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영 지음 『누구도 아프지 말아라』
여기, 시인이 만난 숨결처럼 고요한 스님 이야기가 있다.
시인 정영은 처처에서 우직하게 수행에 전념하는 스님들을 만나뵈며, 내주시는 말씀들을 글로 적고 스님의 모습과 절 안 풍경을 사진으로 담았다. 툭툭 내주시는 스님들 말씀이 때론 눈물짓게 하고, 때론 메시지가 되어 멍한 마음을 깨우는 죽비소리처럼 다가와 보다 많은 사람들에게 전해졌으면 하는 시인의 바람이, 마침내 『누구도 아프지 말아라』라는 이름으로 세상의 빛을 보게 되었다.
책의 특성상 시인이 만나뵈었던 모든 스님의 말씀을 담지 못한 아쉬움이 컸지만, 불교와 관계된 사람들뿐만 아니라 우울한 이 시대에 방황하는 청소년들부터 마음의 위로와 성찰이 필요한 성인에 이르기까지 모든 사람들이 공감하고, 위로받고, 행복한 마음을 느낄 수 있는 서른 분의 스님들 말씀을 먼저 본문에 담았다. 그리고 본문 사이사이에는 게송(불교적 교리를 담은 한시의 한 형태)을 실어 옛 스님들의 인생에 대한 맑고 향기로운 생각을 엿볼 수 있는 유익함도 주었다. 그리고 책의 뒷부분에는 본문에 더 이상 실을 수 없었던 서른세 분 스님들의 한 구절 말씀을 담아 독자들에게 메시지가 될 만한 그 뜻을 더했다.
이 책은 우울한 시대를 살아가는 요즘 사람들의 마음을 밝게 하고, 삶의 의미를 되돌아보게 하며, 세상에 물든 아픔을 보듬어 위로해줄 것이다. 자기를 바로보지 못하고 마음이 어지러운 사람들에게는 나를 깨우고 다독이는 죽비소리가 되며, 삶과 죽음, 집착과 미혹, 존재에 대한 인식처럼 낯설고 무거운 생각들을 친근하고 익숙하게 들여다볼 수 있는 마음의 거울이기도 하다.
책은 마치 스님과 마주 앉아 이야기를 나누는 듯한 진솔한 경험이 되며, 한 줌 내주신 그 말씀들은 우리 가슴에 깊게 물들어 이 세상을 여행하는 동안 ‘행복’이라는 향기와 늘 동행하게 될 것이다.
“눈에 보이는 산하대지가 있고 보이지 않는 허공이 있듯이, 행복도 보이는 행복이 있고 보이지 않는 행복이 있어요. 보이지 않는 마음의 세계를 닦아서 지혜로워져야지요.”
결국 모든 것은 마음 안에 있다는 말씀이다. 눈에 보이는 것만으로 아름다움과 더러움을 판단할 것이 아니란 말씀이다. - 본문 중에서, 15쪽
수행의 삶과 그 삶에서 피는 고요한 깨달음을 담다.
스님들은 찾아든 시인에게 한 줌의 말씀들을 내어주셨다.
수행의 삶과 그 삶에서 피는 고요한 깨달음의 이야기를 시인은 소중히 담았다. 수행의 삶은 스님들이 어느 경지에 이르러 이미 완성한 삶이 아니라 그것을 위해 애쓰는 과정의 삶이고, 또한 실천의 삶이다. 그 안에서 한 줌 내어주신 말씀들은 이 시대를 살아가는 현대인, 불자, 때론 스님 자신에게까지 자기다운 모습, 자기를 바라보게 하는 마음을 끊임없이 밝혀 보게 하는 마음의 등불이다.
세상에 물들지 않은 고요한 그 말씀들을 세상에 전해야겠기에 여기에 모은다는 작가의 말처럼, 이 세상 숲에도 짙은 초록이 드리워질 마음으로, 귀한 말씀 소중히 한 권의 책 안에 담았다. 『누구도 아프지 말아라』는 세상에 물든 우리의 마음을 녹이고 삶의 의미를 아름답게 물들일 것이다.
“산이나 들에 가면 바위틈이나 그늘 아래 핀 꽃들한테 말해요. 많은 사람들이 모여드는 공원에 핀 꽃들을 부러워할 필요없다고. 네가 더 아름답다고.”
수처작주, 꽃들도 어디서든 주인이 된다는 말씀이다. 과연 어느 것을 아름답다 하고 어느 것을 아름답지 못하다고 할 것인가. 아무도 안 보는 곳에서 피어난 꽃을 누가 꽃이 아니라 할 것이며 어찌 바보 같다 할 것인가. 아무도 보지 않는 곳에 있다고 하여 꽃을 피우지 않으면 그것은 제 책임을 다하지 못한 씨앗일 뿐이다. 그러니 아무도 안 본다고 함부로 살 일이 아니란 말씀이다. 남의 눈이 있기에 아름다워지려는 것이 아니라 피어나서 지는 순간까지 제 스스로에게 아름다워야 할 것이란 말씀이다. - 본문 중에서, 94쪽
아파도 아픈 줄 모르고 무작정 우는 당신을 위해
이 책은 무던히도 세상을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따뜻한 위안을 준다.
‘누구도 아프지 말아라’는 아픈 당신을 위해 그만 아프기를, 이제 아프지 말라는 간절한 바람이며, 아파도 아픈 줄 모르고 무작정 우는 당신을 위해 그 마음을 보듬어주는 절실한 위로의 말씀이다.
나만 죽도록 외로운 것이 아니다. 나만 죽을 만큼 괴로운 것이 아니다. 나만 죽어라 참아내고 있는 것이 아니다. 나만 죽어도 여한이 없을 만큼 우는 것이 아니다. 당신이 나와 같고 내가 당신 같다는 말이니 울면서도 위로가 된다. 열심히 흙을 파는 지렁이는 늦도록 야근하는 나와 같으니 위로가 된다. 가을밤마다 우는 귀뚜라미는 사랑을 떠나보내고 우는 나와 같으니 위로가 된다. 저 허공에서 흔적 없이 사라지는 바람은 이 세상에서 흔적 없이 사라질 나와 같으니 위로가 된다. - 본문 중에서, 166쪽
아파서 서러이 울고 있는데, 아무도 우는 이유는 알려고 하지 않고 울지 말라고 윽박지르기만 하니 더 서러워져 울음이 북받치는 세상이다. 밖에서만 답을 찾으려는 사람들, 쾌락에 빠져 자기 자신을 되돌아볼 시간이 없는 사람들, 독립적인 생활을 하는 사람들, 마음의 짐을 지고 사는 사람들에게, 이 책은 불합리한 현실 속에서 나를 참아내게 하고, 나를 살게 하며, 나를 존재하게 하는, 충분한 위로이며 이유이다. 또한 불교가 종교이기 전에 우리가 얼마나 불교적인 삶을 살아왔는지, 왜 공부를 해야 하는지 그 이유를 알게 해주며, 현대인일수록 자기의 마음을 다스릴 수 있는 수행법이 필요함을 제시한다.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면 편히 발 뻗고 잘 수가 없으니 해결을 해야지요. 팔십 근의 짐을 지고 있는데 잠시 내리막길이라 걸음이 조금 가벼워졌다고 해서 짐이 덜어진 것도 아니며, 설사 그걸 옆에 잠깐 내려놨다고 해서 그 짐이 내 것이 아닌 것도 아니지요. 끝까지 가야만 완전히 내릴 수 있는 것이니 금생 동안 혹은 몇 겁에 걸쳐 지고 다니던 짐을 언젠가는 내려놓아야 홀가분하지 않겠습니까?” - 본문 중에서, 232쪽
스치는 한 자락 인연, 그대 마음에 그윽한 향기가 되기를!
책은 어떤 주제를 가지고 스님들의 말씀을 나누지 않았다. 스님들이 내어주신 말씀 그대로 스님 한 분 한 분의 인연을 고스란히 담았다. 말씀 속에는 행복, 그리움, 간절함, 책임, 지혜, 자비, 감사, 실천, 수행, 관계, 분노, 욕심, 집착, 위로 등 우리가 살며 느끼는 여러 마음이 담겨 있어서, 마음이 어지러울 때 언제나 거울에 비추어 보듯 반추해 볼 수 있다. 갑갑하고 어둡던 당신의 삶에 따스하게 내리쬐는 한 줌 봄볕이 되어, 그 인연은 진하게 물들고 당신 마음에 그윽한 향기가 될 것이다.
우주를 노래하는 어느 가수의 노래가 이처럼 이 책과 잘 어울릴까.
당신은 누구시길래 이렇게 내 마음 깊은 거기에 찾아와 어느새 촛불 하나 이렇게 밝혀놓으셨나요. 어느 별 어느 하늘이 이렇게 당신이 피워 놓으신 불처럼……
아마도 책을 덮고나면, 당신의 마음도 이러하리라. 고요히 흔들리는 숨결처럼.
달 / 264쪽 / 1만 3800원
출처 : 출판사 서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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