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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음농사 잘 지어야 생로병사 벗어나” [법문/수행] 글자크게글자작게

 
혜국 스님(제주 남국선원장)

요즘 세상은 물질만능주의가 팽배해 부모의 재산을 두고 형제들끼리 피비린내 나는 다툼을 벌이고, 자식이 부모를 해치는 등 도덕과 윤리가 무너져 가고 있습니다. 이는 우리 중생들이 마음을 잘 다스리지 못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마음을 잘 다스리기 위해선 어떻게 해야 할까요. 항상 참선·염불·절 등 수행을 통해 철저히 자신을 갈고 닦아야 합니다. 또 현재 자기의 위치를 명확히 알아 항상 자신을 뒤돌아보고 반성하는 자세를 가져야 합니다. 현재의 자신을 점수로 매겨본다면 몇 점짜리 어머니, 몇 점짜리 아내, 몇 점짜리 남편, 몇 점짜리 자식일까요. 사람들은 나이가 들면 육체의 건강에만 관심을 쏟고 있는데, 과연 내 마음 건강은 몇 점일까, 치매에 걸리지 않을 자신이 있는지, 남에게 주책스럽다는 말을 듣지 않을 만큼 자신이 있는지에 대해서는 생각을 하고 있을까요. 우리 중생들은 오래 사는 것만을 추구할 것이 아니라, 나이가 들면 내 자신을 얼마나 잘 관리하고 내 인생을 윤택하게 하는가에 관심을 갖고 고민해야 합니다.

요즘 건강을 해치는 가장 큰 요인이 스트레스라는 말을 많이 합니다. 이 스트레스가 쌓이면 늘 불안하고 안 좋은 생각, 부정적인 생각을 하게 되는데, 이 때 뇌에서는 아드레날린이라고 하는 아주 짜증나고 기분을 나쁘게 하는 호르몬이 분비됩니다. 이 아드레날린의 영향을 받으면 죽어버리고 싶다는 생각도 나고, 모든 것이 귀찮다는 생각도 납니다. 반대로 기도하는 마음, 참선하는 마음으로 세상을 바라보면 뇌에서는 기쁨과 행복을 주는 엔돌핀이라는 호르몬이 분비됩니다. 이 세상에는 태어나면서부터 시각장애를 겪는 사람, 소아마비로 아픔을 겪는 사람 등 육체적으로 일상생활이 불편한 많은 장애인들이 있습니다. 이에 비해 내 눈으로 저 푸른 하늘과 맑은 세상을 볼 수 있고, 내 귀로 새소리 음악소리를 들을 수 있고, 내 두 발로 걸을 수 있으니 나는 참으로 행복한 사람이구나라고 생각하면, 아무리 어려운 일이 있어도 행복해 질 수 있습니다. 또 똑같은 상황에서도 남을 이해하고, 어려운 상황을 긍정적으로 생각하게 되고, 마음에는 용기가 솟고, 입가에는 미소가 돌아 집안이 화목해질 수밖에 없습니다. 여기서 우리가 반드시알아야 할 것은 엔돌핀을 만드는 것도, 아드레날린을 만드는 것도 모두 다 내가 만든다는 것입니다.

인간은 흙, 물, 열, 바람, 즉 지수화풍(地水火風) 네 가지 기운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그러면 이 기운을 어디서 빌려온 것일까요. 바로 우주 자연에서 빌려 온 것입니다. 그러면 이 육체는 누구에 의해서 살아갑니까? 당연히 우주 자연에 의해서 살아가는 것이지요. 아무리 잘난 척 하며 세상을 사는 사람일지라도 몇 분만 공기를 들이마시지 않으면 허망하게 죽고 맙니다. 우리 몸은 공기, 물, 열, 바람 네 가지 원소로 만들어졌기 때문에 결국은 우주자연이 우리를 살려주고 있는 것입니다. 지·수·화·풍 네 가지 요소가 모여 늙고, 아프고, 병들고, 죽는 우주 자연 법칙에 의해서 살아가는 것이기에 우주 자연의 것이지 내 것이 아닙니다. 단지 내 것이라고 착각하며 살아가고 있는 것뿐이지요.

이 생로병사의 세계로부터 벗어나는 길은 업장(業障)을 소멸해 성불하는 것입니다. 불교에서 말하는 업장은 과거에 자기가 걸어온 길을 말합니다. 과거 전생으로부터 걸어온 길을 어떻게 다스리느냐에 따라서 현재와 미래의 인생이 달라집니다. 자신의 업장을 소멸해 인생을 보람되게 살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우선 전생과 금생과 내생과의 관계를 명확하게 알아야 합니다.

내생(來生)이란 곧 우리 희망을 믿는다는 것이고, 전생(前生)은 곧 우리 조상을 믿는다는 말이지요. 우리는 희망인 내생을 믿어야 합니다. 내생을 믿으면 자연스레 가족과 이웃을 부처님처럼 떠받들게 될 것입니다. 그러다 보면 마음을 자유자재로 조정할 수 있게 됩니다. 내 눈으로 본 것을 아름답게 정리하고, 내 귀로 들은 걸 잘 소화해 원력을 세우면 다음 생에는 자신이 원하는 대로 태어납니다. 인간의 몸으로 태어나 가장 아름다운 일은 내 마음 농사를 잘 짓는 일입니다. 내가 나를 관리하고 내가 나를 깨달아 가야 합니다. 나를 깨달을 수 있게 해 주는 부처님 법으로 참 나를 찾아야 합니다.

더 깊이 생각하면 몸과 마음은 둘이 아닌 하나입니다. 우리 몸은 깨달음을 향해가는 과정에 있는 존재이므로 죽음이란 있을 수 없습니다. 우리 마음이란 죽지 않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귀로만 듣고 말게 아니라 내 육체를 잘 다스리고 내 마음을 잘 다스려야 합니다. 《금강경》, 《법화경》, 《원각경》에는 어떻게 내 몸을 항복 받고 내 마음을 이겨내야 하는지에 대해 나와 있습니다. 부처님께서는 “모두가 다 부처”라고 했습니다. 수행을 닦고 닦으면 어느 생애라도 부처가 될 수 있다는 말이지요.

부처님 법을 내 아들 내 딸처럼 여겨 내 한 평생 정신문화로 꽃 피워 나가고, 만약 부처님 법이 닫힌다면 바로 내 집안의 전통이 끝난다는 사명감으로 물을 주고 거름을 줘서 내 마음의 연꽃을 피우는 길을 가도록 해야 합니다. 그 길을 가려면 내 자신을 돌아봐야 합니다. 우리의 인생은 소중합니다. 오늘 하루 잘 못 산 것은 영원히 잘못 산 것이 됩니다. 화두 참선을 해서 마음수행을 하든지, 염불을 부지런히 하든지 해서 오늘 하루를 잘 살아야 합니다. 남이 내 마음을 맞춰주기를 바랄게 아니라 내가 저 사람에게 얼마나 진심으로 대하고 있는가, 세상이 나를 위해 무엇을 해주기를 바랄게 아니라 내가 이 세상을 위해 무엇을 하고 있는가를 먼저 생각하는 자세도 필요합니다. 이러한 마음법이 내 가정과 온나라에 퍼지면, 그것이 연꽃향기가 되서 언젠가는 내 마음으로 돌아옵니다. 저승의 염라대왕 앞에서도 당당할 수 있는 부처님 법을 믿고 따르는 불자들이여! 항상 근 기를 가지고 당당히 불자의 길을 걸어갑시다.

* 이 법문은 만불신문 90호(2003년 9월 6일자)에서 옮겨왔습니다.

2011-03-25 / 41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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