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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명한 사람은 마음을 다스린다” [법문/수행] 글자크게글자작게

 
보경 스님(서울 법련사 주지)

한때 나는 이 집 저 집 문을 두드리며 구걸하고 있었네. 돌연 나는 빛나는 마차가 내게 다가와 멈추는 것을 보았네. 위엄이 넘치는 사람이 내려서 미소 지으며 나를 바라보았네. 그가 살피는 듯한 눈으로 나를 보았을 때, 나는 뜻하지 않는 자비가 베풀어지리라 기대했네. 하지만 원통하게도 왕 중의 왕은 갑자기 손을 내밀고 요구했네. “그대는 내게 무엇을 줄 수 있는가.” 오호, 통재라! 당황한 나머지 망설이다가 나는 조금의 밀을 내밀었네. 그리고 그날 밤, 나는 집안의 카페트 위에 금화 한 닢이 떨어져 있는 것을 발견했네. 내가 가진 전부를 주지 않은 것을 얼마나 후회했던지!

난 가끔 타고르의 ‘그대는 나를 위해 무엇을 갖고 있는가’ 시를 소리 내어 읽곤 한다. 그리고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생각해 본다.

거지가 왕의 행렬을 만났으니 얼마나 기뻤을까. 뭔가 큰 재물을 받을 것이라는 기대를 했을 것이다. 그런데 오히려 왕에게 뭔가를 베풀어야 하는 상황이 생겼다. 그렇지만 그는 몇 톨의 밀도 아까워했다. 집에 돌아온 그는 뒤늦게 후회하며 울었다. 자신이 베풀었으면 더 큰 황금이 될 수 있었음을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

받는 것을 당연히 생각하고, 또 그것에 익숙하여 베풀어 본 적이 없는 그에게는 남에게 뭔가를 준다는 것이 그만큼 어려웠다. 쓰지 못하는 황금은 먼지와 같다. 아무리 많은 것을 가지고 있을지라도 남과 더불어 나누지 못하는 사람은 아무것도 가지지 않는 것과 같다. 그 거지가 받는 가난의 고통도 가진 것이 없어서라기보다는 결국 인색한 마음이 더 문제였던 것이다.

우리가 당면하는 괴로움과 고통의 원인은 다스려지지 않는 마음의 결과임을 부처님은 말씀하신다. 마음은 헤아리기 어렵고 아주 미묘하여 원숭이처럼 날뛰기 때문에 좀처럼 길들여지지 않는다. 보통사람들은 근심의 원인을 남의 탓으로 돌리는 경향이 있다. 그렇지만 이런 습관은 당면한 문제를 해결하기보다는 원망의 대상을 찾는 쪽으로 신경을 소모하게 한다.

대승보살의 실천 덕목으로서 육바라밀이 설해지는 것은 구체적 실천을 통해서만이 우리의 영혼은 강인해지고 자비심이 높이 늘기 때문이다.

우리의 일상에 있어 선(善)과 불선(不善)의 마음은 끊임없이 일어난다. 자신의 내면을 살필 수 있는 사람은 아무리 작은 일이라도 선한 마음을 실천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그래서 그는 올바른 품성과 적절한 태도를 유지할 수 있다. 그러나 탐욕이 앞선 착하지 않은 사람은 만족을 모르며 주위에도 위험과 긴장을 조성한다.

기도를 신도들과 함께 올리면서 ‘기도하면 행복해진다’는 말을 자주했다. 아주 작은 것일지라도 마음에서 우러난 선행의 공덕은 무량하고, 기도는 그 마음을 일관되게 하기 때문이다. 나누면 즐겁고 베풀면 행복해지는 것이 삶의 영원한 비밀이다.

* 이 법문은 만불신문 150호(2006년 3월 4일자)에서 옮겨왔습니다.

2012-07-25 / 51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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