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문 스님(전 통도사 주지)
기도발원은 부처님의 가르침을 믿고 의지하며 이 생명 다하도록 실천하겠다는 성스러운 마음으로부터 시작합니다. 그러므로 기도를 통해서 나와 이웃 그리고 모든 중생에게 불·보살님의 공덕이 함께 하기를 서원하고 또한 자신의 편협한 마음을 부처님 마음으로 되살려야 합니다.
그래서 궁극적으로 기도는 선지식과의 만남을 통한 자기와 이웃과의 만남을 뜻합니다. 따라서 기도의 마음가짐은 우선적으로 간절한 마음이 앞서야 하겠지만 그러기 위해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자기부정이 전제되어야 합니다. 내 힘으로 어떻게 해 보겠다는 생각보다는 모든 것을 부처님께 맡기겠다는 생각이 필요합니다.
기도는 가능한 한 매일 ‘같은 장소에서 같은 시간에 같은 요령’으로 해 나가는 것이 좋습니다. 부드러운 물방울이 바위를 뚫는 것은 지속적으로 같은 자리에 떨어지기 때문입니다.
규칙적인 식사습관을 지닌 사람은 식사시간이 가까워지면 몸속에서 먼저 알고 준비를 하는 것처럼, 기도도 항상 ‘같은 시간에 같은 장소에서 같은 요령으로’ 하다보면 몸과 마음에 분위기 조성이 잘 되어져 기도삼매를 쉽게 성취 할 수가 있는 것입니다.
만약 가정에서 정기적으로 기도하기 위해서는 먼저 일상생활에 지장을 받지 않고 기도할 수 있는 편한 시간과 공간을 정해 놓은 다음, 절에서 기도하는 것과 같이 봉행하면 됩니다.
어쨌든 외부를 향한 기도가 점차적으로 내부지향적으로 바뀌어져 가고 궁극적으로는 ‘일념에서 무념으로’ 진전되어 나아가도록 하여야 할 것입니다.
기도를 하는데도 몸과 마음의 자세와 호흡이 중요합니다. 즉 기도와 참회를 하고자 할 때는 앉는 자세부터 바르게 해야 합니다. 일반적으로 앉는 자세는 두 무릎을 꿇고 앉는 방법을 취하며 그 밖에는 결가부좌나 반가부좌를 선택해서 앉으면 됩니다.
기도할 때에 앉는 법을 강조하는 것은 바른 자세에서 바른 호흡이 나오기 때문입니다. 바른 호흡이 중요한 것은 호흡이 안정되어 있을 때 자연히 정신도 안정되어 쉽게 기도에 몰입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실제 부처님의 명호를 부르면서 기도를 하다보면 호흡은 자연스레 안정이 되기 때문에 너무 호흡을 의식할 필요는 없습니다.
기도할 때의 마음은 첫째 믿음이 중요합니다. 즉 이 기도가 결코 헛된 것이 아니며 부처님의 가피가 분명히 나와 함께 함을 깊이 믿어야 하고 둘째로는 참회하는 마음이 중요합니다. 평소 우리 자신의 잘못된 생활에 대해 반성하고 기도에 앞서 자신의 마음을 참회하고 비우는 것이요, 셋째로는 주변의 모든 이웃에게 자비로운 마음을 내는 것이 중요합니다. 세상의 모든 중생이 나와 한 몸임을 깨닫고 그들 모두에게 평화와 안락이 깃들기를 바라며 누구에게도 원망이나 미움을 갖지 않는 마음입니다. 이와 같이 마음으로 기도에 임할 때 기도는 참다운 공덕을 쌓게 됩니다.
기도할 때 독송하는 경전은 기도의 내용에 따라 각기 다릅니다. 먼저 경전을 독송하는 것은 경전을 통해서 불보살님의 서원과 나의 정성이 하나가 되게 하는데 있습니다. 진실한 마음으로 간절한 기도를 통하여 부처님께 한층 다가가는 불자가 되도록 우리 다함께 정진합시다.
* 이 법문은 만불신문 135호(2005년 7월 9일자)에서 옮겨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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