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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대강 주변 문화재 재조사하라” [문화] 글자크게글자작게

 
조계종, 문화재청 ‘낙단보 제2 마애불 규명’ 회견 비판

문화재청이 2월 16일 기자회견을 열어 낙단보 제2 마애불 존재 규명에 적극 나서겠다고 밝힌 것과 관련해 조계종 총무원이 17일 ‘다시 우리 종단의 입장을 밝힙니다’란 제목의 성명을 내 “종단과 국민들의 의구심을 해소하고 신뢰를 얻기에는 대단히 미흡하다.”며 4대강 주변 문화재 조사 재검토와 광범위한 재검토를 요구했다.

조계종은 이날 성명에서 “낙단보 마애불 훼손 사건은 지표조사 탐문조사 등이 충실하고 적절하게 이루어졌다면 미연에 차단될 수 있었을 것”이라며 “문화재청은 낙단보 마애불 발견 인지 때부터 현재까지 4대강 공사와 관련해 실시된 문화재 조사의 문제점 파악, 개선 방안 강구, 재조사 계획 등 어떤 언급도 하지 않았다.”고 회견을 비판했다.

조계종은 이어 “상당히 구체적인 제보가 있었다면 신빙성을 확인하는 작업을 신중히 진행했어야 한다.”며 “일련의 과정이나 그에 대한 문화재청의 인식으로 볼 때 4대강 공사현장에서 문화재 보호의 기본 원칙이 제대로 지켜지고 있는지 상당히 우려스럽다.”고 지적했다.

조계종은 또 “이번 사태는 현 정부와 관계 당국이 4대강 공사와 관련된 우리 문화유산에 대한 보호 의지, 인식 수준, 처리 방향을 드러내는 리트머스 시험지”라며 △ 4대강 주변 문화재 조사 재검토와 광범위한 재조사 실시 △ 제2 마애불을 확인할 적절하고 효율적인 조사 방법 제시 및 시행 △ 문화관과 전력관리동 건립 잠정 중단 등을 요구했다.

다음은 조계종 성명 전문

다시 우리 종단의 입장을 밝힙니다

지난 2월 10일 우리 종단은 기자회견 형식을 빌려 4대강 공사 도중 훼손된 채 모습을 드러낸 낙단보 마애부처님과 관련된 여러 문제점을 제기하면서 관계 당국의 각성과 성실한 해명, 향후의 바람직한 대책을 촉구한 바 있습니다. 이에 대해 문화재청은 어제, 2월 16일 문화재청장의 기자회견과 우리 종단에 보낸 공문을 통해 주무 부처의 입장을 표명하였습니다. 그 기자회견과 공문을 접한 우리는 작은 안도와 커다란 실망, 깊은 우려, 많은 안타까움을 동시에 느꼈습니다. 문화재청을 대표하는 청장이 직접 이 문제를 살피고, 새롭게 제기된 제2 마애부처님의 존재 규명에 적극 나서겠다는 의사 표명은, 당연한 일임에도 불구하고 분명 그 동안의 문화재청 태도로 보자면 한층 진전된 변화라고 생각합니다. 이 점 긍정적으로 평가합니다. 그러나 기자회견문과 공문 내용을 검토한 결과, 우리는 문화재청이 여전히 이번 사안의 핵심을 놓치고 있으며, 우리 종단과 국민들의 의구심을 해소하고 신뢰를 얻기에는 대단히 미흡한 인식 수준을 지니고 있다는 우려를 떨쳐버릴 수 없었습니다.

그 동안 다양한 경로를 통해 여러 차례 낙단보 마애부처님을 둘러싼 문제점을 지적하면서, 우리는 내심 문화재청을 비롯한 관계당국이 4대강 공사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우리의 문화유산을 지키고 가꾸는 일에 소홀하고 미진함은 없었는지 깊은 성찰이 있기를 기대하였으며, 그런 성찰과 반성 위에서 늦었지만 이제라도 국민들이 납득할만한 대안을 제시하기를 소망했습니다. 하지만 문화재청이 내놓은 해명과 대책은 대단히 소극적이고 수동적이며 일부 사안에 매몰되어 더욱 크고 중요한 문제를 간과하고 있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었습니다. 아울러 그것은 성실하고 솔직한 해명과 책임 있는 태도를 기대한 우리 종단과 국민들의 여망에 멀리 미치지 못하는 것이기도 했습니다. 부실한 해명, 말과 어긋나는 대책, 어느 누구도 책임지지 않는 안이함이 곳곳에서 눈에 띄어 진정성이 적이 의심스럽기도 했습니다. 우리는 열심히 달을 가리켰는데 문화재청은 정작 달은 바라보지는 않고 손가락만 쳐다보고 있다는 생각이 들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심지어 문화재청이 우리나라의 문화재 정책을 총괄하는 책무는 방기한 채 특정 공사 시행사의 입장을 대변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것이 문화재청의 해명과 입장 표명을 지켜본 솔직한 심정이었습니다.

이에 우리 종단은 문화재청과 관계 당국의 이러한 태도와 상황 인식에 다시 한 번 깊은 우려를 전하고자 합니다. 무엇보다도 4대강 공사 과정에서 다시는 낙단보 마애부처님의 훼손과 유사한 사례가 발생하지 않도록 양식 있는 국민들이 납득할 수 있는 합리적이고 근본적인 대책이 수립되길 촉구합니다. 이를 위해 적어도 다음의 몇 가지는 반드시 심도 있는 검토가 있기를 요구하는 바입니다.

첫째, 4대강 공사와 관련한 문화재조사의 적절성 여부는 전면 재검토되어야 합니다

우리는 이번에 낙단보 마애부처님이 훼손된 상태로 드러난 사건은 명백히 인재이며, 그 근본적 원인은 4대강 공사와 관련하여 사전에 실시한 문화재조사의 부실이라고 판단하고 있습니다. 만일 이때의 지표조사, 탐문조사 등이 충실하고 적절하게 이루어졌다면 이번과 같은 불행한 사태는 미연에 차단되었을 가능성이 매우 높습니다. 공사 이전의 지표조사 과정에서 지형 변경이 있는 경우 이에 대한 면밀한 조사와 탐문조사를 실시했어야 함은 마땅하고도 당연한 조치였습니다. 하다못해 관계 법령이 규정하고 있는 <지표조사의 방법 및 절차 등에 관한 규정>만이라도 충실히 이행했더라면 돌이킬 수 없는 잘못을 범하지는 않았을 것입니다.

또한 비록 늦었을망정 낙단보 마애부처님이 훼손된 상태로 드러났을 때, 어디에 문제점이 있었는지를 정확히 진단하고, 향후 진행되는 4대강 공사에서 동일한 어리석음을 범하지 않기 위해서도 전면적인 재조사 혹은 보강 조사를 시행하는 것이 국민으로부터 문화유산의 관리를 위임 받은 국가기관의 책무라고 우리는 생각합니다. 그런데도 문화재청은 낙단보 마애부처님 발견을 인지한 때부터 현재까지 4대강 공사와 관련하여 실시된 문화재조사의 문제점 파악, 개선 방안 강구, 재조사 계획 등 기대되는 어떠한 언급도 한 바가 없습니다.

과오는 한 번으로도 넘칩니다. 그런데 유감스럽게도 지금까지와 같이 별 다른 조치가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앞으로 진행되는 4대강 공사에서 이미 저지른 잘못을 그대로 되풀이할 개연성은 얼마든지 상존하고 있습니다. 문화재청과 관계 당국의 인식 전환과 결단을 촉구합니다.

둘째, 4대강 공사 과정에서 문화재 보호의 기본 원칙은 지켜지고 있는지 묻습니다

문화재청의 회견 내용을 보면 문화재청 역시 지금처럼 낙단보 마애부처님이 훼손된 상태로 드러나기 전에 그 존재 가능성에 대한 제보가 있었음은 인정하고 있습니다. 그러면서도 그 뒤에 이루어진 조치에 대해서는 해명이 명쾌하지 못하고 궁색합니다. 문화재청은 회견 자료에서 의성군지와 문화유적분포지도 등 문헌상 마애불 관련 기록이 전혀 없었기에 심층적인 조사를 하지 않았다는 취지의 해명을 내놓았습니다. 우리가 보기에 바로 그렇기 때문에 탐문조사가 중요한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더군다나 이번의 경우에는 상당히 구체적인 제보가 있었고, 결과적으로 그 제보가 사실로 밝혀졌습니다. 따라서 제보를 접한 관계 당국은 그 제보의 신빙성을 확인하는 작업을 신중히 진행했어야 마땅하다고 생각합니다. 또한 이미 그런 제보가 있었다면 설사 공사가 이루어지더라도 어떠한 방법으로 진행할 것인지 면밀한 검토와 판단이 요구되었습니다. 토석을 제거하기 전에 먼저 천공부터 실시하는 방식이 과연 적절한 작업 방법이었는지 여전히 의아스럽습니다.

문화재청은 또 제보 지점이 현 도로(912번 지방도)의 하단부에 해당하므로 발굴 자체가 곤란한 것으로 판단하여 의성군에서 문화재청 등에 보고하지 않고 자체 종결 처리한 것이라는 언급을 하였습니다. 이 발언은 발굴이 곤란하면 유적이나 유물이 존재할 가능성이 있음에도 조사가 이루어지지 않아도 괜찮다는 뜻인지, 또 이만한 사항을 일선 군의 관계자가 자체 판단하여 종결 처리할 수 있다는 것인지 의문을 자아냅니다. 그리하여 문화재청의 해명을 따라가다 보면 제보 위치가 불분명했다거나, 공사 계획이 없어 조사를 실시하지 않았다거나 하여, 낙단보 마애부처님의 훼손은 불가피하였다는 결론에 이르게 됩니다. 문화재청이 오히려 시공업체에서나 할 법한 공사 시행의 정당성 내지는 불가피성을 변호하는 기이한 일을 목도하게 되는 것입니다. 요컨대 우리는 이런 일련의 과정이나 그에 대한 문화재청의 인식으로 볼 때 4대강 공사 현장에서 문화재 보호의 기본 원칙이 제대로 지켜지고 있는지 상당히 우려스러우며, 적잖은 의심의 눈길을 좀체로 거두기 어렵습니다.

셋째, 문화재청은 그 책무를 다하고 있는가

우리는 이번 낙단보 마애부처님 훼손 사태는 사전조사의 부실, 문화재 보호 원칙의 부재, 관계 기관의 책임성 결여 등이 결합되어 드러난 우리 문화재 정책의 현주소라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제2 마애부처님의 높은 존재 가능성이 제기된 현재도 낙단보 마애부처님이 드러나는 과정에서 일어난 과오가 다시 반복되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우려를 금할 수 없습니다.

문화재청은 기자회견을 통해 제2 마애부처님의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발굴조사를 실시하겠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동시에 바로 그 기자회견의 자리에서 향후 추진 계획의 일환으로 낙단보 마애부처님의 보존 대책도 내놓았습니다. 그 계획에 따르면 문화관과 전력제어동을 낙단보 마애부처님과 일정 정도 떨어진 지점에 분리하여 건설하되, 2월 중순까지 보완 설계를 완료하고 3월 초에 건축 인허가를 마친 뒤 공사에 착수하여 2011년 6월 말에 전력제어동을, 같은 해 9월 말에 문화관을 완공할 예정이라고 합니다.

우리가 보기에 이 계획은 제2 마애부처님의 확인을 위한 발굴조사나 그 이후의 후속 조치와 심각한 모순을 일으키고 있습니다. 문화관 예정 부지는 제2 마애부처님 확인을 위한 조사 대상 지역에 포함되지 않는가요? 이 계획대로 공사를 진행하다 공사 지점이나 그 지근거리의 어느 곳에서 제2의 마애부처님이 모습을 드러낼 가능성은 없는가요? 그 과정에서 이미 저지른 잘못을 다시 저지를 가능성은 완전히 배제할 수 있는 것입니까? 만일 다른 지점에서 제2 마애부처님이 드러났을 경우 이미 완공된 전력제어동이나 문화관의 이건이 필요하지는 않겠습니까? 말하자면 문화재청의 건축 계획은 순서가 잘못되었다는 것입니다. 그런 계획은 당연히 제2 마애부처님의 존재 가능성이 제기되었을 때 잠정 중단되었어야 합니다. 그리고 일단 제2 마애부처님의 존재를 확인하는 효율적이고 합당한 절차와 방안을 강구하는 데 전문가들의 지혜를 모으는 것이 우선입니다. 그런 다음 필요한 건축은 제2 마애부처님의 존재 여부가 확실히 판명이 난 뒤, 이미 드러난 낙단보 마애부처님과의 연계성까지 고려한 위에 추진해도 늦지 않고, 또 그것이 문화재 보호를 위한 당연하고 올바른 조치라고 할 것입니다.

이렇듯 너무나 상식적인 사실조차 간과하면서 중요한 문화재 업무에 임하는 자세와 현실을 대하기 때문에 우리는 문화재청이 언급하는 말과 달리 제2의 마애부처님에 대한 존재 가능성을 아예 배제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고 그 진정성을 의심하는 것이고, 이로 말미암아 문화재청의 이런저런 조치들조차 신뢰하기 어렵다는 판단을 갖게 되는 것입니다.

또한 우리 종단은 낙단보 마애부처님이 드러난 전후에 문화재청이 취해 온 수동적이고 미온적인 태도 역시 우리의 문화유산을 앞장서 지키고 가꾸어야 하는 최고 국가기관에 걸맞지 않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문화재청은 낙단보 마애부처님이 모습을 드러낸 뒤 당연히 밟았어야 할 문화재보호법 상의 가지정 조치를 우리 종단의 요구와 문제제기가 있자 그 절차를 진행했습니다. 제2의 마애부처님 존재 가능성에 대한 조사 문제도 우리 종단이 앞장 서 필요성을 역설하자 향후 대책을 발표하였습니다. 또한 낙단보 마애부처님의 훼손 문제에 대한 조사와 입장 표명도 마찬가지로 우리 종단의 이의 제기에 마지못해 응답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졌습니다. 간단히 말해 낙단보 마애부처님을 둘러싼 모든 문제에 문화재청의 적극적이고 능동적인 보전 의지와 노력을 읽기 어려웠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문화재청이 과연 국민이 부여한 책무를 다하고 있는지, 그 존재 의미를 충분히 인식하고 있는지 의문을 던지지 않을 수 없는 것입니다.

넷째, 우리의 문제제기를 단순히 불교계의 요구로 치부하지 않아야 합니다

이번 사태는 물론 우리 불교에서 신앙의 대상으로 삼는 불상을 두고 빚어졌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 종단이 적극 개입하고 문제제기를 한 것은 틀림없는 사실입니다. 그렇지만 그것이 전부는 아닙니다. 우리는 이번 사태가 현 정부와 관계 당국이 4대강 공사와 연관된 우리의 문화유산에 대한 보호 의지, 인식 수준, 처리 방향을 드러내는 리트머스 시험지로 여기고 있습니다. 아마도 우리 사회의 구성원 가운데 많은 분들이 종교를 떠나서 우리의 이런 생각에 동의하리라 우리는 믿습니다. 그러므로 우리는 문화재청을 비롯한 관계 당국이 우리 종단의 발언이 단지 한 종교계의 의사 표현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양식 있는 시민들의 정당한 요구이자 주장임을 유념해 주기 바랍니다. 그렇기 때문에 동시에 우리는 당국이 불교계의 요구를 만족시키면 적당히 무마되리라고 잘못 판단하지 말기를 바라며, 당국의 조처가 또 하나의 종교 편향으로 흐르는 것 또한 분명히 거부합니다. 그리하여 우리는 추후에 이루어지는 정부나 문화재청의 조처가 우리 국민 누가 보아도 온당하고 합리적이어서, 이번 사태가 우리의 소중한 문화유산을 올바로 보전하는 전기가 되고 밑거름이 되기를 희망합니다.

이상과 같이 낙단보 마애부처님을 둘러싼 현안에 대하여 우리 종단의 생각을 다시 밝히면서, 문화재청의 기자회견을 통한 입장 표명은 그 동안 우리 종단이 제기한 문제에 대한 충분하고 납득할 만한 응답이 아니라고 판단하여 다음과 같이 종단의 입장을 거듭 천명하는 바입니다.

1. 낙단보 마애부처님의 훼손 사태는 4대강 공사 추진 과정에서 문화재 조사가 부실하였음을 보여주는 단적인 예입니다. 그러므로 이를 계기로 이미 이루어진 4대강 주변 문화재 조사의 재검토와 광범위한 재조사를 실시할 것을 요구합니다.

2. 현재 제2 마애부처님의 존재 가능성이 높게 점쳐지고 있습니다. 문화재청에서는 이를 확인할 적절하고 효율적인 조사가 이루어질 방안을 제시, 시행해주길 바라며, 아울러 문화관과 전력관리동은 현재 진행 중인 건립 추진을 잠정 중단할 것을 요구합니다.

3. 이미 밝혔듯 우리 종단은 낙단보 현장에서 불교도로서 불상에 참배함과 동시에 우리의 주장을 널리 알리고, 국민들께 4대강 공사 현장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오늘의 실상을 환기시키기 위한 행동에 나설 것을 밝히는 바입니다.

4. 4대강 공사와 관련한 문화재 조사의 부실 여부와, 관계 기관의 책임 여부를 확인하기 위한 감사를 청구할 것임도 분명히 말씀드리는 바입니다. 나아가 문화재청을 비롯한 관계 당국의 처리에 맞추어 상응하는 후속 조치 또한 이어질 것임도 거듭 밝혀 두는 바입니다.

불기 2555년(2011) 2월 17일
대한불교조계종

 

 

2011-02-18 / 27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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