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계종 前 포교원장 혜총스님 지음 / 불광출판사 / 13000원
법정 스님은 왜 혜총 스님에게 복 받을 거라고 하셨을까?
법정 스님은 혜총 스님에 대해 이렇게 회고했다. “혜총 스님을 만날 때면 40년 전 해인사 시절에 인상된 기억이 떠오르곤 한다. (중략) 혜총 스님이 밥을 댈 때는 듬뿍듬뿍 나누었기 때문에... 밥을 대는 모습이 어찌나 복스럽던지 지금도 그 모습이 눈에 선하다. 그때마다 나는 속으로 혜총 스님은 복 받겠다고 뇌었다. (중략) 자운 큰스님은 나의 계사(戒師)일 뿐 아니라 중노릇을 하는 데 많은 영향과 가르침을 주신 은혜로운 스승이시다.
큰스님은 손상좌인 혜총 스님을 시자로 두셨는데, 노스님과 손상좌 사이가 곁에서 보기에도 아주 좋았다. 그것은 어려서부터 자식처럼 길러온 큰스님의 자상한 정도 있겠지만, 온갖 정성을 다해 큰스님을 섬긴 시자의 한결같은 성실성도 작용했을 것이다.”
우리 시대의 참 스승 법정 스님의 말씀에서도 볼 수 있듯 열한 살에 동진 출가한 혜총 스님은 율풍 진작과 한국불교를 중흥시킨 자운 율사스님을 40년 동안 시봉한 것으로도 유명하다. 자운 율사스님을 정성껏 시봉한 것은 물론이고 모든 사람에게 자비로웠다. 스님이 일찍이 여러 요직을 두루 역임하신 것 또한 이러한 삶의 편린이다.
특히 혜총 스님이 부산불교사회복지협의회장으로 활동하였으며, 현재 용호종합사회복지관 관장, 사회복지법인 불국토 이사장으로 복지 활동에 대한 남다른 열정을 쏟으시는 것도, 어린이지도자연합회 회장과 학교법인 원효학원 이사, 부산불교청소년기관협의회장을 역임하신 것도, 대한불교신문을 창간하고, 불교문화창달을 위해 실상문학상 외 5개 대상을 제정하신 것도 스님의 따뜻한 마음과 포교 원력에서 비롯된 것이다.
혜총 스님은 법정 스님의 말씀처럼 복을 받았다. 대한불교조계종 성철 종정 표창장, 포교대상 공로상 및 국민훈장 동백장, 국무총리상, 대통령상 등은 어쩌면 작은 보상에 불과하다. 그간 수많은 사람들에게 법문을 해 주고 포교하고, 그 공덕으로 대한불교조계종의 5대 포교원장 소임을 맡아 불교신자뿐만 아니라 수많은 사람들에게 지혜와 자비의 법문을 해 준 것이야말로 헤아릴 수 없는 복을 짓고 복을 받은 것이리라.
제 5대 대한불교조계종 포교원장 혜총 스님의 밝고 따스한 법문집
“혜총 큰스님은 포교원장 재임 동안 항상 대중을 부처님처럼 생각하시고 부처님께 공양 올리는 마음으로 대중을 살피셨습니다. 지위가 낮거나 높거나 불교를 믿거나 믿지 않거나 가까이 다가가 미소로써 ‘우리는 모두 하나’라는 세계일화(世界一華)의 부처님 뜻을 펴시고자 하셨습니다.
법문집에는 각계각층의 사람들에게 근기에 따라 펼치신 말씀들이 풍부한 예화와 함께 설해져 있습니다. 일상의 번뇌에 마음을 잃을 때 책을 열면 청량한 계곡의 시냇물처럼 스님의 법문이 울려 퍼질 것입니다.” - 대한불교조계종 총무원장 자승 스님 추천사 중에서
혜총 스님(69세)의 법문집 『공양 올리는 마음』이 불광출판사에서 나왔다. 이 책은 총무원장 자승 스님의 추천사에서도 엿볼 수 있듯 대중을 부처님처럼 섬기는 혜총 스님의 밝고 따스한 마음이 오롯이 담겨 있다. 혜총 스님이 조근조근 바로 곁에서 이야기해 주는 것처럼 생생한 법문은 매우 재미있고 감동적이다.
1월 그대 삶을 자비로 꽃피우라 2월 보시를 하면 날마다 행복하다 3월 선업의 씨앗을 심고 가꾸라 4월 마음이 맑으면 국토가 청정하다 5월 공양 올리는 마음 6월 지혜는 행복한 삶의 주춧돌 7월 고통에서 벗어나 대자유를 성취하는 길 8월 견디고 참고 기다리면 운명이 바뀐다 9월 뿌린 대로 거두리라 10월 본 마음으로 돌아가라 11월 운명을 바꾸는 기도 12월 참회는 성불의 첫 걸음
자비, 보시, 지혜, 인욕, 수행 정진, 인과응보, 기도, 참회 등 불교의 가르침을 주제별로 나누어 담아 불교입문서· 법문자료집으로서도 유용하게 쓰일 수 있도록 편집, 일 년 열두 달 법문의 제목만 읽어도 스님의 간절한 메시지가 가슴 깊이 다가온다.
1월의 첫 번째 법문부터 가슴 뭉클한 감동을 준다. 얼마 전 타계한 스티브 잡스는 선불교수행자로 책을 읽고 채식주의자가 된 사연이 밝혀졌는데, 혜총 스님은 소가 흘리는 연민의 눈물을 보고 채식주의자가 된 호주의 한 재소자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혜총 스님은 사람만이 보살이 아니라 미물곤충, 짐승 중에도 보살행을 닦는 생명이 무수히 많음을 강조한다.
아울러 부처님의 전생 이야기인 암사슴을 대신하여 죽기를 자청한 황금 빛 사슴 이야기를 인용하면서 자비심이 세상에서 가장 숭고한 마음이요, 아무리 높은 깨달음을 얻은 도인도 자비심이 없다면 거짓 깨달음이라고 역설하면서 생활 속에서 부처님의 자비를 몸소 실천할 것을 독려하고 있다.
한편 혜총 스님의 솔직 담백하고 진실한 성정을 엿볼 수 있는 대목도 눈에 띈다. 지체장애자 시설에 봉사를 하러 갔다가 벽에 똥칠하고 침을 질질 흘리는 장애아들의 모습을 보면서 도저히 밥을 먹을 수 없었다는 이야기와 아울러, “신도들에게 착한 일을 하라고 떠들어대는 내가 실은 이중인격자가 아닌가?”라며 참회하는 스님, 다른 사람 같으면 숨길 일을 드러내 놓고 반성하면서 이 일을 통해 진정한 사랑을 나누려면 상대방과 일체, 한 몸, 동체(同體)가 되어야 한다는 것을 깨닫고, 수많은 봉사자들에게 존경의 마음을 바치는 혜총 스님의 말씀이 큰 울림으로 다가온다.
스님께서는 삶이 팍팍한 이들, 자살하고 싶을 정도로 괴로운 이들에게, 자살은 고통의 탈출구가 아니라고 일침을 가하면서 “세상에 쓸모없는 사람은 없다, 자신의 장점을 찾으라”, “지금 비록 어려움이 있을지라도 포기하지 말라. 어떠한 고난이 와도 견디고, 그 모든 액난까지도 겸허하게 받아들이려고 노력해야 한다.
사랑 중에서도 최고의 사랑은 나를 사랑하는 일이다. 오늘 혹시 내 몸과 마음이 많이 고달프다면 '아, 전생 과보가 찾아왔구나! 지금부터라도 내 마음에 행복과 기쁨의 씨앗을 뿌려서 꽃을 피워야지.’라고 생각을 바꾸어 마음을 잘 다스려 절망을 딛고 희망을 찾을 수 있도록 독려한다.
부처님 말씀뿐만 아니라 순임금, 마의상서, 백낙천, 장자와 혜자, 인디언의 지혜 등 다양하고 풍부한 예화 속에서 건진 스님의 자비와 지혜, 깨달음은 우리네 삶을 되돌아보게 한다. 스님의 진실한 마음, 진솔한 삶이 듬뿍 배어 있는 법문은 남다른 감동의 여운을 가져온다. 스님을 닮고 싶고, 스님 말씀대로 실천한다면 이 몸 그대로 부처가 되고, 이 땅은 맑고 향기로운 부처님 나라가 될 것 같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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