한국불교가 전통적으로 이어오고 있는 고유의 수행문화다.
날이 밝으면 반드시 목적지에 도착하니
조주선사가 물었습니다.
“사중득활시(死中得活時) 여하(如何)오
죽었다가 살아나는 때는 어떠하오?”
이에 투자대동(投子大同)선사가 대답했습니다.
“불허야행(不許夜行)이라도 투명수도(投明須到)입니다
야간통행을 허용하지 않는다고 해도 날이 밝으면 반드시 목적지에 도착해야 합니다.”
생(生)의 한 편에 얽매여 사(死)를 보지 못하거나 사死의 한 편에 얽매여 생(生)을 보지 못한다면 이것은 제대로 된 화두를 들고서 결제하는 납자라고 할 수 없을 것입니다. 이럴 경우 살아있는 사람이 아니라 죽은 송장인 까닭입니다. 그렇지만 죽어도 제대로 죽기만 한다면 거기에 또 살 길이 열리는 것이 이 공부길이기도 합니다.
묶을 끈도 없는데 스스로 묶이며, 또 본래 활기찼던 사람이 묶여서 스스로 죽은 사람이 됩니다. 억지로 법도를 만들어서 멀쩡한 화두를 죽은 화두를 만들어 버립니다. 사는 법만 알고 죽는 법을 모른다고 하는 것은 사는 법조차도 죽게 만들 것입니다. 한쪽으로 치우친 공부법은 제대로 공부하는 법이 아닙니다. 그런 까닭에 화두를 가지고 살려고 하면 죽을 것이요. 반대로 화두를 쥐고서 죽으려 하면 도리어 살 길이 열릴 것입니다.
결제라고 하는 것은 죽는 가운데 살 길을 찾는 일입니다. 해제 때 돌아다니던 걸음걸이를 죽이고, 원숭이 마냥 사방으로 내달리는 번뇌를 죽이고, 잡으려고 하면 할수록 치성해지는 망상을 죽이는 일입니다. 그런 죽음 속에서도 미꾸라지 같이 도망가는 화두를 챙기면서 살 길을 찾는 일입니다. 죽음 속에서 살 길을 찾기 위해 우리가 이렇게 결제를 하고 있다는 사실을 결제 첫날부터 마지막 날까지 항상 명심해주시기 바랍니다.
사중득활고래희(死中得活古來稀)
활중득사인무수(活中得死人無數)
죽었다가 살아나는 자는 옛날부터 드물었고
살려고 하다가 죽은 자들은 부지기수로다.
2555(2011) 신묘년 동안거 결제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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