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운스님(대구 동화사 강주)
한국불교의 미래는 어떠해야 할까요. 모든 사람들이 고통 속에서 벗어난 세상, 그것이 한국불교의 미래가 되어야 하지 않을까요. 부처님께서 이 세상에 오신 것은 많은 중생들을 삶과 죽음의 고통에서 벗어나게 하기 위함입니다. “2500년 전 부처님 말씀이 현재에도 맞느냐”고 물으시는 분들도 있습니다. 부처님의 가르침은 시간과 공간을 초월해 지금껏 이어져 오고 있으며, 중생들이 삶과 죽음의 고통을 겪는 한앞으로도 계속 이어질 것입니다.
부처님께서 가르치신 삶과 죽음의 고통으로부터 벗어나는 방법이 기록된 것이 경전입니다. 최근 우리나라에는 수행 바람이 불었습니다. 그중에서도 가장 관심을 끈 것은 간화선입니다. 간화선은 조계종의 수행법이기도 하지요. 그렇다면 화두를 든다는 것하고 경전을 공부한다는 것 하고 어떤 관계가 있는지 알 필요가 있습니다. 그런데 여기에는 걸림돌이 하나있습니다. 경전과 간화선의 관계입니다.
참선 수행하는 분들은 불립문자(不立文字)를 내세우곤 합니다. 흔히‘불립문자’는 언어로 이루어진 경전을 보지 말라는 말로 이해되고 있습니다. 그러나 그것은 경전을 보지 말라는 말이 아닙니다.《육조단경》에 보면 “모두 공하니까 문자를 세우면 안 된다고 하는 이가있다면 그 사람은 말도 하지 말고 벙어리처럼 살아야 한다”는 구절이 있습니다. 그 뒤 이어지는 구절이 “경전을 비방하는 것은 그 죄가 바다와 같이 크다”는 것입니다. 중국 선종의 육조 혜능 스님이 이렇게 말씀하셨으니 불립문자가 경전을 보지 말라는 말이 아님은 쉽게 알 수 있습니다. 불립문자는 말과 생각을 떠났을 때 진리의 세계에 들 수 있다는 말입니다.
경전을 읽으면 발심(發心)합니다. 우리가 처한 괴로움이 무엇인지명확하게 알려주고 자각케 해 줍니다. 경전을 읽으면 신심이 일어 납니다‘. 아, 부처님말씀 대로 하니까 내 마음속에 있는 모든 고뇌가 없어진다’는 것을 알게 돼 신심이 일어나는 것입니다. 발심과 신심이생기면 다음엔 깨달음이란 이런 것이며, 깨달음에 이르는 수행의 길은 어떤 길인지 알려줍니다. 그래서 경전을 보지 않고는 수행을 할 수 없습니다.
그것은 최근 일고 있는 간화선 열풍에 있어서도 마찬가지 입니다.경전을 보지 않고는 수행을 할 수 없습니다. 대표적인 조사어록인《임제록》만 해도 그렇습니다. 《임제록》안에는 불성사상과 유식사상, 화엄사상이 들어 있습니다. 이처럼 화두를 제대로 들기 위해서는 반야사상과 유식사상과 불성사상과 화엄사상을 제대로 이해해야 합니다.
결국 경전을 열심히 독송하고 공부를 많이 해야 합니다. 경전 속에는 수행의 방향과 방법이 들어있습니다. 수행은 경전에 근거해서 해야 합니다. 경전에 근거하지 않은 수행은 다 가짜입니다. 간화선 수행을 하려고 해도 경전을 공부해야 합니다.
마지막으로 수행심리에 대해 얘기하겠습니다. 수행심리에는 욕(欲),신(信),해(解), 염(念),정(定),혜(慧), 다섯 가지가 있습니다. 욕(欲)은
고통에서 자신을 구제해야겠다는 마음이고 신(信),해(解)는 수승한 이해입니다. 염(念)은 알아차림인데 이 힘이 강해지면 대상과 자신을 같이 알게 되고 이를 통해 마음의 고요함인 선정이 나옵니다. 선정이마음의 고요함이라면 마지막으로 지혜가 생기는데 그것이 바로 깨달음입니다. 이러한 수행심리가 경전에서 그대로 이야기되고 있습니다. 한국불교의 미래는 수행입니다. 경전을 통한 수행을 해야 깨달음을 얻을 수 있습니다.
* 이 법문은 만불신문 130호(2005년 4월 23일 발행)에서 옮겨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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