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희익 지음 『좌선 - 함께 앉고 함께 나누기』
좌선은 몸과 숨과 마음의 조화
인간은 집착과 선입견의 그늘에 묻혀 그릇된 판단을 일삼고, 지나친 갈망과 욕심의 노예가 되어 만사를 아전인수 격으로 생각하려 든다. 참을 수 없는 화가 우리를 잠 못 들게 하고, 잘못 선택된 가치들은 생명력을 낭비하게 하여 우리를 불행과 죽음으로 내몰고 있는데, 돈과 지식만으로는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없으며, 권력과 신용, 체력 등 그 어떤 다른 조건으로도 해결될 문제 또한 아니다. 결국 이것은 수행을 통해 자기의 마음을 다스릴 수 있어야 풀릴 문제이다.
자기 마음을 다스리기 위해 인류가 사용해 온 여러 가지 방법 중의 하나인 좌선坐禪은 최근 동서양을 막론하고 마음 관리와 치유의 대안으로 다시 주목 받고 있다. 과학과 의학, 교육계의 관심을 넘어 사회 전반으로 그 영역을 확산하는 분위기다.
미국에서는 사무직 근로자를 포함해 일반 전문직 종사자들에게까지 인기를 끌고 있는데, 특히 죄수들에게까지 전파되어 그들의 스트레스와 분노, 폭력성을 줄이는데 크게 기여하고 있다고 한다. 또한 널리 알려져 있듯 스마트폰 세상을 열었던 스티브 잡스는 선禪의 정신으로 체화된 고도의 집중력과 다른 존재의 내면을 깊이 바라볼 수 있었던 힘과 섬세함이 바탕이 된 직관력과 창조력으로 ‘스마트폰 혁명’을 가능하게 했다.
끊임없이 지속되는 치열한 무한경쟁 속에 내던져진 개인들이 현대문명의 속도와 편리함을 버리고 지금, 여기 이 순간 행복한 삶의 균형을 맞추려는 대안으로, 몸과 숨과 마음의 조화를 통해 잃어버린 자기를 온전히 되찾고, 매순간 일어나는 일과 하나 되어 자기의 전문적 분야에 철저히 몰입할 수 있게 도와주는 좌선을 찾기 시작한 이유일 것이다.
초심자를 위한 좌선 수행의 입문 지침서
현대인들은 잠시라도 무엇인가 하지 않고는 견디지 못하는 듯하다. 때로는 한 번에 이것저것 여러 가지를 해낼 수 있어야 능력 있는 사람으로 여겨지기도 한다. 이런 사람들에게 가부좌 자세로 5분 이상을 앉아 있는 것은 가시 방석에 앉아 있는 것과 별반 다를 게 없다.
<좌선>은 바로 처음으로 좌선을 배우고자 하는 사람들을 위한 입문 지침서라고 할 수 있다. 선禪의 의미에서부터 바른 자세와 호흡법, 수세며 호흡하는 수식관數息觀, 공안[화두]을 참구하는 방법, 입실점검 과정 등이 사진, 삽화와 함께 자세하게 설명되어 있다.
또한 좌선의 전통적인 방법뿐만 아니라 매일 타는 자동차, 버스, 전철에서의 수행은 물론 좌선이라는 기초적 훈련에 의해 배양된 정신집중의 힘을 일상생활에서도 응용 활용할 수 생활선生活禪까지 소동파蘇東坡 등의 예를 통해 다양하고 폭넓게 소개하고 있다.
초심자의 경우 나는 이 일에 인연이 없는가 보다 하고 중도에 포기하는 경우도 있는데, <좌선>은 이런 분들을 위해 요점과 정수만을 골라 길잡이가 되도록 했으니 몇 번이고 정독하고, 본인이 직접 실참실수實參實修하여 실천한다면 누구라도 원하는 바를 이룰 수 있음을 강조하고 있다.
누구나 실천 가능한 ‘신사홍서원’
불교의 수행 목적은 천태대사께서 제시한 ‘사홍서원’에 잘 드러나 있지만 보살의 경지에서만이 구체적으로 실천 가능한 서원으로, 아직 보살이 아닌 중생들에게는 너무나 추상적이라 일상생활 속에서 어떻게 실천해 가야할지 막막한 것도 사실이다.
이제 좌선을 통한 생활선 수행과 그 활용으로 하루하루의 구체적인 삶 속에서 지속적으로 누구나 실천할 수 있는 ‘신사홍서원新四弘誓願’을 아래와 같이 새롭게 제창하고 있다.
첫 번째, 날마다 한 가지 (상을 일으키지 않으면서) 선행善行을 행하오리다.[日日一善誓願行] 두 번째, 날마다 한 가지 (이해득실에 얽혀있는) 집착執着을 버리오리다.[日日一着誓願捨] 세 번째, 날마다 한 구절 법문法門[영적 스승들의 가르침]을 익히오리다.[日日一敎誓願學] 네 번째, 날마다 한 차례 화두話頭[성찰 주제]를 살피오리다.[日日一回誓願看]
부정부패가 만연해 있는 오늘날, 실천 가능한 이 ‘신사홍서원’을 하루하루 행하다 보면 저절로 관행이라는 이름 아래 별 생각 없이 저질렀던 일 등을 포함해 과거의 잘못을 깊이 참회하게 되고 동시에 다시는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겠다는 결의를 다지게 된다.
그리고 또 다른 한 편 미래에 대해 나눔 방안을 포함해 가치 있는 구체적 실천 계획을 세우고 현재에 100% 몰입하노라면 어느 때인가 종교와 종파를 불문하고 남녀노소 누구나 통찰과 나눔이 둘이 아닌 ‘통보불이洞布不二’의 삶을 살고 있는 자신을 문득 드러내는 때가 반드시 올 것임을 강조하고 있다.
좌선, 함께 앉고 함께 나누기
물질적으로 풍요로워지고 사회 각 분야의 발전을 이룩한 것 같지만 인류는 끊임없이 경제 불황, 빈부 격차, 자원 고갈, 환경 변화 등의 위기와 불안에 직면해 있다. 일자리 나누기, 소득분배 개선, 저탄소 성장 등의 대안들이 등장하고 있긴 하지만, 이제 남보다 잘 먹고 잘 사는 방법보다 우리 주변, 더 나아가 지구촌 모두가 함께 나누며 함께 살아갈 길의 모색과 실천에 대한 고민들을 우선적으로 하지 않을 수 없게 되었다.
함께 앉는 좌선 수행은 어떤 사람들이 생각하듯이 한 개인의 행복만을 위한 것은 아니다. 좌선 수행을 통해 일상생활에서 자신의 능력을 자유자재로 발휘하면서 맡은 바 자기 본업을 100% 수행함과 동시에, 지속적인 자기성찰과 깊은 통찰체험을 통해 통찰과 나눔이 둘이 아닌, 어려운 이웃과 함께 나눔실천적 삶을 살아가는 것이 좌선 수행의 최종 목적임을 깨닫게 될 것이다.
본북 / 208쪽 / B6 / 8800원
출처 : 출판사 서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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