뺄뛸 린뽀체 지음 오기열 옮김 『위대한 스승의 가르침』
‘체계적이고 자상한 설명’이 장점인 티베트 불교의 특징을 가장 잘 보여주는 책인 『꾼상라매섈룽』이 드디어 『위대한 스승의 가르침』이란 제목으로 완역 출간되었다. 19세기 티베트의 뛰어난 성취자 뺄뛸 린포체가 저술한 이 책은 그동안 수행자들이 큰 관심을 가져온 경전이다. 672쪽에 이르는 방대한 저술을 티베트어에서 번역하고 티베트어 주석까지 단 한국불교출판에 기념비적인 경전출판이다.
이 책의 원제는『꾼상라매섈룽』이다. ‘꾼상’은 ‘어떤 경우에도 선한’이고, ‘라마’는 ‘그 보다 높은 것이 없는’ 또는 ‘스승’이며, ‘섈룽’은 ‘구전 가르침’이란 뜻이다. 이 책은 기본적으로 수행하는데 있어서 스승이 더할 나위 없이 중요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모든 존재들의 근본적인 바탕으로 청정한 마음인 깨달음의 본성은 감추어져 있으며, 우리 내부에 있는 그것을 발견할 수 있도록 인도해 줄 수 있는 사람은 그것을 몸소 깨달은 스승이다. 티베트 불교에서 스승은 붓다와 같다. 스승은 과거 붓다들의 전승을 우리에게 전해주며, 우리를 위해 붓다들의 현현을 보여주며, 가르침을 통해서 미래 붓다들의 근원이 되고 있다.
붓다의 핵심 가르침은 오직 살아있는 존재에 대한 자비심을 갖추고, 실상에 대한 바른 생각인 공성의 견해를 확립한 사람들에게만 그 의미가 드러날 수 있다. 따라서 금강승의 길을 따르고자 하는 사람은 대승의 현교 경전과 그에 관한 인도와 티베트 논사들의 해설서를 듣고 공부하고 수행함으로써, 먼저 바탕을 마련해야 한다. 현교와 밀교 경전은 광범위하기 때문에 많은 티베트의 위대한 성취자들은 핵심적인 요점을 압축하여 요약했다. 이 책은 그런 핵심 가르침을 간직한 티베트의 스승이 하나하나 풀어 설명한 것으로, 현교와 밀교를 이어주는 가교역할을 하는 안내서이다. 경전과 논서의 수많은 말씀과 종파의 구별 없이 과거의 위대한 성취자들의 가르침을 인용하고 있으며, 속담과 고향 사람들의 밑바닥 이야기까지 인용하여서 의미가 마음속 깊이 와 닿을 수 있게 하였다.
족첸의 롱첸닝틱은 전반부의 예비수행과 후반부의 본수행으로 구성되어 있다. 본수행은 생기차제와 원만차제와 대원만으로 이루어진다.『위대한 스승의 가르침』은 롱첸닝틱의 전반부인 예비수행에 대해 뺄뛸 린뽀체께서 스승에게서 들은 그대로 옮겨 적은 것이다.
롱첸닝틱의 가르침은 수세기 전에 구루 린뽀체에 의해서 릭진직메링빠에게 맡겨지고 그분의 마음속에 감춰졌는데, 이제 깨어나게 되어 직메링빠(1729~1798)는 롱첸닝틱의 가르침을 발견한 사람, 즉 떼르뙨이 되었다. 직메 링빠의 제자인 겔와뉴규가 가르친 것을 제자인 뺄뛸 린뽀체가 기록한 것이다.
이 책은 티베트 불교을 가장 쉽게 표현한 경전이다. 때문에 아래와 같이 티베트 불교의 특징에 대하 소개한다.
티베트 종교는 라마교라고 생각하여 불교와는 다른 종교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또한 밀교라고 생각하여 주술적이고, 비밀적인 사술이라는 생각도 있다.
이슬람의 침입으로 인도에서 불교의 맥이 끊어진데 반하여, 불교는 남방으로 퍼져 소승불교(테라와다 불교)의 맥을 이어가고, 중국과 한국으로 건너가 선종의 씨앗이 되었다. 정작 불교의 탄생지인 인도에서 불교가 사라져가는 그 막중한 자리를 티베트 불교가 맡게 된다. 티베트에 불교가 전파된 시기는 7세기 이후부터이며 10세기가 지나면서 화려한 꽃을 피우게 된다.
티베트 불교는 부처님의 모든 말씀을 가르침의 대상으로 삼아 대승(Mahayana), 성문승聲聞乘(Sravakayana) 등을 폭넓게 수용하고 있으며 따라서 보살과 금강승, 개인적 자유를 추구하는 소승 및 율(Vinaya)을 따르는 비구까지 모두 포용하고 있다.
7세기에 불교를 처음 티베트에 도입한 송첸감포왕은 불법을 티베트에 널리 전파하기 위해 티베트 문자를 만들고자 여러 신하를 인도에 파견하여 나란다 대학에서 범어와 범어문자(데와나가리)를 연구하도록 하면서 티베트 문자가 제정되었다. 그 후 인도의 범어불전들이 티베트어로 번역되었고, 그 결과 1108종의 불경이 108권으로, 4566종의 논서가 225권으로 편집되었다. 이렇게 티베트장경이 간행되기에 이른다. 그리고 인도의 승려인 산타락시타(寂護)의 방문과 더불어 티베트 불교가 활기를 띠게 되기 시작한다. 초기 불교는 티베트의 토속신앙인 본교와도 결합된 형태로 발전해왔다. 또한 인도의 빠드마삼바바에 의해 처음으로 전해진 밀교행법도 차츰 티베트 불교의 한축으로 자리잡았다.
철학적으로는 중관학파 특히 귀류논증학파의 중관철학을 중요시한다. 경전들이 학승들에 의해 서로 다른 시대에 도입됨에 따라 여러 집단들이 서로 독립된 조직으로 성장했고 그 결과 티베트 불교는 네 개의 주요 교파로 갈라져서 8세기에서 15세기에 이르기까지 발전하였다.
8세기에 인도에서 건너온 빠드마삼바바가 창립한 닝마파와 11세기 무렵 마르빠가 창시한 꺄규파, 아난다 가르브하가 창시한 샤꺄파, 그리고 15세기 쫑카파에 의해 만들어진 겔룩파의 네 교파가 그것이다. 비록 교파는 다르지만 이들은 모두 공통된 기본적 교리를 갖고 있다. 특히 겔룩파는 현재의 달라이 라마의 법맥이기도 한데, 15세기 쫑카파가 간덴승원을 세워 여러 법맥을 합치면서 설립한 계파이다.
티베트 불교의 또 다른 특징은 관세음보살의 화신이라고 믿어지는 달라이 라마가 종교적으로나 세속적 정치 모두에서 최고 수반으로 계승되는 제도이다. 뛰어난 학승이자 티베트 불교의 개척자인 쫑카파(1357∼1419)는 문수보살의 화신으로 믿어졌는데 그가 죽자 그의 수제자인 겐뒨·둡(1391∼1474)이 그의 후계자가 되었고 그로부터 그를 첫 번째 달라이 라마로 하여 현재 제14대 달라이 라마(텐진 갸쵸)에 이르고 있다.
과거에 티베트에는 5천 개 이상의 승원(곰빠)들과 사원(라캉)들이 티베트 전역에 퍼져 있었고, 그 중에서도 특히 데뿡, 세라, 간덴의 겔룩파 사원들은 이만명 이상의 승려들을 수용할 만큼 규모가 컸다. 그러한 사원들은 고대 인도의 나란다 승원과 같이 수행처일뿐 아니라 또한 탕카나 만달라, 불상의 조형 등 티베트 특유의 불교 미술품들과 도서관, 승원대학을 갖춘 교육기관의 역할도 겸한 실로 티베트문화의 중심이기도 했다.
티베트 불교는 대승의 교리와 밀교수행의 최종단계를 계승한 것으로 독자적인 발전을 하여 오늘에 이르고 있다. 티베트 불교는 가장 근원적인 목표인 부정적인 마음을 없애고, 마음을 닦아서 열반에 이르게 하는 소승적 한계를 뛰어넘어 보리심의 완성을 목적으로 한다.
따라서 티베트 불교를 굳이 한마디로 줄이자면 자비로 표현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티베트 불교와 그 수행법을 가장 잘 표현하고 있는 티베트 경전 중의 하나가 바로 『위대한 스승의 가르침』이다.
지영사 펴냄 / 670쪽 / 30,000원
출처 : 출판사 서평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