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중앙박물관은 4월 28일부터 8월 2일까지 미술관 2층 불교회화실에서 보물 1340호 천은사 괘불(掛佛)을 특별 공개한다.
이번 전시는 한국박물관 개관 100주년 및 부처님오신날을 기념해 평상시에는 보기 어려운 사찰 소장 문화재를 일반인에게 보여주기 위해 기획된 것으로, 지리산 천은사 측 협조를 얻어 높이 약 9m의 괘불을 특별 공개한다.
조선시대의 괘불은 거대한 규모 때문에 제한된 공간에서 전시될 수밖에 없다. 이러한 괘불의 공간적 특성을 고려하여 국립중앙박물관은 미술관 불교회화실에는 높이 약 15m 가로 8m의 괘불 전시공간을 마련해 매년 부처님 오신 날에 맞추어 특별 공개회를 개최하고 있다. 이번 전시는 2006년 ‘법당 밖으로 나온 큰 불화, 청곡사 괘불’ 이후 그 네 번째 전시이다.
괘불은 큰 재(齋)나 초파일 같이 대중이 많이 모이는 날 법당 앞 당간지주에 거는 의식용 불화이다. 불교의식은 부처의 힘으로 질병이나 기아, 전쟁, 천재지변 등과 같은 현실의 고난을 극복하기 위해 행해졌으며, 특히 조선시대에는 여러 불교의식 가운데 죽은 이의 영혼이 극락에서 다시 태어날 수 있도록 기원하는 천도의식이 왕성하게 이루어 졌다. 대표적인 천도의식으로는 사십구재(四十九齋), 예수재(豫修齋), 수륙재(水陸齋), 영산재(靈山齋) 등이 있으며, 이런 의식을 행할 때에 멀리서도 보일 수 있도록 대형의 괘불을 걸었다.
전라남도 구례군 지리산 기슭에 위치한 천은사의 괘불은 석가모니불만을 등장시킨 가장 단순한 형식의 영산회상도로 1673년에 그려졌다. 이 시기에 제작된 대부분의 괘불은 본존을 비롯한 좌·우 협시와 권속들을 등장시키는 군도(群圖)형식이 일반적이다. 반면 천은사 괘불은 화면 가득히 석가모니불만을 단독으로 표현한 독특한 형식을 취하고 있다. 육계가 높게 솟아 있는 머리에는 반달 모양의 중앙계주와 기둥 모양의 정상계주가 있고, 얼굴과 목 부분에는 엷게 음영이 표현되어 있는 등 17세기 불화의 특징을 잘 반영하고 있는 수작으로 평가되고 있다. 또 비슷한 시기에 그려진 나주 죽림사 괘불(1622년)이 항마촉지인을 맺은 석가모니불이 앉아 있는 좌상의 형식인 반면, 천은사 괘불은 서 있는 입상이란 점도 특징이다.
괘불 하단에 있는 화기(畵記)에 의하면, 이 불화를 처음 조성할 당시의 사찰 이름은 ‘감로사(甘露寺)’였으며, 괘불을 그린 화원(畵員)은 ‘경심(敬心), 지감(志鑑), 능성(能聖)’ 등 모두 세 명이고 ‘왕실의 평안은 물론 불교의 법으로 백성들이 항상 안녕하기를 기원하면서 조성했다’고 기록돼 있다. 전체크기는 높이 894cm 폭 567cm이며, 폭 36cm의 삼베 15조각을 이어 붙여 만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