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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를 죽여 참된 길 찾아야” [법문/수행] 글자크게글자작게

 
숭산 스님 

깊은 산속에 커다란 검은 곰이 살고 있었는데, 그 곰은 행복했고 자유로웠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사람들이 그 곰을 잡아다 서커스단에 데려가 작은 우리에 가두었습니다. 그로부터 얼마 지나지 않아 사육사가 서커스 묘기를 가르쳤습니다. 곰은 묘기를 잘 부리면 먹이를 얻을 수 있었습니다.

7년의 세월이 흐른 어느 날 저녁, 사람들이 침입해 우리를 부수고 갇힌 동물을 모두 풀어 주었습니다. 곰은 갑자기 자유를 찾게 되었고 서커스단에서 나와 길을 따라 이전에 살았던 산으로 돌아갔습니다. 하지만 곰에게 산은 이미 낯선 곳이었고 먹이를 찾는 것 또한 쉽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곰은 재주를 넘기 시작했습니다. 그러자 근처에 있던 곰들이 다가와 한동안 그것을 보고는“지금 무엇을 하느냐”고 물었습니다.

“재주를 부리고 있어. 그러면 먹이를 얻을 수 있거든.” “아이구 밥통아.” 다른 곰들이 비웃었습니다. “너는 지금 산속에 있는 거야. 네가 아무리 재주를 부린다 해도 누가 너에게 먹이를 주냐. 먹이는 네가 찾는 거야.” 이 곰은 자신의 우리에 집착하게 되었기 때문에 자유에 대한 모든 것을 잃어버렸던 것입니다.

누구나 마찬가지입니다. 누구나 집착하게 되는 자신만의 우리가 있습니다. 의사 우리, 변호사 우리, 교수 우리, 직업 우리, 우정 우리, 가족 우리 등등입니다. 사람들은 이 우리 안에 살면서 참으로 자유가 무언지 알지 못합니다. 이 말은 사람들이 자기 우리 밖의 세상에 대하여는 알지 못한 채 살아가고 있다는 뜻입니다.

지금 당신의 머리는 곰의 머리와 같습니다. 당신이 갇혀 있는 그 우리를 아주 좋아하고 있기 때문에“나는 강하다”라고 말하는 것입니다. 이 말은“내 우리는 강하다”는 말에 다름 아닌 것입니다.

만일 당신이 무언가에 걸려 있는 마음의 우리를 내려놓아 버리면 당신의 우리는 사라질 것입니다. 그 걸려 있는 마음이 바로‘나’입니다. 당신의‘나’를 죽여야 합니다. 꼭 그렇게 해야만 합니다. 당신이이‘나’에 걸려 있으면 영겁의 세월을 두고 수행하더라도 당신의 참된 길을 찾을 수 없습니다.

당신은‘1-1=0’이라는 것을 알아야 합니다. 아주 간단합니다. 어렵지 않습니다. 이 간단한 셈을 모른다면 다시 초등학교로 돌아가야 할 것입니다. 당신은 알음알이가 너무 많습니다. 이 알음알이가 얼마나 당신에게 소용이 됩니까. 요가를 매일 한다고 합니다. 무엇 때문에 요가를 합니까. 이‘왜’가 중요합니다.

당신과 나, 우리의 삶은 곧 끝이 납니다. 누가 당신의 삶을 보장해줍니까. 당신은 무엇을 원합니까. 당신은 이미 모든 것을 가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당신은 자신의 꿈에서 깨어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내가 당신에게 이릅니다. 깨어나라. 깨어나라. 오직 모를 뿐인 마음으로 곧바로 나아가라. 아무 것도 만들지 마십시오. 아무 것에도 걸리지 마십시오. 가사와 발우 혹은 어떤 다른 가르침의 형식에 대해서도 걱정하지 마십시오. 이것은 나의 일이지, 당신의 일이 아닙니다.

오직 모를 뿐인 마음으로 곧바로 나아가 당신의 소아(小我)를 죽이고, 허공처럼 맑은 마음을 지녀, 삶과 죽음의 일대사 인연을 곧 마치고완전한 자유를 얻어 일체 중생을 고통에서 제도해 주시길 빌어 마지않습니다.

-숭산 대선사의 서한 가르침《오직 모를 뿐》(물병자리) 中‘당신의 생각이 당신을 가둔다’편에서-

만불신문 122호(2004년 12월 11일 발행)에서 옮겨왔습니다.

2011-12-09 / 38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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