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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독립영화 ‘워낭소리’ 이충렬 감독 [문화] 글자크게글자작게

 

“도반, 보시, 생명의 존귀함 담고 싶었다”

여든 살의 농부 최원균 할아버지와 서른 해를 같이 살아온 소의 이야기 ‘워낭소리’의 인기가 전국을 뒤흔들고 있다. 지난 1월 15일 개봉 이후 4주 만에 전국 12만 관객을 넘기고 100만을 향해 질주하고 있는 ‘워낭소리’. 독립영화 사상 최초로 이례적인 신기록을 세우고 있는 ‘워낭소리’의 이충렬 감독〈사진〉을 지난 5일 만났다.

“제 성향이 그렇기도 하지만 ‘워낭소리’는 불교영화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불교에서 깨달음을 찾아가는 ‘심우도’의 모습이라든지 자신의 모든 것을 아낌없이 내어주라는 보시, 생명의 존귀함, 도반이라는 측면에서도 영화를 해석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렇지만 개인적으로는 영화를 분석하기 보다는 관객 개개인이 느껴지는 그대로를 느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폭발적인 인기 때문에 영화 주인공인 봉화 하눌마을 최원균 할아버지와 이삼순 할머니는 일상생활을 못할 정도여서 인터뷰한 아침 당일에도 모든 일을 제쳐두고 봉화 하눌마을에 다녀왔다는 이 감독은 할아버지를 만나자마자 ‘된 욕을 얻어먹어야 했다’고.

5년 동안 주인공을 찾아 헤매고 3년간의 촬영 끝에 완성해 낸 ‘워낭소리’는 사실 세상에 나오기까지 오랜 기다림과 몇 번의 중단 속에서 어렵게 탄생한 작품이다. 재정적인 어려움을 겪을 때는 마지막 희망이라는 생각으로 조계종 총무원에 도움을 요청하기도 했지만 ‘예산이 없다’는 답변을 듣고 정말 포기할까하는 생각도 했었다고.

사정상 이 감독은 연출과 구성, 편집을 모두 직접 하게 됐지만 결과는 오히려 대성공이었다.

이 감독은 “대부분 편집이라고 하면 어떻게 잘 연결하는가라고 생각하지만 이번 ‘워낭소리’를 작업하며 얼마나 많이 버리는 것이 중요한가를 깨달아 스스로 배운 점이 더 많다”며 “욕심 없이 살라는 부처님의 말씀 속에 우리네 인생의 해답도 있는 것이 아닐까 한다”고 말했다.



고향인 전라남도 영암에서 중학시절까지 보낸 이 감독은 사실 소와의 추억거리가 참 많다. 농사꾼인 아버지를 도와 농사일을 도우며 함께 멱을 감으며 소를 타고 다닐 정도였다고 하니 이번 영화는 단지 현대인이 원하는 콘셉트에 맞춘 영화가 아닌 이 감독이 추억하는 어린 시절의 따듯한 기억을 다함께 공감하기 위한 오랜 기다림 끝에 이뤄낸 노력의 결과물이라고 해야 할 것이다.

그 때문일까. ‘워낭소리’의 관람객들은 하나같이 “어린 시절의 추억을 떠오르게 하고 부모님께 감사하게 되고 그리움과 향수에 젖어들게 하는 묘한 매력이 있다”고 평하고 있다.

이 감독은 “가장 강조하고 싶었던 부분은 영화의 처음부터 끝까지 들리는 워낭소리”라고 말한다. 그 워낭소리는 곧 우리의 심장소리와도 같고 한평생 일만하는 소에게 달린 워낭은 할아버지의 심장과도 같은 것이다. 그리고 그 심장은 곧 이 세상의 모든 아버지들의 생명이자 인생이라는 것이다.

한때 PD시절에는 전국을 돌며 가보지 않은 절이 없을 정도로 사찰에 많은 추억을 간직하고 있다는 이 감독은 “아직도 아버지 어머니가 영암에서 농사를 짓고 계신데 어머니는 44살 노총각인 제 걱정으로 하루를 멀다하고 기도를 올린다”고 농담을 건네기도 했다.
차기작에 대해 묻자 이 감독은 “원래 한 가지 일 밖에 못하기 때문에 준비하고 있는 것이 없지만 시인의 입장으로 작지만 마음에 울림을 줄 수 있는 소소한 것들을 화면에 담아내고 싶다”며 “바람, 햇살 등 살아있는 모든 것이 의미 있다는 작품을 만들게 될 것 같은데 어쩌면 더 불교적인 면모를 볼 수도 있을 것”이라고 귀띔했다.

안소정 기자 asj@beopbo.com


<출처 : 법보신문 2월 10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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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2-26 / 7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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